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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학인데 방과후 영어 어디로? 불안한 학부모, 대안 찾아 나서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 사실상 불발, 학부모 대안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A씨는 다음달 자녀의 첫 학기 개학을 앞두고 근심이 많다. 지난해부터 금지된 초등학교 1, 2학년 대상 방과후 영어 수업이 올해부터 다시 진행된다는 말에 안심하고 있었으나 개학을 약 2주 앞둔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사교육 업체를 찾은 동료 학부모를 보며 학원 수강도 고민했으나 금액 부담이 크고 이미 가성비가 좋은 학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은 수강이 마감돼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문제는 A씨가 ‘워킹맘’이라는 사실이다. A씨는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방과후 영어 수업을 보내면 영어 학습과 돌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보고는 있으나, 당장 개학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언제 결론이 날지 몰라 두렵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을 다시 허용하는 이른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개학을 2주 앞둔 현재까지도 국회에서 표류하며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다음달 개학하는 새 학기에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며 자녀의 방과후 시간은 물론 영어 학습 계획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 ‘공교육정상화법’이 ‘사교육촉진법’으로 전락? 개정안 표류에 사교육만 들썩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수업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금지됐다. 2014년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의 영향이다. 줄여서 ‘공교육정상화법’ 또는 ‘선행교육(학습)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게 돼 있는 영어를 초등 1, 2학년 때 앞서 배우는 것은 위법에 해당한다. 해당 법령은 2014년부터 시행됐지만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워낙 거세, 법 시행 초기에 바로 적용되지 않고 유예돼 오다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금지 조치 이후에도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다시 수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개학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탓에 당장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기약 없는 수업 재개를 기다리다 못한 학부모들이 앞 다투어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며, 오히려 ‘공교육정상화법’이 사교육을 부추겨 ‘사교육촉진법’으로 전락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 다 잊어버릴까 걱정”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학습 공백이다. 초등 1, 2학년에게 어떠한 영어 교육도 할 수 없는 초등학교와 달리 유치원에서는 방과후 영어 수업을 할 수 있다. 이 또한 금지 방안이 발표됐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밀려 철회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와 유치원에 적용된 상반된 조치에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현재로서는 유치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어를 배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정규 수업과 방과후 교실, 어디서도 영어를 배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B씨는 “학원 수강료가 부담돼 다음 학기까지는 (재개 여부를) 두고 볼까도 했으나 이렇게 한 학기 공백이 생기면, 아이가 유치원 때 배운 영어마저 까먹어 무용지물이 될까봐 최근 근처 학원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여 이런 고민을 가진 학부모를 공략하는 초등학교 1, 2학년 대상 강의 등의 학습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관련해서 학부모의 문의와 등록도 크게 는 편이다. 인천의 한 초등생 대상 영어학원 관계자는 “최근 2~3달 사이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가 불투명해졌다는 보도가 부각될 때마다 학부모의 문의와 등록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수강료에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학부모도 많다. 방과후 수업은 보통 3만원대의 가격으로 수강할 수 있는 반면 사설 학원 수강료는 대부분 10~30만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국회 본회의 처리만 남겨둔 만큼 조만간 시행될 것을 기대하며 기다려보겠다는 반응이다.

이와 반대로 사교육으로 학습 공백을 메우고 싶어도 이미 괜찮은 학원이나 프로그램의 경우 정원이 마감돼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학부모 C씨는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이미 괜찮은 프로그램에 가격도 적당한 ‘가성비’ 좋은 학원이나 접근성이 좋은 학원의 경우 대부분 정원이 마감됐다”며 “재개한다고는 해놓고 언제 시행될지 시기조차 알 수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 “3월 재개는 사실상 불가능”… 학부모 자체 대안 마련 시급

교육계에서는 당장 다음달인 3월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대상 방과후 영어 수업 재개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현재까지 2월 임시국회가 파행 중이라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일뿐더러 설령 통과가 된다 하더라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3월 새 학기 개학에는 맞출 수 없다는 것.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미 3월 새 학기는 물론 1년간 방과후 프로그램 계획이 다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중간에 법 개정이 된다면 추가 개설은 할 수 있겠지만 강사 채용과 신청 접수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역시 1학기는 불가능하고 최소 2학기는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 진학을 앞둔 자녀의 영어 학습이 고민인 학부모라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학부모가 시간적 여유가 되는 상황이라면 자체 교육도 고민해볼 만 하다.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의 영어 교육의 경우 대개 난이도가 높은 교육 보다는 영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동화, 영화, 노래, 게임 등을 통해 아이와 함께 놀아주듯 영어 교육을 진행하는 것 또한 한 방법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양질의 영어 학습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학습 콘텐츠를 찾기 위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비용 대비 큰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또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은 아이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의 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유튜브의 영어 콘텐츠 활용을 그 예로 들기도 했다.

다만, 유튜브 등의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 교육 효과가 검증되지 않거나 자극적인 내용의 것들도 많기 때문에 학부모의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 수많은 콘텐츠 중 아이의 수준과 흥미에 적합한 콘텐츠를 선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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