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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칼럼] ‘SKY 캐슬’이 남긴 씁쓸한 여운… ‘우월’ 보다 ‘유일’을 꿈꾸길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가 말하는 ‘교육 그리고 삶의 방향’

 


 

‘팩션(팩트+픽션)’일까? TV 드라마가 세상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했다. JTBC의 ‘SKY 캐슬(스카이 캐슬)’이다. 사람들은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하다가도 ‘그럴 수도 있을 거야’하고 의심하는 눈치다.

“어머니와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잖아요.”


드라마는 끝났으나 드라마 속 강준상(정준호)이 한 말이 귀에 끊임없이 맴돈다. 자신이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어머니의 말만 들으며 살아온 것을 후회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목표만 쳐다보면서 살아온 삶, 그 속에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터널 안 시각으로 살아온 것이다.

이것이 비단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입시철이 다가오는 여름방학이 되면 강남에 있는 학원가로 면접과 논술을 대비한다고 학생들이 몰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교사인 나는 슬프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나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니.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런 선택을 막을 대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과 학생들의 실력은 상관이 크게 없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그럼에도 유명 강사에게 들으면 실력이 향상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위안일 뿐이다. 학생이 한 것은 유명 강사의 강의를 구경한 것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실력은 기본에 충실하고, 수없이 반복하며, 다양한 상황에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문제는 많은 사람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한다는 데 있다. 나는 교육 방법에 대한 연수를 많이 듣는 편이다. 그중에는 유태인 교육 방법이 많다. 그들의 교육 방법이 우리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에 그들의 좋은 점을 덧붙이면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방법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들은 아이에게 ‘최고’가 아니라 ‘유일’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남보다 뛰어나기보다 남과 달라야 한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도록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내용이었다. 

나승현의 책 ‘그 책 있어요’에는 ‘머리를 비교하면 양쪽 다 죽지만 개성을 비교하면 양쪽 모두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많은 학생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때로는 비교당하면서 자신을 바라본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을 줄여 이르는 말)라는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런 말에 한 번쯤 상처받지 않은 학생이 있을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자기 강화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잃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머리로만 알고 있다. 이제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야 할 때다.

우리 속담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은 틀린 것이고,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들기를 원하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행동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긴다. 문제는 그 속에 내가 없다는 것이다. 비슷함 속에는 유일함이 없다. 모두가 이른바 ‘짝퉁’이 되어버린다.

세상이 정해준 가치에 맞추는 삶을 살기보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살아야 한다. 학생들의 희망을 들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희망은 마치 서로의 것을 복사한 듯하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바로 부모님이나 앞선 선배들의 생각을 비판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생긴 문제다. 부모와 선배들은 자신과 나이, 환경, 경험 등이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생각이 비슷한 것은 그들과 다를 경우 ‘틀린’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가치, 스펙은 쓰레기일 뿐이다. 서 말의 구슬을 꿴다고 보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특함으로 꿰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서툴더라도 자신만의 방법과 가치가 드러나야 비로소 빛날 수 있다.

부끄러워 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지금 나의 처지가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기에 부끄럽게 여기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내가 갖지 못했다고 생각하기에 부러워한다. 이것은 모두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열등감 때문이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열등감이 개인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라 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현재와 희망을 비교했을 때 생기는 것을 의미할 뿐, 이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나의 상황과 내가 가진 것이 나에게 맞으면 그것이 바른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언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가 수학을 잘해야 하는 것도, 언어를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욱 발전시키면 강점이 된다. 그것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 된다. 단점을 부끄러워해서 그것에 매달리는 것은 토끼가 ‘날기’를 배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의 덕목 중 하나가 협력하는 능력이다. 개인의 창의력보다 집단의 창의력이 더욱 큰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의 구성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뭉친다. 그들은 같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강점을 부러워하지도, 자신의 약점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 속에 내가 없잖아”라고 드라마 ‘SKY 캐슬’ 속 강준상은 자신의 아내에게 소리친다.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야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한 말이다. 어쩌면 나 또한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로서 ‘때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앞으로는 모난 아이를 더 유심히 바라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최소한 그들은 강준상의 말처럼 ‘무대 위의 배우’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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