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의 ‘대세’가 된 상황에서 새 학년 시작을 앞둔 고교생의 고민은 단순 학습에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 학교 성적을 어떻게 잘 유지, 상승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중요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린다면 과제연구나 탐구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 향후 고교 생활 전체가 계획하고 꾸려나가야 할 대상이다.
특히 학년 시작과 함께 신입 부원을 모집하는 동아리는 학기 도중에 새로 가입하거나 개설하는 것이 어려워 학년 초에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3월, 학교마다 동아리 홍보 및 가입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학생부 기재 방식이 달라진 고1의 경우 동아리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동아리활동의 학생부 기재는 현재 고1과 고2, 3에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학교 정규교육과정 내 동아리, 즉 학교에 이미 개설돼 운영 중인 정규동아리에서 활동한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학생이 주도적으로 활동계획서를 내고 개설한 자율동아리는 다르다.
교육부가 공개한 ‘2019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고1은 학생부에 자율동아리를 학년 당 1개만 기재할 수 있다. 분량 또한 30자 이내로 제한돼, 동아리명과 동아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 기재 가능하다. 그간 내용이나 개수 제한 없이 자율동아리 활동 내역을 특기사항에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던 고2, 고3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
이러한 기재 차이가 실제 학교생활 면에서는 어떤 차이를 가져오게 될까. 우선 고2, 고3의 경우 정규동아리 외에도 종전과 같이 다양한 자율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 등을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문제는 고1. 고1은 자율동아리보다 정규동아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학교생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규동아리 역시 동아리활동 특기사항의 분량 제한(500자 이내) 적용을 받지만, 동아리명과 동아리 소개만 남길 수 있는 자율동아리에 비해 훨씬 풍부한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정규동아리와 자율동아리는 서로 ‘보완재’로
대개 고등학교 정규동아리는 학년 초에 신입 부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1은 입학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정규동아리를 탐색해 두고,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만약 진학할 고교의 정규동아리에 대해 잘 모른다면 학교 홈페이지나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를 통해 정규동아리 개설 현황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최근 고교 내 정규동아리 가입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미리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SNS 등을 통해 신입 부원 면접, 가입 시험 등 동아리 가입 절차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좋다.
그럼 동아리 선택 기준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만약 진로나 관심 분야가 이미 확실한 학생이라면 관련 분야의 정규동아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꼭 정규동아리가 진로 분야와 연관될 필요는 없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최근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전공적합성 외에도 학업, 발전가능성, 인성 등을 비중 있게 평가하기 때문에 학업 관련 동아리나 취미 동아리라도 실제 활동의 질과 그 깊이에 따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규동아리와 자율동아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만 기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여러 개의 자율동아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 동아리의 개수보다는 동아리 활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정동완 김해율하고 교사는 “예를 들어 동아리 활동의 목적을 진로, 학업, 취미로 나눈다고 할 때, 정규동아리를 진로 관련 동아리로 택했다면, 자율동아리는 학업이나 취미와 관련된 주제로 하는 식”이라면서 “정규동아리와 자율동아리를 서로 보완재로 활용하면 보다 다양한 면모를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율동아리도 활용법에 따라 '200%활용' 가능
문제는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해 고교 내 동아리 가입 경쟁이 매우 치열해 원하는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라는 것. 실제로 원하는 정규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보다 그렇지 못한 학생이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고교마다 동아리 개설‧운영 현황이 모두 달라 원하는 동아리가 학교 내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가 없는 경우 학교 측에 정규동아리 개설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학교의 정규교육계획은 보통 학기가 시작하는 3월 전에 모두 완료되기 때문에, 1학년이라면 동아리 활동계획서 등을 꼼꼼히 준비해 고교 2학년 때 원하는 동아리 개설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굳이 정규동아리에 매달리지 않고 자율동아리를 발판 삼아 다양한 교과 활동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전략이다. 정동완 김해율하고 교사는 “그룹 스터디나 토론 등의 자율동아리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가지게 된 의문이나 탐구 주제 등을 교과 수업 시간에 발표하거나 교내 대회에 나가 해결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면 된다”면서 “비록 동아리활동 특기사항에 기재될 순 없어도 교과학습발달상황 안에 세부능력특기사항이나 자기소개서에 남길 수 있으므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