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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프로젝트 수업, 아이들을 믿고 선생님도 도전하세요”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저는 강의를 나가면 아이들과 한 학기에 프로젝트 하나를 정해서 프로젝트 수업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학기 전에 모든 준비를 다 해놔야 하므로 교사가 준비할 것이 많지만, 막상 수업을 시작하고 나면 교사는 모든 준비가 다 돼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주도하는 수업을 이끌 수 있게 돼요."

 

신선미 대전 전민중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꼭 프로젝트 수업을 하라고 권한다. 학생들이 협력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 틀은 교사가, 실행은 스스로

신 교사의 ‘한국 전래동화 글로벌 통역사(Global Interpreters of Korean Folk Tales)’ 프로젝트는 총 17주 동안의 프로젝트 수업이지만, 크게 존중, 배움, 나눔의 세 가지 실천과제를 중심으로 나뉜다.

 

첫 6주는 기존의 전래동화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양성평등 의식을 갖고 재구성해 공감, 존중, 배려하는 태도를 기르는 시간이다. 프로젝트 안내와 모둠 구성은 신 교사가 주도해서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프로젝트의 활동 내용과 목표를 숙지시켜준 다음 모둠을 구성할 때는 특히 각 학생이 가진 역량을 고려해, 앞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필요한 역량을 가진 학생이 한 모둠에 고루 배치되도록 신경 써줘야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고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면 이제부터는 학생들에게 맡기는 부분이 커진다. 재구성할 동화책은 학생들이 선택한다. 가져온 동화책을 함께 읽고, 독후활동을 한 후 여러 영화와 동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동화를 비틀어본 ‘흑설공주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양성평등 관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후 두 차시 정도 하브루타 토론 활동 등을 하면서 전래동화 속 성차별적 요소를 생각해보고 모둠에서 함께 재구성할 전래동화를 정하고 재구성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임에도 포인트를 잘 짚어서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다. 프로젝트 학습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 이웃과 나누는 나만의 책
다음 6주는 ‘배움’의 시간이자 실제로 책을 만드는 기간이다. 학생들에게 책 제작 과정을 알려준 이후부터는 학생들이 스스로 프로젝트 수행 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야기의 개요를 작성한 다음,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이야기의 초안을 준비한다. 

 

내용이 준비됐으면 본격적인 영어 학습이 이뤄진다. 캐릭터의 외모와 성격을 묘사할 수 있는 다양한 영어 표현을 학습한 다음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을 간단한 영어 문장으로 정리해본다. 이후 우리말 초안을 작성하고, 영어로 표현할 때 필요한 영단어를 정리한다. 이와 함께 보석맵 활동을 통해 과거시제를 연습하거나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도 학습한다.

 

이후 실제로 영어로 우리말 초안을 번역하고, 교정하고, 삽화까지 그린 다음 인쇄소에 맡겨 진짜 동화책을 제작해 본다. 학생 각자가 자기가 만든 책을 가져갈 수 있게 하면 학생들은 자신만의 책을 만들었다는 데서 뿌듯함을 크게 느낀다. 


프로젝트의 초점은 공유하고 나누는 경험까지 이어진다. 남은 5주는 ‘나눔’을 위한 시간이다.

 

학생들은 서로 만든 책을 보며 교정을 해주는 등 자연스럽게 또래학습을 한다. 교정할 때는 또래편집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다른 학생의 작품에 대한 칭찬, 구체적인 조언 후에 오류를 교정하도록 해 틀린 것을 지적할 때 일어나는 부정적 정서가 없도록 한다.

 

나눔을 위해서는 만들어진 책을 활용해 PPT로 영상을 제작하고, 배경음악과 음성을 삽입한 오디오북 영상도 만든다. 진짜 나눔은 지역아동센터 방문을 통해 이뤄진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책을 들고 가서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UCC 영상도 상영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책 만드는 방법과 영어 학습 방법도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인도에 있는 국제교류 대상 학교 학생들에게도 책을 소개하는 편지 쓰기를 했다. 교내 도서관에 직접 제작한 책을 기증하는 것으로 모든 나눔을 마치고 마지막 주에는 평가와 우수결과물 발표대회를 하면 프로젝트가 완료된다.
 
▨ 자유학기에는 학생들을 믿자
아무래도 학생들이 주도해서 모둠학습을 하다 보면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역량을 고려해서 모둠을 구성해도 여러 명이 협력학습을 하다 보면 잘하는 학생들은 더 좋은 산출물을 내고 싶어 해 다른 학생들 일까지 맡아 하려고 의욕을 보이면서 무임승차자가 생기곤 했다.

 

이럴 때 교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신 교사는 차시마다 학생들이 스스로 그 시간에 배웠던 점, 즐거웠던 점, 어려웠던 점, 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쓰는 ‘러닝 로그’를 학습지에 쓰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허심탄회하게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쓰게 됐고, 그 내용을 보고 신 교사가 피드백하면서 개입할 수 있었다.

 

러닝 로그는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됐던 것은 아니다. 신 교사 자신도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수업이 어려웠다면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프로젝트 학습은 꼭 자유학기에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학기가 주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신 교사의 얘기다. 무엇보다 서술식 평가를 한다는 점이 평가의 부담에서 교사를 자유롭게 한다. 점수로 평가를 하면 모둠학습을 평가할 때 다른 학생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는 불만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데 자유학기에는 그런 부담이 없다.

 

교사는 프로젝트 수업을 두려워하는 동료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역량을 믿으면 좋겠다"고 한다. "프로젝트 수업의 준비는 고되지만, 그렇게 준비된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 학생들이 주도하는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교사도 훨씬 편하다"는 것이 신 교사의 경험이다. 

 

"학생들이 협력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매우 커요. 협력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면서 학생들 자신도 의사소통을 하며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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