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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사고의 반격… 강대강 대치 양상, 앞으로 향방은?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 없이 상산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자신을 상산고 학부모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재지정 평가기준이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평가기준과 관련해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동문들의 합리적인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청원 게시 후 약 일주일이 지난 6일 현재 이 청원에는 약 9000여명이 동의했다.

 

교육 당국의 일반고 전환 압박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1인 시위와 국민청원자사고 재평가 거부교육감 고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사고의 명운이 걸린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이르면 이달 중에 날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운명의 판결을 앞두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관련한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 간 갈등을 정리해봤다.

 

 

대선 공약그 후일반고 전환 압박 수위 높여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으로, 이번 정부 들어 더욱 본격화됐다. 대통령 취임 이후 외고국제고 및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으며, 교육부는 20171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전기모집 학교에서 외고·국제고와 자사고를 제외시켰다. 후기모집을 하는 일반고에 한 발 앞서 학생을 선발했던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을 폐지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 지원도 금지시켰다. 똑같이 후기모집을 하는 자사고와 일반고 중 하나만 택하도록 한 이 조치로 인해,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은 원하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이번 정부의 자사고 단계적 폐지 정책은 20186,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첫 임기 때인 2014년에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근거로 6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바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연임에 성공한 이후 발표한 106개 정책 세부과제에 최소 5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잠정 추진을 명시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 20189월에는 학생, 학부모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학교 측이 강행한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에 대해 재고해 달라는 대성고 재학생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대성고는 문재인 정부에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 첫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자사고 문제는 올해 시작된 자사고 2기 재지정 평가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2기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는 전국적으로 24개교로, 42개 자사고 중 약 57%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한 평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그 자체로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

 

다만, 자사고 측에서는 다수의 시도교육청이 이번 재지정 평가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기준 점수를 지난 1기 평가 때보다 10점 이상 높이고, 평가지표를 까다롭게 조정하는 등 자사고 재지정 문턱을 의도적으로 높인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전국 단위 자사고인 상산고의 관할 교육청인 전북도교육청은 재지정 기준점을 60점에서 80점으로 대폭 높여 자사고 재지정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법적 다툼’, 결국 자사고일반고 동시 선발

 

이와 같은 교육 당국의 지속적인 일반고 전환압박 속에 자사고 측도 반격에 나섰다. 우선 교육부가 내놓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전국단위 자사고 법인 이사장과 자사고 지망생 등이 학생의 선택권과 사학운영의 자율성 등을 침해한다20182월 헌법소원 및 관련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실제로 이 조치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둬, 지난해 고입에서 자사고와 일반고의 이중지원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당초 자사고에 지원했다 탈락할 경우 일반고에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관할 교육청의 임의배정 조치에 따라야 했으나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한다고 밝히면서 자사고와 일반고에 동시 지원하는 길이 열린 것.

 

하지만 이중지원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함께 제기된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모집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면서 자사고 측은 우선선발권’을 잃게 됐다. 이에 201810월, 자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22곳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자사고와 일반고 전형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 ‘2019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며 재차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서울행정법원이 기각하면서 결국 2019학년도 고입은 사상 처음으로 자사고가 일반고와 함께 후기 모집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벼랑 끝자사고자사고 죽이기 못 참겠다교육감 고발까지

 

이처럼 점점 입지가 위축되어 온 자사고 측의 불만은 올해 시행되는 2기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싸고 폭발하고 있다. 특히 학교의 자사고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재지정 평가와 관련해서는 학교 측 뿐만이 아니라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커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를 전국에서 가장 높은 80점으로 정한 전북도교육청의 결정을 비판하는 상산고에서는 평가 기준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학교 측의 주장에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 지역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평가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는 상산고 학부모의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전북도교육청 앞에서는 학부모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314일까지 계속된다. 또 학교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5총궐기대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시작한 '자사고 지키기 및 자사고 평가계획 시정요구' 서명운동에는 상산고 동문회와 지역 언론까지 나서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상산고 총동창회와 학부모들은 6일에도 전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평가 기준 하향 조정과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평가 지표 전면 축소를 요구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의 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안산동산고에서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발표 이후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결성됐다. 비대위는 본래 목적과 달리 자사고 지정 취소를 목적으로 한 평가지표는 수용할 수 없다며 법률 검토를 마친 후 경기도교육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자사고 평가지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금식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개별 학교 중심의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사고 측도 집단 움직임에 나섰다. 서울자사고연합회 소속 22개 자사고 교장들은 지난달 20,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상향에 반대하며 평가지표 재검토 요구를 교육당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재지정 평가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지정 평가를 위해 평가 대상 학교들은 3월 말까지 개별적으로 서울시교육청에 운영성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 재지정 평가는 학교의 자체 평가에 따른 운영성과보고서를 토대로 서면평가 및 현장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에 자사고 측이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면 평가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자사고 측의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평가 거부 의사를 내비친 서울자사고연합회 측의 요구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 교감들과 회의를 갖고 평가 기준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지만 평가기준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북도교육청 또한 6일 현재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관련해 재검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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