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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리그도 그들만의 캐슬… ‘스카이캐슬’ 뛰어넘는 초대형 입시 비리, 내막은?

미국 전역 뒤흔든 대규모 입시 비리 스캔들 정리해보니


드라마 ‘SKY캐슬(스카이캐슬)’이 미국에서 상상 이상의 규모로 현실화됐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입시 비리 스캔들이 터진 것. 입시 비리를 오간 ‘뒷돈’ 규모만 2500만 달러(약 283억 원)로 추산되는 데다 할리우드 인기 배우는 물론 유명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미국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국내에서 전국민적 관심을 모은 드라마 ‘SKY캐슬’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입시 비리가 현실화되며 국내에서도 충격이 적지 않은 상황. 특히 이번 입시 비리를 통해 예일대, 스탠퍼드대 등 세계적 명문인 아이비리그대 입학 또한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수사당국이 최근 대입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유명 배우 등 50여 명을 기소했다. 사진은 이번에 입시 비리로 적발된 배우 로리 로우린(왼쪽)과 펠리시티 허프먼. 워싱턴=AP뉴시스

 


○ 283억 원 규모 뒷돈에 ‘위기의 주부들’ 배우까지 연루 ‘충격’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유명 연예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대거 연루된 대규모 입시 비리 스캔들이 발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스캔들은 자녀를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와 입시 브로커, 대학 관계자 50여 명이 미국 수사당국에 적발, 기소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에 기소된 학부모에는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에미상을 수상했던 펠리시티 허프먼, 국민 시트콤 ‘풀 하우스’로 명성을 날린 로리 로우린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는 물론 기업 CEO, 대형 로펌 대표 등 사회적 저명인사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전역이 술렁이고 있다. 또한 입시 비리를 통해 지난해 9월 USC에 입학한 로리 로우린의 딸 올리비아 제이드 지아눌리의 경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엄마 못지않게 유명한 ‘인플루언서’인 만큼 대중의 비난이 더욱 큰 상황.

여기에 입시 비리를 통해 입학한 대학교 역시 예일대, 스탠퍼드대, 조지타운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 세계적 명문대가 대부분이었으며 이를 위해 오간 뒷돈 규모는 확인된 것만 2500만 달러(약 283억 원)에 달해 이번 스캔들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판 ‘김주영쌤’? 입시 스캔들 주도한 입시 브로커와 대리 시험의 달인

국내에서 이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은 이유는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입시 브로커 윌리엄 릭 싱어 때문이다. 입시 비리를 대거 성사시킨 싱어의 행동이 대입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던 드라마 ‘SKY캐슬’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캐릭터를 연상케 했기 때문.

입시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싱어는 2011년부터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의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대리 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명문대 관계자를 매수해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시키는 방식으로 입시 비리를 진두지휘했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싱어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최소 761가족의 부정 입학을 도왔다.
 


미국 전역을 뒤흔든 입시 비리 스캔들의 핵심 인물 윌리엄 릭 싱어. 보스턴=AP뉴시스


이번 입시 비리 스캔들에서 주목받은 이는 또 있다. 바로 하버드대 출신의 입시 컨설턴트 마크 리델이 그 주인공. 그는 싱어의 청탁을 받아 SAT와 같은 미국 대입 시험을 수십 회에 걸쳐 대리 응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델은 대리 시험 1회당 1만 달러(약 12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억 단위의 뒷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가짜 자선단체 등을 통한 ‘돈세탁’을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 대입제도 신뢰 바닥… 잇따른 소송에 입시 시스템 전면 쇄신 목소리도

이처럼 이번에 드러난 입시 비리 스캔들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자 미국 여론도 들끓고 있다. 스캔들이 터진 후 입학전형료 반환, 정신적 피해 보상, 불공정한 경쟁에 대한 피해 보상, 대학 평판 하락에 따른 재학생 피해 보상 등 각 대학과 사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으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배우들의 경우 출연 및 광고 계약을 줄지어 해지 당하고 있다.

비리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가운데 싱어를 비롯해 기소된 관계자들의 선고는 오는 6월쯤 이뤄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스탠퍼드대를 비롯한 각 대학은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 뇌물을 받은 내부인 징계 및 부정 입학 학생 색출에 나섰다.

특히 최근 올리비아 제이드 지아눌리가 소속된 USC가 연루된 재학생들에 대해 퇴학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앞서 예일대, 텍사스대 등도 부정 입학이 확인될 경우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전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스캔들로 입시 시스템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도가 땅으로 떨어지며 대입제도 근간을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스캔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기부 및 부정 입학’ 의혹 또한 제기되며 미국에서 시행 중인 기여입학제 또한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번 미국 입시 비리 스캔들을 반면교사 삼아 입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를 모티브로 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각종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이른바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최근 연세대 아이스하키 특기생 입시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며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

최근 한국형 교육 개혁을 모색하는 책 ‘실력의 배신’을 출간하기도 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계층 간 장벽이 이미 견고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회이기에 입시 비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문을 열 수 있는 공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아가 ‘승자독식’ 구조를 벗어나 그렇게 성장한 인재들로 인한 혜택을 사회 전체가 공평히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다양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키우면서도 공정한 입시 환경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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