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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스쿨미투' 1년…가해 지목 교사들 여전히 학교 맴돈다

'스쿨미투 첫발' 용화여고 주목에도…징계 불복·일부 복귀


학교 내 권력형 성폭력 폭로 '스쿨미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스쿨미투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흐름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재학 중 교사들에게 당했던 성폭력 증언들을 털어놓으면서 터져 나왔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은 스쿨미투를 계기로 재학생 시절 남성 교사들에게 들었던 성희롱 발언이나 불쾌한 신체접촉의 기억을 떠올렸다. 재학생들은 스쿨미투를 계기로 그동안 열지 못했던 입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스쿨미투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의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는 점에서, 교사들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특히 악질적이라고 지적된다. 스쿨미투의 바람이 더이상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게 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을 책임지게 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1년이 지난 지금 스쿨미투가 거둔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수사기관을 거치며 불기소처분이 되거나 징계 절차에 불복하면서 교단으로 돌아오는 교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쿨미투 첫발' 용화여고 주목에도…징계 불복·일부 복귀

 

용화여자고등학교 © News1

  

스쿨미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용화여고에서는 가장 많은 졸업생과 재학생들로부터 가해교사로 지목된 교사 A씨가 지난해 12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학교법인 징계위원회에서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용화여고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벌이고 용화여고 측에 파면과 해임 각 1명·기간제교사 계약해지 1명·정직 3명·견책 5명·경고 9명 등 징계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

용화여고 징계위원회가 이 권고를 모두 받아들이면서 총 18명의 교사가 20건의 징계를 받았다. A씨는 이때 파면되면서 교단을 떠났다.

하지만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교사 3명을 제외하고 정직·견책 등 가벼운 징계를 받은 교사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게다가 A씨는 지난해 9월에는 구체적인 성폭력 사실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교육청에 징계취소 심사를 청구했다. 이에 실제로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학교가 내린 파면 처분을 취소했다.

스쿨미투가 진행 중인 다른 학교들에 비해 용화여고는 세간의 주목을 받아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가해교사들은 학교로 돌아왔고, 가장 많은 학생들로부터 성폭력 가해교사라고 지목된 A씨는 불복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중징계, 학교는 경징계로 봉합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은 지난달 유엔(UN)에 다녀오면서 스쿨미투 가해교사 처벌 현황에 관한 자료를 제출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중·고등학교 교사가 가해자로 신고된 사례 33건 중 해당 교사가 징계를 받은 건 3건에 그쳤다.

이 3건도 성희롱에 따른 주의와 경고가 각 1건으로 가벼운 징계가 3건 중 2건이었다. 나머지 1건은 직권면직된 경우였다.

또 스쿨미투가 공론화된 학교 65곳 중 수사가 실제로 이뤄진 곳은 27개교에 그쳤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교사들의 성폭력을 경찰에 신고한 경우에는 중징계가 이뤄졌지만 학교에 신고한 경우에는 대부분 가벼운 징계로 끝났다.

전라도 광주에서는 최근 스쿨미투에 연루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교사 21명 중 12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불기소 처분과는 별개로 12명 교사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 등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32·여)는 "자기 아내 특정 신체 부위를 주물러 주었다거나 그때 아내가 어땠다는 등 말을 하며 학생들을 쳐다보던 남교사의 불쾌한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스쿨미투를 보면서 이제야 시대가 바뀌나보다 했지만 달라진 게 없는 모양"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학교 안 성폭력을 고발한 '스쿨미투' 운동이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의 쟁점 질의 의제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유엔서 관심…정부 대책 마련해야"
그러는 사이 스쿨미투는 지난달 유엔에 다녀왔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청페모)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지난해 11월 스쿨미투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위원회 사전심의에 초청받았다. 청페모는 정부가 스쿨미투에 미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청페모 측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의 스쿨미투 운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청페모는 유엔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스쿨미투 운동 경과와 학교 내 성폭력 실태를 정리해 발표했다. 스쿨미투 당사자 학생의 증언도 있었다.

지난달 20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사전심의 끝에 본심의 의제에 스쿨미투를 올렸다. 스쿨미투가 본심의로 가게 되면서 정부는 이 이슈에 대한 답변서를 유엔에 제출하고 오는 9월 본심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본심의 이후에는 유엔으로부터 받은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청페모는 정부가 Δ신속·정확한 스쿨미투 실태조사 및 전수조사 Δ교사 대상 페미니즘·인권 교육 Δ사립학교법 개정 Δ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 Δ피해학생 보호 및 권리 보장 Δ전문 상담인력 발굴·배치 등에 나서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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