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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초·중생이 꼭 알아야 할 시사,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프랑스를 뒤덮은 ‘노란조끼’에 꼬리 내린 마크롱 대통령
잠재력 깨우는 청소년 매거진 월간 '톡톡' 다시 보기

성난 얼굴로 삼색기를 들고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온 프랑스 시민들! 토요일마다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에는 8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개선문에 낙서를 하고,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인 마리안 조각상의 얼굴을 부서트리는 폭력성까지 보여 전 세계가 경악했지요. 시위대와 경찰들은 곳곳에서 대립했고, 물 대포와 최루탄이 동원됐습니다. 민주주의와 낭만의 상징, 프랑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 기사는 초등 잡지 <톡톡> 1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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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대통령’에 뿔난 시민들!
프랑스 시민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름 값을 급격히 올렸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경유 유류세를 23%, 휘발유 유류세를 15%나 올렸습니다. 그리고 1월이 되면 유류세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죠.

프랑스는 도시 외곽과 지방의 대중교통이 열악해 대부분 차를 타고 도심으로 출퇴근 합니다. 따라서 유류세가 오르면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커지죠.

결국 트럭과 택시 운전사들이 먼저 시위에 나섰고,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시위의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사람들은 기름 값이 오르면 결국 운송비와 상품의 가격도 오르게 돼 생활이 더 힘들어 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며 시작했던 시위는 점점 반정부·반마크롱 시위로 확대됐습니다. 그동안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기업과 부유층에게 유리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재산이 많은 상위계층의 부동산이나 요트, 귀금속 등 사치품에 대한 세금은 내려주는 반면, 노동자들의 초과근무수당은 줄이고 담배세와 유류세 등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세금들을 늘리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은 커져왔습니다.

세금을 인상한 진짜 이유는 ‘전기차’ 때문?
프랑스 정부는 유류세 인상의 이유로 환경보호를 들었지만, 그 이면엔 전기차 수요를 확대해 대기업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전기차를 개발하는 자동차회사에게는 유류세 인상이 전기차 판매를 증가시킬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기자동차가 일반자동차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것입니다. 시위에 참가했던 한 시민은 “마크롱은 음식 살 돈도 없는 사람들에게 전기차를 사라고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정부는 2040년까지 경유와 휘발유 차량의 판매를 모두 중단하겠다며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가장 큰 자동차회사인 르노는 한때 국영기업이었고, 지금도 프랑스 정부가 1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입니다. 또 다른 자동차 회사 푸조시트로엥 역시 정부가 13.7%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요. 이 때문에 정부가 지분을 가진 회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파리를 물들인 노란조끼 시위대
노란조끼 시위는 SNS를 통해 확산되었는데요. 시작은 작년 10월 18일 프랑스의 작은 도시 보알에 사는 자클린 무로는 "엘리제궁의 그릇을 바꾸고 수영장을 설치하는 것 외에 프랑스인의 돈으로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당신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영상은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급속도로 퍼져갔죠. 뒤를 이어 10월 25일 나르본에 사는 지슬랑 꾸따르라는 자동차 정비공이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시위에서 노란 조끼를 입자고 제안했습니다.

노란 조끼는 교통사고 등 비상 상황에 입기 위해 차에 비치하는 형광색 조끼를 말하는데요. 이후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노란조끼를 입기 시작했고, ‘노란조끼 시위대’라고 불리게 됩니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 프랑스, 피로 얼룩지다
시위대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는 “정부정책은 옳고 계속 유지할 것이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귀를 막아버린 정부에게 화가 난 사람들은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쳐 도로를 점거하고 보도블럭을 뜯어 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파괴와 무질서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하루만에 130명이 체포했습니다.

정부의 행동에 더욱 화가 난 시위대는 훨씬 과격하게 변했습니다. 복면을 쓴 무리들이 건물을 부수고 거리의 차량에 불을 질렀습니다. 일부 극렬 시위대는 문화재까지 훼손했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고, 마르세유에 살던 80세 여성이 얼굴에 최루탄을 맞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결국 항복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월 10일 저녁 엘리제궁에서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유류세 인상 계획을 취소한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 국민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죠.

대통령의 담화발표 이후 시위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프랑스 경제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파리의 유명 관광지와 공연장들이 폐쇄됐고, 거리의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겁에 질린 관광객들은 연달아 파리 여행을 취소했죠. 그 결과 프랑스의 중앙은행은 국내총생산(GDP) 예상 성장률을 0.4%에서 0.2%로 내렸고, 경제 전문가들 역시 프랑스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억압한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의 삼색기가 상징하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 프랑스 ‘노란조끼’시위 [사진 출처=hindus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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