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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사태'로 본 공정 경쟁이라는 함정

교육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쏙 뺀 '숙명여고 사태 논란' 
   

교육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쏙 뺀 '숙명여고 사태 논란' 
지난해 고교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숙명여고 사태’가 이슈화되면서 교육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왔다.

하지만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은 하나같이 형식적인 절차에만 집중돼 있어, '교육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둘러싼 사회구조의 불평등과 교육의 정의를 논의하고, 모든 학생이 평등하고 적합한 교육을 받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원장 이수광)은 최근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연구 보고서 '교육 공정성의 빛과 그림자'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숙명여고 사태’에 관한 여론의 반응을 분석하고 공정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숙명여고 사태’에 관한 언론보도 분석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교육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형식적인 절차의 공정성에만 편중돼 있었다.

반면, 그간 논의돼온 ‘공정성’의 개념은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하지만 교육에서 ‘공정성’을 논의할 때만큼은 교육 여건의 불평등이나 교육 정의의 문제보다 유독 공정한 대입 경쟁 문제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 경쟁 자체가 이미 불평등에서 출발  
연구원은 ‘숙명여고 사태’에 관한 언론보도 내용과 방식을 분석한 결과, 언론들은 이 사태의 심각성과 대중들의 분노를 경쟁적으로 다루면서, 이를 교육 ‘공정성’이 훼손된 사태이자 심각한 교육문제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이 말하는 ‘공정성’은 단순히 경쟁의 절차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들은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험 절차를 감시하고 단위 학교에 대한 감찰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미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공정성을 형식적인 절차에만 한정해 보는 시각이 대입제도 개편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에 비해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이 보다 공정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의 공정성을 말할 때 형식적 절차에만 한정해 바라보면, 노력과 능력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다.

그러면서 수능전형에서도 역시 부유한 학생과 가난한 학생은 같은 출발선에서 노력과 능력 발휘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철저히 무시된다. 사회구조적 불평등이 교육의 불공정성을 가져온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외면당하고 만다. 

교육의 근본적인 가치를 돌아볼 때 
또한 공정한 절차, 공정한 경쟁에만 논의가 집중되다 보면 대입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적이 되는 ‘대입 중심주의’가 득세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의 지덕체를 길러줘야 하는 학교가 오로지 지식만을 주입하는 입시학원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의 공정성을 말할 때는 교육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교육에서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이런 바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더불어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교육받으면서도 동시에 각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시하는, '존엄주의'가 기본이 되는 교육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책임자인 경기도교육연구원 이혜정 연구위원은 “형식적인 절차 공정성을 찾는 데만 매몰돼 있는 교육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교육이 개인 간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며, 공정한 경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교육에서의 정의, 존엄주의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공정성’ 개념의 확대와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전반에서 정의와 공정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진정한 공정성과 정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공정성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대입제도가 개편돼야 할지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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