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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떨어졌다고? 오히려 제 진로 찾아가는 학생 늘었다

기초학력 정의 다시 세워야 할 때

교육부의 '한국 학생 기초학력 수준 하락' 발표를 보고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모둠·프로젝트·토론 수업이 '기초학력 확보'라는 명분에 밀려 고사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주고 권혁선 교사는 수업이 시험 대비 학습 중심에서 모둠·프로젝트·토론·위탁 수업으로 변화해 가며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이런 수업이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수업이 변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학교 현장의 모습에 주목하고, 기초학력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권 교사의 충언을 일독해 보길 권한다. - 편집자 주

교육부가 ‘201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떨어지고 있단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대체적으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감소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국영수 전 과목에서 늘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초학력 미달은 교과과정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을 뜻한다.

기초 학력 저하 뉴스가 나오면서, 그 해결 방법으로 일제식 평가를 다시 시작하겠단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는 문제집 풀이 수업이 다시 부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학력 부진 학생이 감소할까?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오히려 학교 공교육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빌미로 자사고 등을 중심으로 한 수월성 교육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게다가 평준화를 해제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수월성 교육을 하면 기초학력 부진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 또한 우려된다.

아직까지도 학교 교육의 대세는 교사의 강의식 수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객관식 문제풀이 평가가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수행평가라든지 학생 중심 수업은 보조적 위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해 겨우 자리 잡기 시작한 교육의 형태가 국가 교육을 망쳐버린 것처럼 이야기하며 과거로 돌아가자는 담론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자리 잡기 시작한 토론·모둠·진로 교육 고사 우려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기 위한 전국의 많은 교사들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부정이 되고 기초 학력 부진의 원인으로 둔갑한 사실에 기가 막힌다. 객관식 시험 대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며 자신의 삶을 기록해 보도록 했던 교육이 국어 교육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인지…. 

무조건 공식을 암기하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사례를 찾아 발표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지도했던 교육이 참고서를 암기하는 교육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학 공식에 약한 아이들을 위해 그림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비주얼 싱킹이다. 기초학력 신장과 학습에 흥미를 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역사과여서 경우는 많이 다르지만 실제 역사 수업에서도 활용해 보면 잠자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는 모둠할동의 도구로 매우 유용했다. 

실제로 하브루타, 모둠수업, 프로젝트 수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창의력과 협력 신장 등의 목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학력 부진 학생들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기초학력 부진, 진로 적성 교육으로 풀어야 
세상은 바뀌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오로지 공부만 하도록 닦달했다. 그런데 지금은 공부가 아니어도 진정으로 본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올해도 많은 학생들을 전문교과2 위탁 교육에 파견했다. 많은 분들의 염려와는 달리 이들의 새로운 학업에 대한 만족도는 무척이나 높다. 바로 이들 친구들이 교육부가 말하는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직업 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 학생들의 현재 모습은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이 전혀 아니다. 그 어려운 영어 단어를 모두 암기하고 잠만 자기만 했던 수학 시간의 미적분을 해결하며 건축 캐드 수업을 성실하게 받고 있다. 

수업 시간 잠만 자던 학생들이 요리나 미용과 관련된 화학이나 생명과학의 내용들을 암기하고 이해하면서 삶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의 강제 없는 자유스러운 직업 학교 분위기에서도 지각이다 조퇴도 하루 없이 정말 성실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동안 잘못된 잣대로 아이들을 감옥에 가두었구나 하는 반성의 눈물이었다. 이 친구들에게 기초학력이 무엇인지 물어보며 답을 찾았으면 한다.

기초학력 부진의 정의에 대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때다. 교육부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으면 한다. 교육은 절대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토목공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 사진 설명: 군산대 진로 박람회 [사진 출처=군산대]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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