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으로 좋은 전형도, 나쁜 전형도 없습니다. 또 학생마다 적합한 전형은 모두 다르죠. 그 점에서 대입전형은 다양성과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학교는 올해 입학전형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대학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엄태호 연세대 입학처장(행정학과 교수)은 인터뷰 내내 변화 안착과 우수 인재 선발을 위한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입학처에서 만난 엄 처장은 “앞으로 연세대 입학전형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과 수능으로 크게 양분화될 것”이라며 “전형의 다양성을 추구해온 연세대의 지난 입학 기조와 수험생 부담 최소화 등의 사회적 목소리 등을 반영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정시만 확대? 특기자전형 축소로 학종도 확대… ‘수능 최저’ 폐지는 자연스러운 결정

올해 연세대 입학전형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변화는 수시에 적용되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수능 중심 정시 인원을 전년도 대비 12.4%(125명) 확대한 것이다. 다소 큰 폭의 변화에 지난해 4월 발표 당시 교육계 안팎이 술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엄 처장은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은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기에 그 영향으로 학종과 수능의 비중이 늘어나는 건 당연했다”며 연세대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세대의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발표 당시 세간의 이목은 주로 ‘정시 확대’에만 집중됐으나, 변화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학종 모집인원 또한 전년도 대비 120명 늘어 정시 확대 비중과 똑같이 12.4% 증가했다. 특기자전형이 대폭 축소되면서 그 일부가 학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특기자전형의 단계적 폐지 이유에 대해 엄 처장은 “기존 특기자전형은 교내·외 활동을, 학종은 교내 활동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던 것인데, 교외활동 평가에 제한이 생기면서 학종과의 차별성이 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언더우드국제대학 해외고 출신자를 학종으로 선발하고자 국제형을 신설했으며 내년에는 영어로 면접을 실시하는 언더우드계열 외에는 모든 특기자전형을 학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요 변화인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에 대해서는 “정시 확대로 수능 비중이 늘어났으니 굳이 수시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적용할 이유가 없었고, 그렇다고 기준을 낮추면 더욱 의미가 없어지니 아예 없애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매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 전형에서 최종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엄 처장은 “수능이 아닌 다른 요소를 보기 위한 것이 수시 전형인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인해 (이미 전형 결과로 나온) 당락이 영향을 받는 것은 본래의 전형 목적에 맞지 않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엄 처장은 학종에서 면접형과 활동우수형의 차이와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면접형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 성격이 가미된 학종으로 교과 성적 비중이 비교적 높아 일반고 학생 비율이 높다”며 “반면 활동우수형의 경우 전형적인 학종으로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종합 평가하므로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등의 학생들의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또한 엄 처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는 만큼 학종 면접 강화 등의 변화도 있다”고 설명했다.


○ 논술 유형 바꿔 ‘사교육 논술’ 걸러낸다… 내년 논술전형 인원 380여 명으로 축소

이러한 연세대 입학전형의 변화로, 지난 13일 진행된 연세대의 대규모 입학설명회에서는 논술전형이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수시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며 오로지 논술 성적으로만 상위권 대학인 연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 올해 연세대는 수시에서 논술 성적 100%로만 607명을 선발한다. 이에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로또 전형’이라고 불리며 공정성 논란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된 것도 사실. 그러나 이에 대해 엄 처장은 “논술전형을 통해 학종이나 수능전형에서 선발한 학생들과는 다른 유형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며 “다만 사교육 효과와 경쟁률 급상승에 대한 현실적 문제들을 방지하려 여러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먼저 사교육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세대는 올해 논술 유형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엄 처장은 “기존 연세대 논술 유형의 경우 이미 널리 알려져 사교육의 영향력이 크게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문·사회계열 논술과 자연계열 중 수학과목 논술 유형을 바꾸기 위해 현재 출제위원들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세대는 이에 따른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 새로운 유형을 적용한 모의논술을 오는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실시하고 모범답안과 해설을 함께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엄 처장은 “사교육을 통해 오랫동안 훈련을 받은 학생이 유리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유형을 대폭 바꾸는 것은 아니고 기존 패턴을 바꾸는 정도이기 때문에 정말 논술에 실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당황스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며 생길 수 있는 고사장 수용 및 채점 등의 문제 대비책도 논의 중이다.

한편 연세대는 내년에는 논술전형의 모집인원을 올해의 절반가량인 380여 명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엄 처장은 “논술전형을 통해 정말 논술에 특기가 있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제한이 없어진데다 내년에 인원까지 축소되면 합격선이 굉장히 올라, 사교육을 통해 전형적인 답안을 제시하는 학생이 합격하는 사례는 사라지리라 본다”고 밝혔다.


○ 변화 안착 및 유지에 집중… 진정성을 보고 평가하겠다

이처럼 올해 입학전형의 변화 폭이 큰 연세대지만 대입이 전면 개편되는 2022학년도에는 오히려 변화 폭이 비교적 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세대의 경우 이미 올해 변화를 통해 정시 30% 이상 확대를 비롯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의 주요 내용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학년도 기준 연세대의 정원 내 기준 정시 비중은 33%다. 엄 처장은 “정시 비율 산정 세부 조건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교육부가 권고하는 수치에 미달될 수도 있으나 그 또한 큰 변화 없이 충족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수능 체제 개편과 관련한 선택과목 사전 지정·발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확정이 됐고 조만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취합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학이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리 많지는 않아 다른 대학과도 크게 차이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한 엄 처장은 “대입은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연세대 입학전형에 있어 큰 틀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학종과 수능이라는 양대 축이 바로 서면 가능한 변화 없이 입학전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엄 처장은 올해 초 학종을 소재로 해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SKY 캐슬(스카이 캐슬)’을 언급했다. 엄 처장은 “드라마에서 고액의 입시 코디네이터가 화제가 됐으나 대학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과도하게 만들어진 포장을 가려내고 학생의 진정성을 평가해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런 학생은 현실에서는 절대 유리하게 평가받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어떤 전형도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른 전형은 없고 공정성 또한 일률적인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학종 등을 두고 여러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수시는 학생들을 점수 1점, 문제 1개에 희비가 갈리는 정량적이고 기계화된 평가로만 내몰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진정성을 보고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 대학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신뢰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며 “대학에서도 학생과 학부모, 고교와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주요 대학 입학처장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클릭) ① 김성규 서울대 입학본부장 “정시 30% 확대 고심 중… 2022 수능 선택과목은 이달 발표”
(☞클릭) ② 양찬우 고려대 인재발굴처장 “정시 30%는 불가, 교과 늘린다… 수능 최저 일부 완화”
(☞클릭) ③ 정재찬 한양대 입학처장 “학종·교과 면접 추가 가능성도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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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