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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입식 교육이 웬 말?” 지역별 ‘미래교육’ 모색 시도 ‘눈길’

각 시·도교육청 공교육 패러다임 변화 시도 잇따라… 대입 연계가 관건


자기 주도적이면서도 창의 융합적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은 과연 국내 공교육에 정착할 수 있을까?

최근 각 지역에서 공교육 혁신을 위한 과감한 시도가 잇따라 눈길을 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 입시 경쟁 위주의 획일적·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으로 나아가겠다는 방향성 아래 공교육 주체들도 제각기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특히 교육 당국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 중심의 변화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교육 자치 강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로 읽힌다.


○ 대구·제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IB’ 한국 공교육으로 들여온다

최근 교육계 화두 중 하나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IB)’다. 대구광역시교육청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 17일 IB 한국어화 추진 확정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프로그램으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 활동을 통한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과정 체제다. 지난달 기준 세계 153개국 5,288개교에서 운영 중인 교육과정 체제이기도 하다.

각 국가는 보통 정부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IB는 그간 개별 학교 단위로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13년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협약을 맺은 것이 예외적인 사례. 그러나 이번에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은 최초로 교육청 단위로 IBO와 협약을 맺고 IB를 한국어화해 공교육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목이 쏠리고 있다.

IB의 가장 큰 특징은 창의적·비판적 사고 증진을 위한 토론식 교육을 바탕으로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서술형’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고유의 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의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서울, 경기, 충남 등 다른 시·도교육청은 물론 교육계 전반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

대구·제주교육청은 일단 IB를 한국어화해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한 특화 모델을 개발하고 공교육에 안착시켜 2021년부터는 초·중·고에서 모두 IB 인증학교를 운영하고 2024년에는 IB DP(IB 고교 과정) 1기 졸업생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교육을 대비하는 해법의 하나로 IB 한국어화를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며 “IB 교육을 통해 기존 정답 찾기 교육에서 탈피해 생각을 꺼내는 수업을 구현하고 역량 기반 논·서술형 평가 체제를 구축해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제주교육청과 IBO의 IB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 모습. 대구교육청 제공



○ 경기, 고교학점제 3년 앞당겨 전면 도입 “꿈의 교육 만들겠다”

대구·제주교육청이 국제 인증 교육과정으로 미래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 변화를 앞당겨 안착시키고 자체적 혁신 방안과 연계하는 방안으로 미래교육의 길을 찾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11일 오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잡은 것에 비하면 3년이나 앞당긴 것. 이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내 중학교 1학년생부터는 모두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게 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생과 같이 스스로 설정한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획일적이고 입시 성과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역량에 맞춘 자기주도적인 진로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의 진정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기교육청은 여기에 고교생이 대학에 개설된 특정 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꿈의 대학’, 마을공동체 중심의 학교 밖 학교인 ‘꿈의 학교’ 등 자체 혁신 사업을 연계해 교육 패러다임 변화 속도를 가속하겠다는 계획.

이에 경기교육청은 지난 12일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고교학점제 정책 공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날 행사에서 “대학 입시보다 인생 100년이 더 큰 과제”라며 “미래교육은 획일적 교육에서 탈피해 각 학생의 재능, 꿈, 열정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며 고교학점제는 그 길로 가는 첫 관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경기도는 교육부보다 한발 앞서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고 현장 안착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정책 공감 콘서트 모습. 경기교육청 제공



○ ‘입시를 벗어나되 입시를 충족하는 것’이 관건

문제는 대입이다. 미래교육 혁신의 우선 과제가 ‘입시 위주 교육 탈피’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고교생이 ‘우수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는 이들 교육청의 시도가 미래사회에 맞는 인재 양성은 물론 대입 제도와도 현실적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성공적인 안착이 가능하다.

일단은 이들 교육청 모두 대입과의 연계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입 자체가 점차 수능을 중심으로 한 ‘줄 세우기’ 입시에서 탈피해 개별 학생의 고교생활을 주 요소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중심 입시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히려 자기 주도적인 교육과정으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IB나 고교학점제가 대입에서도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는 9월부터 제주도 내 IB 시범 도입을 강력 추진하고 있는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IB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수능을 보지 않고 수시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한다면 IB의 외부평가시험을 통해 외국 대학 진학도 가능하며 IB 시험을 인정하는 국내 대학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의 경우는 정부가 2022학년도 대입개편과 함께 추진하는 사항인 만큼 고교학점제에 적합한 입시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당장 현재 한국의 교육·입시에 너무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제기된다. 새로운 교육 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체제와 충돌이 생길 경우 그 여파는 모두 학생과 학부모, 현장의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며 장기적인 안착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양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해당 지역 지부는 최근 국내 교육과정과의 충돌, 대학·학과 선택권 제한 등을 이유로 IB 도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교학점제 또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이 고교 교육 혁신을 내걸면서도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 30% 이상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고교학점제 정책 공감 콘서트에서도 “당장 정보가 없을뿐더러 기존의 대입 체계 및 교과과정 등과의 괴리가 커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국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이젠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다만 어떻게 무엇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지는 교육 현장의 혼란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IB와 고교학점제 등의 시도 또한 의도는 좋으나 이것이 현재 국내 교육 상황에서 가장 타당한 패러다임 전환 도구인지는 보다 심층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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