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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족 못한 사람만 손해’ 서울대 교과이수 가산점… 고교 현장 바꿀까

서울대가 2022학년도 정시모집부터 도입하는 ‘교과이수 가산점’과 예측 효과

 

 

5월을 기점으로 각 대학들이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라 현재 고1, 2를 대상으로 한 2021학년도 및 2022학년도 대입 청사진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서울대가 지난달 30, 2022학년도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사항으로 발표한 교과이수 가산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서울대는 2022학년도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에서 고교 내 교과이수 충실도를 반영하기 위한 제도로 교과이수 가산점을 신설한다. 교과 성취도나 이수단위와 관계없이 교과목의 이수 여부만 따져 가산점을 준다. 수학 사회 과학 3개 교과군에서 서울대가 제시한 이수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서울대 방식의 수능 환산점수에다 최대 2점을 더해 준다. 학생의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교과목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교과이수 가산점은 과연 성적따라 움직이는 현재 고교의 풍경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 2022학년도 서울대 정시 수능위주전형부터 도입될 '교과이수 가산점'의 부여 기준
  

 

정시에서 수능 성적 +2’, 어느 정도 의미일까?

 

복잡한 대입 제도가 생소한 고1에게는 2점의 가산점이 주는 의미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이 가산점의 무게감을 이해하기 위해선 서울대 정시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서울대 정시모집의 수능위주전형은 다른 전형요소 없이 수능 성적만 100% 반영해 학생을 선발한다. 감점 요소로 출결과 봉사가 일부 반영되지만 서울대 지원자 대부분이 해당 요소로 인해 감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수능 성적으로 줄을 세워 합격자를 가려내는 셈이다.

 

그런데 서울대가 2022학년도 정시모집부터 도입하는 교과이수 가산점은 바로 이 유일한 전형요소인 수능 성적에 최대 2점의 가산점을 더해주는 것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대 정시에서 2점은 충분히 큰 점수라면서 서울대의 수능 환산 점수를 고려할 때 가산점 2점은 수능에서 국어영역 2점짜리 문항 정도의 무게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교과이수 가산점을 얻음으로써 수능에서 한 문제를 더 맞히는 효과 정도는 볼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이 가산점은 서울대 방식으로 환산된 수능 성적에 더해주는 것이어서 그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 서울대는 교과이수 가산점에 대해 서울대학교 산출기준에 의한 수능 성적에 최대 2점을 부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통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 수능 성적은 그 자체로 평가되지 않고 각 대학이 정한 산출기준에 따라 환산되어 반영되는데, 교과이수 가산점은 서울대 입학 사정에 활용되는 최종 환산 점수에 붙는 가산점인 것. 상위 지원자들의 지원이 몰려 합격선이 극도로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는 서울대 정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종 점수에 더해지는 ‘2은 당락을 뒤바꿀만한 점수로 충분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서울대 정시에서 환산점수에 2점을 더해준다면 충족 안하는 사람만 손해라면서 결국 서울대에 지원하는 모든 고교, 모든 지원자가 가산점 최대치인 2점을 얻기 위해 이수 교과목을 설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과이수 가산점, 정말 이수만 하면 되나과감하게 선택하라

 

서울대 입학본부가 운영하는 웹진 아로리 중 입학전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입학본부에게메뉴에는 대입 때문에 듣고 싶은 과목을 수강하지 못한다는 학생의 고민이 소개돼 있다. 자신을 고교 2학년이라고 소개한 이 학생은 서울대 공과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어 물리를 수강하고 싶지만 내신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고민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 강화라는 이상과 대입 제도라는 현실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를 잘 보여준다.

 

이에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 도입되는 서울대의 교과이수 가산점은 그 취지 달성을 위해 성취도나 이수단위 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수 여부만 따진다. 앞서 사례처럼 그간 내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불가피하게 원하는 과목의 이수를 포기했던 경우를 고려한 단서 조항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1은 이 조항을 믿고 보다 과감하게 과목을 선택해도 되는 것일까.

 

서울대 정시를 고려하는 학생 상당수가 철저한 내신 관리가 필요한 학생부종합전형을 병행해 준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고1 또한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내신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진로선택 과목 이수를 고민하는 단계에서만큼은 이러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현재 고1부터는 진로선택과목을 이수할 경우 석차9등급제에 따른 등급 대신 성취평가제에 따라 산출된 성취도만 대입 전형자료로 제공되기 때문. 성취평가제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다른 이수자의 성적에 따라 나의 성적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 이수자가 적거나 우수한 학생이 많은 과목을 선택했더라도 본인의 노력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낸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것. 앞서 아로리에 소개된 고민처럼 수시 지원 시 반영되는 내신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소인수과목 혹은 어려운 과목을 선택했을 때의 불리함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셈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제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표적으로 학생들이 공부하기 어려워하는 과학 과목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모두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이들 과목 성적은 석차등급이 아닌 A, B, C 등의 성취도이라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생각하더라도 진로선택과목을 안할 수 없는 데다 추후 정시에서 주어질 교과이수 가산점까지 생각한다면, 현재 고1은 보다 과감하게 진로선택 과목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고교에선 교육과정 편성 고민될 수도공동 교육과정이 해결책

 

이제 다음 문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받쳐줄 고교의 교육과정 편성 여력이다.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고 싶어도 고교에서 이를 개설해주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 만약 교육계의 예상대로 대다수 고교가 교과이수 가산점을 감안해 다양한 교과 편성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특정 고교만 개별 고교의 사정으로 과목 선택권에 제약이 생긴다면, 이는 서울대의 의도와 달리 고교 간 역량 차이가 애꿎은 학생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전면 개방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송현섭 면목고 교장은 전체 고교의 80% 이상은 서울대가 제시한 정도의 진로선택과목은 다채롭게 개설할 여력이 있을 것이나 교원 수급이나 교육비 등 예산 문제가 달려 있는 지방의 일부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생의 선택권을 100% 보장하는 교육과정 편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송 교장은 다행히 고교학점제 도입을 준비하면서 고교 간 공동 교육과정,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등 기반 제도가 많이 갖춰져 있다면서 직접 고교에 교과목 편성이 어려운 경우 이러한 공동 교육과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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