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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대학 사회와 교수들의 일그러진 민낯

2017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두 자매 성적 조작 사건으로 불거졌던 부모와 자녀의 연구 일탈이 실제 통계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학교 교무부장이던 아버지가 시험지를 유출하여 자녀의 성적이 급등하게 조작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결국 아버지는 파면됐다.

 

그런데 최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사회에서 부모의 연구에 자녀의 이름을 병기하여 연구 실적을 올려주는 소위 무임승차가 공공연하게 자행돼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교수들이 조교와 제자들의 논문에 본인 이름을 병기하거나 아예 자신의 연구로 도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2007년 이후 10여년 간의 대학·학회 논문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대학교수들이 연구에 아무런 참여를 하지 않은 미성년자인 자신의 자녀를 논문 공동 저자로 끼워 넣어 연구 점수를 부여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수 본인들은 이름만 걸고 돈으로 세미나, 논문 게재 등을 해주는 소위 해적학회라 불리는 부실학회에 참가해 국고를 낭비했다.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인 집단인 교수사회의 민낯을 보는 듯해서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 지도층 인사의 올바른 리더십 바로 세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실감한다. 특히 '논문 공저자 끼워 넣기'는 대학입시와도 관련이 있어서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는 법조계의 의견도 있다. 교수사회의 일탈이 파렴치를 넘어 범죄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2007년 이후 10여년간의 대학·학회 논문을 조사한 결과 전국 50개 대학 전·현직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유무명 대학, 서울·지방대학, 국·공·사립대학 구분이 없이 조사대학 대부분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학문분야별 연구윤리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검토자문단 차원에서 '부당 저자 표시 판단 기준' 지침을 마련해 전달했다. 이 지침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 제시, 구체적인 연구 설계 참여, 실질적인 연구 수행 등 기여, 초안 작성 등 공저자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했는지 등의 자체 검증 요구를 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5개 대학교수 7명은 논문 12건에 미성년 자녀가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공저자로 올렸다. 이중 미성년 자녀 8명은 국내외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같은 기간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가조사에서는 더 많은 끼워 넣기가 드러났다. 교수 자녀에 국한하지 않고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등재한 경우는 410건에 달했고 관련 교수는 56개 대학에 255명으로 증가했다.

 

사실 고교 학생들의 연구 실적을 인정하기 위해 도입된 연구 스펙은 이런저런 이유로 논란을 야기해 왔다. 급기야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은 2014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 상의 논문(연구_ 기재를 금하고 있다. 편법으로 작성된 논문이 대입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에서다. 자녀들의 연구 실적을 억지로 올려주는 것은 뒤틀린 자녀 사랑으로 악행이다.대학 교수들의 윤리적 일탈은 부실학회 참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교육부는 부실학회로 밝혀진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 등에 국내 대학 연구자가 참가한 사례를 전수조사했다. 꾸제적으로 악명 높은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은 대표적인 해적학회인 부실학회다. 허위 세미나, 돈으로 논문 등재를 해주는 대표적인 꾸제적 부실학회 낙인이 찍힌 학회다. 문제는 대학 교수들도 이 학회들이 부실학회인 줄 알면서도 소위 ‘눈먼 돈’에 눈이 어두워 얼렁뚱땅 참석한다는 사실이다.

 

대학 교수들의 이러한 부실학회 참가도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90개 대학의 교수 574명이 두 학회에 808차례나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국립대의 한 교수는 11차례나 참가해 3천300여만원의 정부 연구비를 도용했다. 서울 사립대 한 교수는 10회 참가해 2천700만원을, 또 다른 한 교수는 9회 참가해 2천500만원의 연구비를 축냈다.

 

차제에 교육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와 합동으로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 넣기, 저서에 이름 병기하기, 그리고 해적학회인 부실학회 참가 등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리적·도덕적으로 가장 모범이 돼야 할 대학 교수들이 버젓이 일탈을 일삼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특히 미성년자 논문 부정행위는 엄히 다스려야 할 반(反)사회적 범죄다. ㅇ리부에서는 고나행을 주장하지만, 관행도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러한 어른들의 일탈에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교육부는 논문에 이름 끼워 넣기, 부실학회 참가 현황 등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쳐 해당 관련자를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연구 비리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학 무효, 사범처리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를 근절할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의 오래 된 교육 적폐인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이와 같은 대학 사회, 대학 교수들의 일탄에 솜방망이를 휘둘렀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물론 물리적 강제와 처벌보다는 대학 교수와 대학사회의 자정(自淨) 능력이 우선이다. 현재 모든 대학이 연구윤리위원회,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 등이 설치돼 가동 중이지만 여기서 오나벽하게 표절과 연구자 이름 끼워 넣기를 모두 찾아낼 수 없다. 조직의 자정 능력이 건전한 조직을 육성하는 것이다.

 

물론 논문에 자녀 ‘이름 끼워 넣기’와 부실학회 참가로 ‘국고 축내기’에 연구된 교수,연구자들은 엄중하게 처벌해야지만, 미성년자라도 능력에 걸맞게 연구에 참여하여 이름을 올린 자녀인 학생들을 구별해야 한다. 정당하게 부모 연구에 참여한 자녀들의 노력은 당연히 보상받아야 한다. 옥석(玉石)을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즉 미성년자인 자녀 이름을 올린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연구 참여와 기여를 하지 않았는데 부모의 일탈로 무임승차한 사실을 나무라는 것이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대학 사회,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학 교수들이야말로 상아탑의 최고 지성인 집단으로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대학사회가 스스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일탈 행위는 엄벌해서 우리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는 대학, 교수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최고의 지성인 집단이 대학과 교수들의 일그러진 민낯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적폐 청산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아픈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행이 조직의 문제이지 한 두 명이 바로 선다고 고쳐질리 만무하다는 소극적 대처는 금물이다. 이와 같은 연구 윤리 부정 관련 교육 적폐 근절의 출발점은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스스로 실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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