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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듀칼럼] 멋! 그것은 한 사람의 총체다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가 말하는 ‘멈추고 멋을 가꾸는 것의 중요성


어느덧 철쭉이 피었다. 아름다운 연보라색이 의연한 자세로 학교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처럼, 그들은 서로를 아끼고 귀하게 여김으로써 자신의 색과 멋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지만 4월부터 5월까지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으로 이만한 것도 없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알 수 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은 눈을 감동시킨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산으로 들로 나가지 않아도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임에 틀림이 없기에 계절에 맞는 모습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들이 드러내고 있는 모든 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멋이다. 누군가가 ‘봄에는 왜 꽃이 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봄에 꽃이 피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한 답도 있었으나 여러 사람이 내놓은 답 중 가장 마음에 들어온 답은 ‘자신에게 맞는 멋을 내려고’였다. 과학 교사인 내게 이 답이 들어온 이유는 멋이라는 말 때문이다. 한겨울에도 하늘거리는 옷을 입거나, 계절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은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나름의 멋을 내려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읽는다면 지나칠까.

그런데 한 사람의 멋은 외모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모든 면에서 함께 드러난다. 그 정도는 깊은 샘에서 길러 낸 물맛과 얕은 개울의 그것 차이로, 깊은 맛이 있는가 하면 천박한 수준인 경우도 있다. 0.3초 만에 결정된다는 첫눈에 반했다 할지라도 몇 마디의 말에서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이처럼 겉모습이 같아도 한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천양지차다. 

특히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다. 요즘 버스를 타면 어른이 있든 없든, 말쑥한 차림의 학생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 비속어가 심심찮게 섞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의 멋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 이들은 그것을 자신의 멋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가끔 찾아와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다. 첫인상도 좋았지만 태도가 갈수록 마음에 드는 학생이다. 그 이유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을 보면서 학생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를 갖췄다는 생각도 한몫을 하지만 무엇보다 그 학생이 나뿐 아니라 다른 학생을 대할 때 사용하는 언어와 태도에 있다. 일부 학생들은 가끔 수업 중에도 비속어를 섞어 말한다. 문제는 그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관형사나 부사쯤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세태에 이 학생이 갖춘 예의와 태도는 학생으로서 갖춰야 할 ‘멋’에 걸맞기에 굵고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

학생은 학생으로서 갖는 멋이 있고, 어른은 어른으로서 멋이 있다. 어느 것이 더 깊고 향기로울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에 맞게 행동할 때 멋은 향기마저 품는다. 이것은 자신을 바로 볼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어찌 내면뿐일까. 오늘 내가 했던 행동, 말, 다른 사람에게 대했던 모든 것이 보인다. 바로 이것이 비법이다.

그래서 멈춤은 멈춤이 아니라 나아감이다. 자신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를 보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온 길을 돌아보면서 가야 할 길을 살피는 과정은 멈추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멈춤은 자신을 온전히 비춰주는 거울이다. 외모도 거울에 비춰봐야 옷매무새를 알 수 있듯이 내면도 멈춰야 알 수 있다.

분재는 한 그루 나무를 디자인한 것이다. 철사로 동여매고, 끌로 갉아내고, 톱으로 잘라내 그것이 갖고 있던 고상한 품격을 드러낸 것이다. 사람도 자신이 본래 가진 품격을 멋있고 향기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다듬어야 한다. 모난 부분을 정으로 쪼갤 것인지 더 드러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다듬어 나가는 과정에서 멋은 쌓여간다. 향기도 따라서 더해진다. 그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은 당연하다. 찬 겨울의 멈춤을 통해 지금 찬란한 자신의 멋을 뽐내는 봄꽃을 보며, 학생들도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며 멋을 가꾸어가길 기대해본다.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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