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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실형 선고… 전국 곳곳에서 고교 내신 둘러싼 소동 여전해

동아일보 DB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의 1심 최종 선고가 23(오늘) 나왔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에게는 징역 3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7년에는 못 미치지만 기존의 고교 학사비리에 견주어 봤을 때 상당히 무거운 처벌이다. 정의와 공정을 가르쳐야 할 교육자의 신분으로 개인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벌인 이기적 비리에 경종을 울린 선고다.

 

고교 내신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혔던 숙명여고 사건은 법적 처분을 받게 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일년이 다 되어가도록 고교 내신 시험을 둘러싼 현장의 잡음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치러진 고교의 올해 첫 지필고사를 두고도 전국 곳곳에서 소동이 잇따랐다. 고교 내 내신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개인의 부정행위에 더해 교사와 학교의 시험 관리 부실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내신 부정행위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일인가

 

최근 강원 삼척의 한 고교에서 3학년 A군이 동급생 10여명의 중간고사 서술형 답안지를 몰래 고친 것이 적발됐다. 조사 결과, A군은 중간고사 이후 대체휴일에 교무실에 몰래 잠입해 자신과 성적이 비슷하거나 더 잘하는 학생 10여명의 영어와 국어 시험 답안지를 골라내 연필로 적힌 주관식 정답을 오답으로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1점이라도 더 좋은 내신을 받기 위한 고교 내 경쟁이 과열되다 못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 사례다.

 

내신 시험의 관리감독 부실과 같은 구조적인 원인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숙명여고 사건 이후 시험지 및 답안지 보관 매뉴얼을 보완하는 등 학업성적관리지침을 일제히 강화하고, 인쇄실과 시험지 관련시설 등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실제로 강원도교육청도 이러한 지침에 따라 당시 도내 114개 고교에 CCTV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시험 답안지를 수정하는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 문제가 발생한 삼척의 고교에는 CCTV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설치가 예방적 조치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례의 경우 별도의 잠금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돼 있던 객관식 답안지(OMR 카드)와 달리 서술형 답안지가 교사 개인 서랍에 보관돼 있어 A군의 범행이 가능했다. 앞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에 판결을 내린 재판부도 고교 내부의 정기고사 성적의 입시 비중이 커졌음에도 처리 절차를 공정히 관리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숙명여고 사건 이후 시험지와 답안지에 대한 접근 권한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등 학교 현장에도 변화가 생겼으나 시험 관리체계에 대해 여전히 안일하게 생각하는 면이 일부 있는 듯하다면서 학교와 교사도 경각심을 갖고 보안과 관리체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수능 출제오류만 문제? 고교 시험 출제오류로 인한 혼란도 커

 

시험지 유출이나 답안지 조작 등의 명백한 부정행위만이 내신 시험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문제 하나에 배점이 소수점으로 쪼개 매겨질 만큼 내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응시 학생 모두에게 큰 혼란을 주는 부실한 시험 관리도 내신 시험에 대한 불신을 깊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기도 한 고교에서는 교사의 출제오류로 정답이 세 차례나 바뀌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옳은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르도록 한 수학 문제의 정답이 ,으로 발표됐다가 이의제기 과정에서 <보기>에 제시된 ㄱ,,ㄷ이 모두 옳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정답으로 정정된 것. 출제 교사가 ㄷ에 틀린 내용을 넣으려다 실수로 옳은 내용을 넣은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정답 변경 이후 기존 정답인 번을 선택한 쪽이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학교는 번과 번을 모두 정답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답이 분명한 수학 과목에서 옳은 것을 모두 고르라는 문제의 취지를 고려할 때 ㄱ,ㄴ만 고른 번과 ㄱ,,ㄷ을 모두 고른 번이 함께 정답(正答)’이 될 수 없었고, 여러 비판 끝에 이 학교는 결국 번을 유일한 정답으로 최종 정정했다. 학교 측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두고 내신 시험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올해 고려대 생명과학부에 진학한 이태민 씨는 상위권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내신 성적에 백분위 하나까지 굉장히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출제오류로 전체 정답이나 복수 정답 처리가 되면 등급과 백분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재시험을 치른다 해도 이전에 문제를 맞혔던 학생에게는 또 다른 불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출제오류는 내신 시험에 대한 신뢰도를 뚝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이 내신 제도의 공정성에 큰 타격을 주는 시험 출제오류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떤 형태로,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공식 통계조차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 상 내신 시험의 출제오류 및 그로 인한 처리 결과를 학교가 교육부나 교육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교사 실수로 시험지 덜 줘750명 재시험

 

고교 내신이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내신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한 내신 성적이 뒤바뀌는 상황은 물론 내신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은 사안 하나에도 학생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고교 시험에서의 형평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대구의 한 고교에서는 감독 교사가 실수로 10여명의 학생에게 시험지 일부를 전달하지 못해 750명이 재시험을 치르는 일이 벌어졌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1학년과 3학년이 줄마다 교차해 앉아 있는 시험실에서 감독 교사의 실수로 뒷줄에 앉은 일부 학생들에게 시험지가 1~2장씩 덜 배부된 것이 문제가 됐다. 시험지를 못 받은 것을 깨달은 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하자, 교사는 시험지를 덜 받은 학생뿐 아니라 해당 교실에 있던 모든 학생에게 5분씩 추가 시간을 더 줬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는 다른 교실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다고 판단, 결국 문제가 된 1학년 350여명의 국어 시험과 3학년 400여명의 영어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향후 대입에서도 내신에 쏠린 무게감은 여전하다. 2020학년도에도 전체 4년제 대학 모집정원의 66.8%232,513명이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선발된다. 그 중에서도 내신 성적을 정량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비중은 42.4%에 이른다. 2021학년도에는 학생부 위주 전형의 선발 비중이 67.1%로 늘어난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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