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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학년에 수업 몰고, 3학년은 수능자습' 상산고에 자사고 자격 있는가?

-창의·자율 교육하겠다면서 편법 수업해 온 상산고 실태 '팩트 체크'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탈락 논란, 본질을 봐야 할 때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 여부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핵심 기준 돼야


전라북도교육청이 6월 20일 상산고의 자사고 지청 취소를 교육부에 요청키로 하면서, 자사고 존폐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전북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점수는 79.61점이었다. 기준 점수인 80점에서 0.39점이 모자란 수치다. 이번 평가로 상산고는 2003년 자사고로 지정된 이후 16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될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상산고 이슈와 관련해 전북 전주고 권혁선 교사로부터 의견을 들어봤다. 상산고와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고, 이전부터 상산고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에 대해 심도 깊은 분석을 해온 분이기에, 상산고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탈락 논란, 본질을 봐야 할 때 


시간에 지날수록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에는 도교육감이 상산고의 비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실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산고가 홍보한 내용 그대로 275명이 의대에 입학했다고 국회에서 발표했다가 ‘팩트 체크’까지 당하는 촌극이 발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거기다 졸업생이 증언한 상산고의 실상까지도 기사화돼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진흙탕 싸움이 돼 버린 형세이다. 하지만 좋다. 점점 본질에 가까운 진짜 싸움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싸움의 본질은 과연 상산고가 자사고 지정 취지에 맞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실제로 운영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니 말이다.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시 성산고의 교육 과정의 변칙 운영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해 왔다. 당시에는 이런 주장을 도교육청에서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교육청은 심지어 전체 31개 평가 지표 중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을 5점 만점, ‘기초교과 편성 비율’을 5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철저하게 교육과정 운영 실태를 면밀하게 비교·분석해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상산고 수업 실태 '입시학원 저리 가라'  


그렇다면 상산고는 그동안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해 왔을까. 상산고의 2017학년도 입학생 3개년 교육과정을 보면, 자연계열의 기본 교육과정 181단위 가운데 국·영·수 비중이 103단위(자유선택 3단위 제외)로 무려 56.9%르 차지한다.

국·영·수 교과목은 교육 과정 다양성을 위해 50% 이상 편성할 수 없다는 지침이 있었지만, 상산고는 자사고라는 특권을 이용해 수학능력시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과정을 편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상산고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국·영·수 비중이 높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실화된 교육 과정을 편성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3학년 교육과정에 심화 학습과 거리가 먼 수학연습Ⅱ와 같은 교과목을 편성해 운영하는 모습을 볼 때, 외부에서 판단하는 수학교육 전문학교라는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수학연습Ⅱ를 명목상의 수업 교과목으로 올려두고, 실상은 그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능 대비 자습을 시키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실 적지 않은 일반고들이 인문수학, 자연수학과 같은 과목들을 3학년 학생들에게 수능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줄 목적으로 편성한다. 상산고에서는 수학연습II가 그 역할을 한 것이다. 즉, 상산고의 교육과정은 수능 대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일반고와  다를 것이 없다. 

고급수학Ⅰ의 경우도 자율선택이기 때문에 치열한 내신 경쟁을 감안했을 때 소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반고만도 못한 자사고 교육과정 


과학과목의 경우도 공통과학은 편성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학I은 3과목, 과학II는 2과목만 이수하도록 했다. 오히려 대부분의 일반고가 공통과학과 과학I 4과목을 모두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자사고의 교육과정이 일반고만도 못한 것이다. 

일반고인 전주고를 예로 들면, 과학공학 계열 학생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2학년 때 과학실험을, 3학년 때 고급과학 과목을 운영해 희망전공 관련 심도 깊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고에서도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육과정을 확대 편성 운영해 학생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창의·자율 교육을 하겠다며 만들어진 자사고가 교육과정에서부터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자사고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 융·복합능력을 함양토록 하는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상산고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수 있는 자사고 권한을 이용해 교과 시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과정 다양하게 운영하겠다는 구실로 일반고와 비교할 때 1, 2학년의 경우 하루 1~2시간 이상 수업을 더 편성 운영한 것이다. 

이처럼 무리한 교육과정 편성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생들로부터 자기주도 학습권을 박탈하고 입시 중심 수업을 해왔다는 의심도 드는 대목이다. ​​​​​​

게다가 3학년 교육과정에는 상산고가 자랑하는 양서 읽기, 자율탐구, 행사활동 등의 다양한 창체활동을 보기 힘들다. 1학기에는 2단위, 2학기에는 이마저도 사라져 0단위이다. 

그런데도 상산고 3학년 교육과정은 일반고보다 10단위 정도 적게 편성돼 있고,  그마저 자율학습 위주로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무위키 '상산고' 부분에 설명돼 있는 3학년 항목을 보면 상산고의 3학년 수업운영 실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 나무위키에 기록된 상산고 교육과정 운영 실태



팩트를 알면 답은 쉽게 나온다 


2017년 10월 윤은혜 교육부장관은 "전국 자사고 44개교의 국·영·수 과목의 수업단위를 조사한 결과 65.9%에 달하는 29개교가 기준을 초과해 운영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고·자사고는 소수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한 경로로 변질되면서, 교육의 기회평등과 교육의 사다리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며, “개성과 진로적성을 우선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등으로 자사고‧외고 등 설립취지가 무색해진 만큼, 이들 학교들에 제공된 우선 선발권 및 교육과정 자율권 등 특혜를 축소해 서열화된 고교체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설명대로,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할 것은 교육과정을 자사고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했는가가 돼야 한다고 본다.

만일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해 학생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실천한다는 자사고의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교육에 몰입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아닌 학원과 다를 것 없는 입시 교육을 했다면 자사고 재지정은 반드시 취소가 돼야 할 것이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화려한 대학 진학실적이나 입시 결과를 평가지표로 삼는 입시만족도 평가가 아니다. 순수하게 교육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과학고와 외국어고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일반고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한다. 하지만 자사고의 경우 일반고 교육과정과 차이가 거의 없고, 오히려 많은 수가 수능 학습 위주의 편법 수업을 실시한다. 

수업을 1, 2학년에 몰아놓고 3학년 때는 수능 자습을 시키는 자사고를 학생 특성에 맞는 창의적 자율적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로 인정해야 할까? 팩트를 알았다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 전북교육청, 상산고와 군산중앙고 2곳의 자사고 지정 취소 발표 [News1 문요한 기자]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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