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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의 운명 가른 ‘교육과정 다양화’ 대체 뭘까? 하나고 교육과정 보니

서울=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로 서울 시내 자사고의 운명이 크게 엇갈렸다. 평가 대상 14곳 중 61%에 해당하는 8곳이 탈락하고 오직 6곳만 살아남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고교를 대상으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에 걸쳐 평가 결과에 대한 의견과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지정취소가 예고된 서울 자사고 8곳은 이 자리에서 재지정 평가 기준과 지표의 불합리함 등 평가의 부당성을 적극 주장한다는 계획이다.

 

재지정에 탈락한 고교들이 평가 결과를 뒤집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선 가운데 한편으론 서슬 퍼런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고교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하나고다. 하나고는 재지정 평가 전부터 감사 항목에서만 최대 12점의 감점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며 탈락 1순위로 꼽혔으나, 실제 평가에서는 평가대상의 61%가 대거 탈락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았다. 이런 반전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평가 결과 가른 핵심 요소는 교육과정 다양성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는 6개 영역, 12개 평가항목, 32개 평가지표로 구분해 실시됐다. 6개 영역은 학교운영(30) 교육과정운영(30) 교원의 전문성(5) 재정 및 시설여건(15) 학교만족도(8) 교육청 재량평가(12)이다. 이 중 학교운영과 교육과정운영 영역에 매겨진 배점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크다.

 

서울시교육청은 고교 서열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각 학교가 얻은 총점과 영역별 세부 점수 등이 공개하지 않았으나,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당시 나온 내용을 토대로 각 학교의 운명이 어디서 갈렸는지는 추정해볼 수 있다.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지정취소가 예고된 8개교는 건학이념과 자사고 지정 목적에 맞는 학교 운영을 위해서 중장기 학교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려는 노력,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과 선행학습 방지를 위한 노력 등에서 상당수 학교의 평가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힌 반면 하나고에 대해선 학교 운영 영역이라든가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많은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두 집단의 평가에서 겹치는 대목은 교육과정이다.

 

지난 17일 교육부에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를 제안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도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이었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도 교육과정 다양성 확대를 명분으로 도입된 자사고가 그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평가 반전 이뤄낸 하나고교육과정의 다양성 어떻기에

 

그렇다면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영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하나고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실제 재지정 평가는 여러 복합적 지표에 의해서 이뤄졌겠지만, 그 중 외부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교육과정의 운영일 것이다. 하나고는 교과 편제에서부터 일반 고교와 차이가 있다. 하나고는 무계열·무학년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대다수 일반 고교처럼 계열이나 학년에 따라 정해져 있는 교과목별 이수단위의 틀 안에서 교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수만 제시된 트랙안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교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학교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교육과정 편제표를 살펴보면, 올해 입학한 고교 1학년은 공통 교육과정인 1학년을 제외하면 2~3학년 때는 학기별로 ‘4단위 7과목+2단위 2과목또는 ‘4단위 6과목+2단위 3과목으로 각각 구성된 2개 트랙 중 하나를 골라 그 조건 안에서 자유롭게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사회과학 통계학 수학세미나Ⅰ △퍼블릭스피킹과 프레젠테이션 시사영어 영어 비평적 읽기와 쓰기 등 개설 과목 또한 다양해서 일반 고교에 비해 교과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이와 함께 하나고는 수업 내용적으로도 탐구형 수업이나 토론·발표활동의 비중을 높이고,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 하나고 2019년 입학생의 3년간 교육과정 단위 편제표 및 개설과목



출처:학교알리미

 

 


비교과 영역에서도 특색 있는 운영이 돋보인다. 2019년 기준 하나고에 개설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교과 프로그램이 29,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92개다. 특히 정규 수업을 보충하는 성격의 교과 프로그램보다 체육미술음악연극 등 특기적성 프로그램의 수가 훨씬 많은 것이 특징적이다. 서울 지역 고교의 학교당 방과후학교 평균 강좌수는 27.8개로, 교과 프로그램이 22.3,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5.5개다.

 

하나고의 개교준비위원으로 초창기 교육과정 설계에 참여했던 전경원 교사는 교육과정 설계도 중요하지만 계획만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실제 교육과정의 운영이 설계의 목적대로 동일하게 운영되느냐도 중요하다면서 하나고의 경우 대학에게 수시로 찾아와 교육과정의 실제 운영 모습을 확인하라고 할 만큼 교육과정을 설계 취지대로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 "대입 제도 공고한데… 입시 위주 교육, 포기할 수 있나"

 

그런데 자사고는 자율형사립고라는 본래 명칭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보장받는 고교다. 하지만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고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과 선행학습 방지를 위한 노력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자사고에서는 이와 같은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어려운 것일까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대부고 등 몇몇 고교가 교육과정 다양화를 시도운영하고 있지만 광역 자사고는 상황이 조금 달라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하나고와 같이 운영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고교에서 대학 진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무작정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시도하기에는 학력수준의 차이나 내신 산출의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입시 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 진학이란 현실적 고민을 가진 학생, 학부모를 두고 고교가 일방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것. 교육 혁신의 결과가 하나고가 아닌 다른 고교에서도 동일한 진학 실적으로 뒤따라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전 교사 또한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나 기존의 여러 관행과 맞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의지의 문제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학 입시제도가 초고 교육을 예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시 위주 교육을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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