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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면접관’이 대학 신입생 선발… 인공지능, 입시 풍경도 바꿀까

“지원동기에 대해 말해주세요.”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의 수험생이 면접관의 물음에 답하기 시작한다. 수험생 앞에 놓여있는 것은 다름 아닌 컴퓨터. 모의 면접이나 화상 면접인가 싶겠지만, 컴퓨터 속 인공지능(AI) 면접관에게 면접을 보는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며 일상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한 AI 기술이 올해부터는 대학 입시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경복대는 올해부터 전국 대학 최초로 신입생 선발 과정에 AI 면접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육군사관학교 또한 올해 진행되는 80기 생도 선발부터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해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여기에 고려대는 앞서 지난해부터 서류평가 단계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나서 향후 입시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5일 경복대에서 열린 AI 면접 시연에 참여한 학생이 AI 면접관의 지시에 따라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남양주=뉴시스 



○ AI 면접관이 “합격입니다”

경기 포천시와 남양주시에 캠퍼스를 둔 경복대는 2020학년도 수시 신입생 선발부터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최근 언론을 대상으로 AI 면접 시연회를 열었다. 국내 대학 중 대입 과정에 AI 면접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은 경복대가 최초다.

30분가량 진행되는 AI 면접은 공통 질문과 개인별 맞춤 질문, 게임 등을 통해 수험생의 역량을 파악한다. AI는 수험생의 답변에서 자주 쓰는 어휘를 분석할 뿐 아니라 수험생의 얼굴 68곳에 점을 찍어 미세한 표정과 색 변화까지 읽어내 성향과 적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경복대는 오는 9월 시작되는 2020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부터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해 종합 성적의 10~20% 수준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AI 면접을 신입생 선발에 도입하는 대학은 또 있다. 정예 장교 양성을 목적으로 한 특수대학 성격의 육군사관학교(육사)도 앞서 2020학년도 생도 선발부터 AI 면접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육사는 다음 달 26일부터 9월 27일까지 진행되는 2차 시험 과정에서 AI 면접을 실시한다. 육사의 경우 올해는 시범 도입 단계로 AI 면접 결과를 일부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예정이나, 시범 도입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는 평가 배점에도 점진적으로 반영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권 육군인사사령부 인재선발지원처장은 “AI 면접 체계 도입에 따라 평가의 공정성 증대, 시간과 예산의 절약, 지원자 편익 증진 등 육군의 인재 선발과 관리 전반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자소서 읽는 ‘AI 입학사정관’ 등장?

AI 평가 시스템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면접 단계에서만이 아니다. 한정된 인력으로 수천, 수만 명의 지원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서류평가에서도 AI는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 수험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나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읽는 ‘AI 입학사정관’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실제로 고려대는 지난해 치러진 2019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에서 진행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 ‘AI 입학사정관’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 수험생의 자소서를 분석하는 데 활용했다. AI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통해 자소서의 유사도 등을 검색하고 자소서를 파악하기 쉽게 정리한 것. 고려대는 AI를 활용한 서류평가 기술을 꾸준히 더욱 발전시켜 신입생 선발의 정확성과 효율성, 공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려대 인재발굴처 관계자는 “현재 개발업체와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관련 데이터가 쌓이고 더욱 발전된 AI 기술이 개발되면 자소서 뿐 아니라 학생부 등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선 올해 변화를 시작에도 대학 입시에도 AI 평가 시스템이 본격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AI 평가 시스템이 롯데그룹, 기아자동차, 국민은행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 채용 과정에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힘을 보탠다. 국내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 선발에 AI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대학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많은 수험생이 선호하는 고려대와 육사가 AI 기술을 시범적으로 평가에 적용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기계가 사람 판단” 거부감… 또 다른 사교육 등장 우려도

그러나 AI 평가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재의 AI 기술로는 ‘면접관’이나 ‘입학사정관’의 역할을 대체하는 데 있어 여러 한계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기계가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거부감도 상당하다.

충북의 한 고교생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AI가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서 “AI에게 평가를 받아 원하던 대학 입학에 탈락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AI라고 해도 기존 진행된 평가 데이터를 통해 평가하는 것 아니냐”며 “과연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고 했다. 이어 “AI 기술이 도입된다고 하면 또 거기에 맞춰 새로운 사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AI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 대학들 또한 AI가 아직 평가 전체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다. 경복대 관계자는 “AI 면접을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잣대로 활용하기보다는 지원자를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추가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으며 육사 관계자 또한 “AI 면접을 도입하더라도 최종 판정은 사람인 전문위원에 의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빅데이터 연구소장(경영학과 교수)은 “아직 AI 기술이 인재 선발의 당락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발전되지 않았다”면서 “외국에서도 AI 평가가 실시되고 있으나 아직까진 평가보다는 상담이나 서류 필터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학 입시는 기업 채용보다 높은 공정성이 요구되는 만큼 AI 기술이 더욱 발전한 후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신중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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