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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타임 슬립, 100년 전 ‘나’는?

시간을 뛰어 넘어 과거나 미래로 가는 상상은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현재가 아닌 엉뚱한 시간 속에 떨어진다는 ‘타임 슬립(time slip)’이나 기계를 만들어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하는 ‘타임머신’은 영화나 소설에서 애용되는 소재다. 시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역사 교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간의 흐름을 배움으로써 오늘의 우리를 이해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많지만, 어려워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 방대한 내용과 시간의 거리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역사의 내용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고민했고, 시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타임 슬립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올해는 임시정부와 3·1운동 100주년인 해로 그 어떤 해보다 의미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이 만들어져 아이들에게도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00년 전 나는?’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그 시대를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쓰기 활동을 계획해봤다.

 

우선 교과서의 내용만으로는 그 당시를 입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판단에 동료 선생님들과 협업해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일제 강점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학 작품과 영상 자료를 모았고, 수업시간에 해설을 덧붙여 소개해줬다. 예전에는 어렵고 낯설던 문학 작품을 시대적인 내용과 함께 학습하니 이해가 쉬웠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드라마를 볼 때 많은 흥미를 보이며 빠져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스터 션샤인'을 이미 봤던 아이들도 역사적 사실을 알고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고,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전 활동 후, 당시를 살아가는 ‘나는 어떤 모습일지 쓰게 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양한 내용을 접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잘 표현했다. 

 

역사 수업 시간에는 별 의욕이 없어 보였던 A는 안중근 의사가 사형장으로 향할 때의 심정과 시선을 담담하게, 마치 지금 그 자리에 자신이 있는 것처럼 A4용지를 빽빽하게 채웠다. B는 글 속에서 그 시대의 농민이 되어 녹두 장군 전봉준을 동경하고 응원하지만, 힘든 현실 속에서 지켜만 보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평소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던 C의 글은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친일을 했을 것이다’로 시작한 그의 다음 글은 단 한 문장, ‘죽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였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하던가. 이번 수업은 교과서보다 더 다양하고, 영화보다 더 생동감 있게 당시를 살았던 많은 사람의 생각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방향이 이러한 부분들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쓴 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이러한 시간 여행이 아이들에게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시간 여행을 위해 더 많이 읽고 배우고 생각하며 아이들의 시선에서 하나하나 배워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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