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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교실 창가에서] 국어 문법이 갖는 의미

“선생님, 국어 문법은 너무 어려워요.”

 

아이들이 문법 단원의 내용을 배울 때면 하는 푸념이다. 어떤 내용을 설명할 때는 영어 문법을 연결해서 설명해야 알아듣는다. 실생활의 언어에서 예시를 들어주고, 문법을 좀 더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도 여전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문법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사실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이미 생활 속에서 언어를 자연스럽게 쓰고 있기에 문법적인 부분을 굳이 왜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이다. 사실 문법은 어렵다. 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문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으면 관련 규정을 찾아보고 그래도 의문이 생기면 국립국어원에 질의해 가르치곤 한다.

 

문법 비중 약화에 대한 우려
아이들 말대로 ‘몰라도 잘 쓰고 있는데 왜 배워야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문법이야말로 학교 교육을 통해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다시피 통신매체의 변화에 따라 언어의 파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언어의 경제성 측면에서 줄여 쓰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원칙과 기준을 알고 변형해서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SNS 공간에서 자신들만 알고 있는 은어로 소통하고, 줄임말을 쓸 때 재미와 사용자 사이의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문법적인 요소를 알지 못하고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단문 중심의 문장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필수 성분까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글보다는 말에 가까운 특성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원래 문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조차 잊고 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필수 성분이 필요한 이유는 정확한 의미의 전달과 이해를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생략에만 익숙해지고, 무엇을 생략했는지 알지 못한다면 오해가 생긴다.

 

무엇보다 어휘 차원의 문제가 심각하다. 신조어의 탄생은 언어의 창조성과 관련하여 당연한 현상이지만 기존의 문법 체계를 파괴하고, 초성 자음만 사용하여 표현하거나 비속어에 어원을 둔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낱말은 나름의 어원과 역사를 갖고 있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써야 바르게 쓸 수 있다.

 

끝으로 문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 문제가 크다. 외국어의 표기를 발음 나는 대로 편하게 하면 안 되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외국어 표기규정은 발음을 정확히 적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통일된 쓰기를 통해 혼란을 줄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처럼 문법의 본질적인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고와 가치 형성에 큰 영향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영역은 공통국어(독서와 문학)와 선택 과목(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으로 분리된다. 선택 과목에 있어 ‘화법과 작문’에 대한 부담을 적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두 과목의 난이도 차이에 따라 점수 보정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문법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학습 부담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시험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으로 인식되면 지금보다 소홀하게 다룰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바른 언어 사용을 통해 올바른 사고와 가치를 형성시켜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그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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