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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벌떡’ 일어나 존댓말로 발표하라!

 

교사가 던지는 질문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표하는 아이들, 일상 수업을 공개하고 교실에서 겪은 어려움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해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교사들, 수업 시간마다 모든 학급에서 시끌벅적한 토론 한마당이 펼쳐지는 학교. 누구나 꿈꾸는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직접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곳, ‘벌떡수업’을 실천하는 대전전민초등학교다. 
 

벌떡수업은 ‘자발성’과 ‘자율’을 강조한다. 발표할 때도 교사의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발표하고 싶은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여러 명이 일어났을 때도 학생들끼리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순서를 결정한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조가많배’, 조금 가르치고 많이 배우는 방법을 지향한다. 교사는 그저 질문을 던지고 멍석만 깔아줄 뿐이다. 
 

벌떡수업의 경험은 동료 장학을 통해 공유된다. 수업 실패담, 동료 교사의 학급 경영 등 이야기는 두서없이 이어진다. ‘목마름 장학’이다. 서로의 목마름을 더해 갈증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행사성 장학과는 거리가 멀다. 일상 수업을 함께 살피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이재균 대전전민초 교장이 있었다. 그는 교사 시절인 1996년부터 10여 년 동안 ‘자동화반 학급 경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교장은 “숙제가 없어도 스스로 공부하고 발표 내용을 연습하며, 청소 당번이 없는데도 서로 봉사하겠다던 아이들, 그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 양심 점수를 매기고 시상식도, 재판도 했던 학급이 바로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됐던 자동화반이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반 이야기를 들으면 과장한 게 아니냐 오해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교사의 강요나 훈련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냐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지요. 시간이 흐른 후, 학생들의 자발성을 자극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을 알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 20년이 지나 자동화반이 벌떡수업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벌떡수업의 첫걸음은 ‘짝토론’이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발표를 꺼리는 이유로 두려움을 꼽았다. 하지만 옆에 앉은 짝 앞에서는 떨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한 대답을 할 때도 벌떡 일어나 말하는 친구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과정을 몇 번만 거치면 말문이 터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서 짝토론의 두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는 일어서서 말하기, 둘째는 존댓말 쓰기다.
 

“일어서는 행동은 습관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할 말이 있을 때 일어선다는 건 의사의 확실성을 의미하거든요. 더 중요한 사실은 자발성이에요. 누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선 것만으로도 학생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죠. 존댓말은 상대방에 대한 매너예요. 언어도 습관입니다. 존댓말을 사용하는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출 수 있게 하지요.”
 

벌떡수업이 자리 잡자 자신의 학급 경영 방법과 학생들의 토론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교사들이 생겨났다. 교실의 벽을 허물고 작은 노하우와 경험도 나누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토론 실력을 겨루는 ‘소나기(소통, 나눔 기쁨) 1탄’ 행사가 마련됐다. 교사가 없는 교실에서 40분 동안 수업 관련 주제로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이 교장은 “가능할까, 생각했던 소나기 1탄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이 경험은 다른 반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하고 토론하는 소나기 2탄 행사로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대전전민초에서는 이를 ‘수업 새 바람’이라고 부른다. 
 

“인사발령을 받고 처음 이곳에 온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웠다고 해요. 교장의 특강, 동료들의 수업 이야기, 벌떡수업, 목마름장학 어쩌고 하는 것들에 겁이 덜컥 났다고요. 결실을 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선생님이 고생했을까 생각했대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면서요. 우리 학교의 벌떡수업을 알려야겠다, 마음을 먹었지요.”
 

대전전민초의 수업 개선 도전기는 교육 에세이 ‘벌떡수업’에 고스란히 담겼다. 벌떡수업은 두 권으로 구성됐다. 1권은 하/열/가(하마터면 열심히 가르칠 뻔했다), 죽은 수업, 발/시/마(발표를 시키지 마라), 대한민국 심폐소생술에 대해 말한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 교사들에게 가르치지 말라고, 발표를 시키지 말라고, 숙제가 없어야 더 많이 공부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특히 학부모의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권에선 벌떡수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짝발표, 목마름장학, 소나기 등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벌떡수업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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