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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혁신’하는 한국, ‘순응’하는 일본

-냉정한듯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일본인들의 태도는 언제부터 형성된 걸까?


지난 8월 4일, 일본 TBS 방송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에게 한국 경제제재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4%가 찬성한다고 나타났다. 그나마 중립적 언론사라고 할 수 있는 NHK 조사에서도 55%가 찬성했고, 우익신문인 산케이에서는 무려 67%의 찬성률을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처럼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여론 등에서 이러한 상황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안팎으로 크게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요인은 자유무역질서를 깨트리고 전례 없는 일방적 수출규제를 단행한 점, 과거 한국에 전쟁 범죄를 저질렀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대응하는 뻔뻔한 태도 등에 있다. 

경제 전쟁에 대응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태생적 온도 차이. 역사 속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자.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매거진 9월호 68p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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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 때부터 시작된 일본 국민의 ‘수동적 태도’ 


한국의 경제제재를 찬성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본인들의 ‘수동성’. 그 이유는 근현대사를 겪으며 달라진 국민들의 의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재 일본의 문화, 경제, 사회 구성에 큰 영향을 준 ‘메이지 유신’이 있다. 

조선이 한창 쇄국정책을 펴고 있을 때 일본은 ‘메이지 유신(1868)’을 통해 변혁을 시도했다. 기존 쇼군(장군) 중심의 막번체제를 무너뜨리고 왕이 다스리는 ‘왕정복고’를 통해 지방권력을 중앙에 집중시켰다. 이때 일본은 재정 수입의 2%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유럽 서구사회에 엘리트로 구성된 사절단을 보냈다.

메이지 유신은 봉건적 요소와 개혁적 요소가 혼재된 특징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일본식 계급제도 철폐를 들 수 있다. 표면적으로 사농공상의 계급제도 폐지였지만 실제로는 지배계급의 특권은 남긴 채 피지배계급 간 직업선택의 자유만 보장한 조치였다. 

한편, 최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겨우 25% 남짓. 이 같은 수치는 일본인의 절반 이상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른 유럽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정치 무관심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마치 ‘정치는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하는 행위’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런 결이 다른 일본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그들이 갖고 있는 ‘태생적 수동성’에 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수많은 피와 땀의 결정체인데 반해, 일본의 민주주의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미국에 의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20년 넘게 정체되고 있는 일본 경제.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 외교관계에서 커다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어리석은 결정에 비판 없이 순응하고 있는 대다수의 일본 국민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뼛속 깊이 밴 일본의 ‘이중성 문화’ 


오랜 정치적 무관심 속에서도 ‘혐한시위’가 끊이지 않는다거나 서점에 ‘혐한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만큼 한국에 대한 극단적 분노감을 표출하는 이들 또한 일본인이다.

미국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인은 최고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불손하면서도 예의바르며 유순하면서도 분개한다.”

이는 일본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부분이다. 겉으로 드러내는 마음과 진짜 속마음이 다른 것, 이를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 사회. 이처럼 일본 사회에는 ‘이중성 문화’가 뼛속 깊이 배어 있다. 



‘알맞은 위치’ 운운하는 빗나간 ‘우월의식’ 


일본의 이중적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혐한’은 우리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기분이 나쁘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부를 받아들일 수는 없어도 일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국제관계를 아직도 계층적 사고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꾸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는 1940년 일본이 독일, 이탈리아와 체결한 ‘3국 동맹’ 전문에 잘 드러나 있다. 

“3국 정부는 세계만방이 각자 알맞은 위치를 갖는 것이 항구적 평화의 선결 요건임을 인정함으로…” 

7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기서 말하는 ‘알맞은 위치’를 벗어나려는 것이 바로 일본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모습이다. 여전히 한국은 일본의 하위국가여야 한다는 일부 우익들의 빗나간 우월의식.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그 ‘알맞은 위치’에서 벗어나고 있는 한국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일본과 다른 한국의 ‘능동적 정서’, 미래 원동력 될 것 


지금껏 일본은 조선,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서 세계 최고로 불려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에 그 자리를 하나 둘씩 내주기 시작했다. 문화산업에서도 일본은 이제 한국에 뒤처져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본의 만화산업도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웹툰에 밀린 초라한 처지가 됐다. 

일본은 점점 적응이 익숙한 사회로 굳어가고 있다. 이와는 달리 동학농민운동에서부터 3·1운동, 4·19혁명, 80년대 민주화 운동, 가장 최근 광화문에서 있었던 촛불시위까지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을 이겨낸 한국은 능동적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여전히 수동적인 자세로 과거의 영광을 꿈꾸는 일본, 그리고 옳고 그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국. 이런 수동성과 능동성의 차이가 한국과 일본의 미래를 바꿔나갈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이 가진 능동적 정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 <나침반 36.5도> 9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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