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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 없어진 학종은 학종일까… 교사는 두렵다

개편 수술대 오른 학종, 현장 교사 생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 지시에 따라 개편 대상 1호로 수술대에 오른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를 토대로 비교과영역 ‘폐지’를 포함한 강도 높은 개편방안을 검토해 다음 달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달 30일에는 학종 연구·도입을 선도하며 모든 수시 전형을 학종으로 운영해온 서울대가 학종 공정성 확보를 위해 2021학년도부터 현직 교사로 구성된 학종 면접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의 새로운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편에선 ‘학종 보완’이 아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 또한 수그러들지 않으며 대입제도를 둘러싼 교육계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정작 대입의 주체 중 하나인 고교 교사의 목소리는 대입제도 개선을 위해 급박하게 진행되는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 고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교육과 평가를 담당하며 학종의 주요 전형요소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작성하는 일선 교사들은 여론의 ‘정시 확대’ 요구와 학종 개편방안으로 거론되는 비교과영역의 폐지 등 최근의 논의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린 제13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에서 “현재 학종은 사회적 불신이 큰 만큼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학생부 비교과영역 폐지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제공



○ 고교 교사 10명 중 8명 “수능은 아니다”… 왜?

대입 개혁의 대상이 이미 ‘학종’으로 좁혀진 상황에서도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개편 논의의 계기가 된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의 화살이 그간 ‘금수저 전형’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학종에 오롯이 쏠린 탓이다. 이에 일각에선 문제가 많은 학종 대신 상대적으로 ‘공정’한 정시를 늘리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시 vs 수시’ 또는 ‘수능 vs 학종’이라는 프레임의 논의가 재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장 교사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대입제도 논의를 이분법적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옳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다 ‘줄 세우기식’ 평가인 수능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길러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교육과정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대다수다.

실제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전국 고교 교사 8091명을 대상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입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설문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의견이 확연히 드러난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운영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대입전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4%는 학종을 꼽았으며 이어 28.4%는 새로운 대입전형이라고 답했다. 반면 수능은 응답자의 16.9%만이 선택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수능은 현재의 교육과정과 2025학년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 것. 현재의 수능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적절한지 묻는 질문에도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4.4%에 그쳤다.

대입제도개선연구단 연구위원인 장광재 광주 숭덕고 교사는 “학종 축소를 요구하는 여론과 달리 고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수능 위주 전형보다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 현 교육과정은 물론 앞으로 도입될 고교학점제에도 더욱 적합하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불공정성 논란도 있었으나 학종은 공교육 정상화 등 학교 현장의 긍정적인 변화도 이끌어온 만큼 ‘수시 vs 정시’의 대결구도로 비율을 논하기보다는 학종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교원단체 중 하나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비롯해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등도 최근 공동 입장문을 내 “수능 확대는 공정성 확대가 아니라 교육의 퇴행”이라며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정시 확대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은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교육청에서 대입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위한 포럼을 열고 전국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공



○ ‘비교과’ 폐지하면 공정? “학종 취지 무색 불공정은 또 옮겨갈 것”


그렇다면 “정시 확대는 없다”고 선을 긋고 학종 보완을 논의 중인 교육당국의 최근 행보에 교사들은 동의할까. 여기에도 입장 차는 있다. 교육부가 비교과 영역을 폐지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비교과는 학생부에 기재되는 내용 중 교과 성적 즉 내신이 적힌 교과영역을 제외한 기록을 의미한다. 이른바 ‘자동봉진’으로 불리는 자율·동아리·봉사·진로 등의 창의적 체험활동이 대표적인 비교과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입시 비리 의혹이 보여주듯 부모의 개입으로 비교과 영역에서의 경쟁이 불공정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교육부는 아예 비교과영역을 폐지해 학종의 공정성을 보완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이미 학생부 교과영역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 있는데다 앞서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소논문 기재 폐지, 자율동아리 기재 개수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학생부 기재 개선방안이 마련돼 올해부터 학교 현장에 차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배정홍 양산 범어고 교사는 “학종이 교과영역 중심으로 재편되면 학생부교과전형과 차이가 없어진다”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앞서 지난해 나온 학생부 기재 개선방안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있는 만큼 비교과영역 평가 배제를 고려하기보다 정해진 기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사도 “(이미 현장에 적용 중인) 학생부 기재 개선방안으로 외부 조력에 의한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비교과영역의 상당 부분이 축소되거나 기재하지 못하도록 조치됐다”며 “교사가 학생 평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그 기록이 학종의 핵심 평가요소가 되게 하고 대학의 평가 인력은 고용 안전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정성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학종에서 비교과영역이 폐지된다고 해서 공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역량과 잠재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학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비교과영역을 폐지하면 학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내신 경쟁이 더욱 가중되며 불공정 논란은 교과영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학종의 본질을 흔들면 그간 학종을 통한 구축해온 학교 교육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고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재 영역이나 항목을 바꾸기보다는 기재 내용의 학교·교사 간 격차를 해소하고 대학의 학생부 기반 면접을 강화하는 등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대입제도 논의에 현장 교사를 비롯한 교육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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