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수시 전형기간 학종 실태조사에 난감한 대학가·성난 학부모

-2016~2019학년도 전형단계별·평가항목별 자료 요구
-대학 “평가 집중 어려워… 12월 이후에 실시했어야”
-고3 수험생·학부모 “평가 결과에 영향 미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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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를 파악하겠다며 교육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대학과 고3 수험생·학부모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수시전형 기간에 실태조사를 실시해 큰 혼란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13개교를 대상으로 학종 운영 전반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기한은 오는 10일까지 열흘 남짓이다. 당장 학생 서류평가 업무에 시간을 쏟고 있던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자료 요구까지 겹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자료량도 상당한 규모다. 교육부가 13개 대학에 요구한 자료는 2016학년도부터 2019학년도까지 4개년치다. 제출 서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신청서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 ▲교직원 자녀 지원자·합격자 명단(회피·제척 명단) ▲자기소개서 평가자료와 결과 ▲전형단계별·항목별 평가결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평가자료 ▲합격자 출신학교 유형 등 30개 항목이다. 사실상 지난 4년간의 대입자료 전체를 제출하라는 셈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출 서류 마감기간인 10일 이후에도 학종 조사단에서 조사 대상 학교 전체 또는 대학별로 보완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상시로 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실태조사 실시 기간이 대학 입학처의 업무가 가장 바쁜 시기라는 점이다. 지난달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대학은 30~45일간 서류평가를 거쳐 11월 말까지 단계별 평가업무에 몰두한다. 대학가에 따르면, 이 시기에 입학사정관 한 명이 약 한 달 동안 평가하는 서류를 전부 합하면 1000여건에 달한다. 전형 기간 내에 평가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야근과 주말 근무도 불사한다. 앞서 주 52시간 근무 예외 대상에 대학 입학처를 포함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을 정도다.

이번 실태조사 실시로 올해 대학 입학처의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A 대학 입학 담당 관계자는 “올해 수시 전형기간과 실태조사 기간이 겹치면서 자료를 준비하느라 평가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육부는 올해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을 고려해 수시전형 평가가 마무리되는 12월 이후에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실태조사 실시로 학종의 불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아예 입을 굳게 닫은 입학 관계자들도 늘었다. 학종 실태조사와 관련한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B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학종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너무 심해서 언행을 극도로 자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실태조사로 수험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불안감도 더욱 커졌다. 평가 과정에서 특정 학교 출신 학생이 불이익을 받거나 고교생활 3년간의 비교과 활동이 평가에 포함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에 ‘50만 수험생을 기만한 교육부를 해체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이번 학종 실태조사는 정부가 대학에 특목고·자사고 학생을 뽑지 말고, 학생부 비교과를 평가에 포함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라며 “3년간 성실히 학종을 준비한 아이들이 입시를 치르는 와중에 이게 무슨 짓이냐”고 반발했다. 청원 글에는 현재(4일 오후 2시 기준)까지 3375명이 동의했다. 고3 학부모 박모씨는 “수시 전형기간에 대입제도를 손보겠다며 실태조사를 벌이니 애꿎은 고3 아이들만 불쌍해졌다”며 “올해 아이가 지원한 수시전형에서 제발 불이익이 없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고3 수험생 역시 이번 실태조사가 수시전형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 대상 13개교를 선정한 이유로 학종 선발 비율과 특목고·자사고 학생 선발 비율이 높은 학교라는 점을 꼽았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학종에 지원한 김모(서울 강남구)양은 “특목고·자사고 비율을 기준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면 대학에서 그 비율을 임의로 낮추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혹시나 평가 결과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수능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편, 교육부는 이달 말 13개 대학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부 비교과 영역 폐지와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등 대입제도 전반을 살펴 내달 중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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