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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육부, 초등학교 VR 제한했는데…

- 교육부 ‘초등학교에서는 VR 헤드셋 이용 자제’ 공문
- 의학적 논쟁 사항 “눈 건강에 영향” vs “근시 유발↓”
- 일선 교사 “교육 효과 커… 지도하에 안전하게 이용”
- ‘VR 전반적인 부정적 인상 줄까’ 커지는 산업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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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VR 체험을 하는 모습. / 조선일보 DB


교육부가 이달부터 초등학생의 가상현실(VR) 기기 이용을 제한했다. 학생 건강을 우려한 조처다. 그러나 VR 기기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학계의 이견이 커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는 이달초 학생의 VR 기기 이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VR 콘텐츠 활용 유의사항 안내’ 공문을 받았다.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일선 학교로 하달한 공문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에서는 헤드기어 형태의 VR 기기(VR HMD·이하 VR 헤드셋) 이용을 자제하고, 스마트패드 또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VR 콘텐츠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 VR 헤드셋이 아동 시력 저하? … 의학계는 ‘논쟁 중’

교육부는 시력발달 단계의 아동에게 VR 헤드셋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는 조선에듀에 보낸 공식 의견서에서  “VDT(Visual Display Terminal·모니터, 스마트 폰 등 디스플레이 장치)의 부작용인 안구건조증, 근거리·원거리 조절장애, 과한 빛 자극으로 인한 망막신경 이상 등은 VR 기기에도 적용되는 부작용”이라고 밝혔다.

근시와 사이버멀미도 우려된다. 학회는 “시력발달 단계에 있는 8세에서 10세 어린이는 원거리·근거리 조절 능력이 미성숙해 가성근시나 어지러움증이 나타날 수 있고, 안구에 근접한 VR 기기는 근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VR은 시자극만 주기 때문에 장시간 헤드셋을 쓰면 사이버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동의 VR 기기 사용에 따른 직접적인 부작용 보고는 없다”며 “이는 연구의 윤리성 측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VR 헤드셋이 아동의 눈 건강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소견도 있다. 서영우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해 미국안과학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VR 헤드셋을 이용한 6세~15세 아동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근시가 감소했다. 서 교수는 “VR 헤드셋 사용이 근시를 유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사이버멀미도 VR 콘텐츠가 아닌 기기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급격한 시선 이동을 경험하는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저품질의 VR 기기를 사용했을 때 부작용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콘텐츠, 하드웨어, 시청 방법에 대한 적절한 지침 아래에 VR 헤드셋을 사용한다면 소아도 눈 건강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당혹스러운 일부 교사, 반발 조짐 보이는 산업계

뚜렷한 결론이 없는 가운데 정부가 VR 기기 사용을 제한하자 일선 교사 사이에서는 당혹감이 흐른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교육에 VR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는 VR로 시공간을 넘어선 학습 경험을 제공해 왔다. 우주로 이동해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보거나, 중생대 공룡을 관찰하는 식이다. 이런 학습활동은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수업 초반에 짧게 진행한다. VR을 보는 시간은 30초에서 2분가량으로 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광주 한 초등학교에서 VR활용 교육을 해온 최만 교사는 “VR 교육을 스마트패드나 스마트폰으로 하면 몰입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부에서 ‘자제하라’고 지시하면 학교에서는 금지된다”며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에 실감형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VR 교육을 도입해놓고 스스로 제한하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산업계에서는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수형 클래스VR코리아 대표이사는 “학교 관계자들이 VR 기기 구매를 취소하는 등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용 VR 콘텐츠의 경우 이동 없이 정지된 상태에서 돌아보는 경우가 많아 사이버 멀미 등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도 작은데 이러한 점들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VR이 유해하다는 인식이 학부모 사이에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산업계에서는 조직적인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파급이 학교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여러 업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VR 교육 기기와 콘텐츠를 가정에 보급하고 있다. 국내 260여개 회원사를 둔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VR이 어린이에게 끼치는 다양한 영향을 검토한 뒤 입장을 발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치 않은 반응에 VR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교육부 관계자와 지난 14일 실무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 교육부 “교육 VR 기기에 관한 가이드라인 필요”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지침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용 VR 기기 제작 인증기준이 부재하다는 게 이유다. 현재 정부의 VR 기기 제작에 관한 지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전부다. 교육부 이러닝과 관계자는 “인증기준이 확립돼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허용하기 어렵다”며 “VR 콘텐츠의 교육적인 효과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인증기준이 나온다면 교육에 VR 기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증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교육부의 소관이 아니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교자재를 만드는 것까지 교육부의 소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과기부, 문체부 등 유관부처와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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