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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 리포터] 정시 확대 논쟁에 숨겨진 교사의 역할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화제다. 대통령은 정시 비중을 늘리겠다고 국회에서 공언했다. 바로 전날 교육부장관이 학종의 공정성 제고를 우선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정반대되는 말이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반대하며 나섰다. 


이어서 25일, 정부는 학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특정 고교 유형에 유리하고 사교육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대학입학전형은 적극적으로 폐지를 유도하겠다며 11월 중에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얘기했다. 또한 고교서열화의 문제 역시 서열화된 고교체계가 수시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미 충분히 논란이 된 사안에 한 가지 글을 더 얹는다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공정성에 관한 이 논란은 결국 교사의 역할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의 충돌이라고 생각한다. 내신시험 평가, 학생부 기록, 고교서열화 모두 결국 교사의 역할로 귀결된다.


기존 교사의 역할은 스포츠 경기의 코치와 같았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코치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스포츠를 지도하고 상대를 분석해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며 훈련이나 경기 중에 끊임없이 선수를 독려한다. 이 모습은 마치 정시체제에서 교사의 역할과 유사하다. 정시체제에서 교사는 교과를 지도하고 수능문제 유형을 분석해서 푸는 법을 가르치며 계속해서 학생을 독려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교사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기존 코치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교사가 심판이자 선수의 역할을 하게 된다. 내신 시험이나 수행 평가에서 교사는 심판이 된다. 학생부를 기록하거나 추천서를 작성할 때 교사는 직접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가 된다.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심판이자 선수인 교사의 이 역할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비중의 크기가 다를 뿐 역할 자체는 비슷하다.


(사진=픽사베이)

모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정시를 늘리자는 안건은 결국, 교사의 역할을 코치로 한정하자는 의미다. 이 때 학교 교사 대신 더 좋은 코치를 고용할 수 있는 돈을 가진 사람들은 더 좋은 코치를 찾아나설 것이다. 이 것이 정시 체제에서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유다. 타당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는 국가공인 코치를 고용함으로써 사교육을 줄이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수능에 EBS를 반영하게 된 이유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어떨까? 교사가 심판이 된 대회 즉, 내신시험이나 교내 대회에서는 참가자는 별도의 코치를 고용한다. 수능을 위한 준비 역시 기존대로 코치를 계속 고용한다. 마지막으로 선수로서의 교사 역시 믿지 못해 코치를 고용해 선수인 교사를 압박한다. 이 모든 과정이 사교육 비용이 들어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종 체제에서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 역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무엇이 사교육을 유발하느냐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별도의 코치를 고용하는 것은 모두 돈이다.


사교육비용을 제외하면 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정성이다. 선수 한 명이 한 개의 대회를 준비하던 때에 비해, 지금은 선수가 대회도 여러 개를 준비하고 어쩌다보니 내가 참여하는 것이 아닌 코치가 참여해 결과를 내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강의를 통해 비슷한 코치를 고용할 수 있던 때에 비해, 지금 내가 만난 교사가 선수로 뛰는걸 막을 수 없으니 코치 수준이 비슷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 바로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다.


결국 교사의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교사의 역량이 필수적으로 상향평준화가 되어야 하는데, 정시 찬성론자들은 바로 이 교사의 역량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교사들의 자기연찬에 대한 노력을 저평가하는 사람들이다.


(사진=픽사베이)

스포츠계에서도 명코치가 되는 편한 방법은 명선수를 지도하는 것이듯, 정시체제에서 교사의 역할은 오히려 코치로서 역량을 갈고닦기보단 그저 좋은 학생을 찾아 그 학생에게만 집중하는 단점을 낳았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는 심화반이라는 이름으로 공부 우열반을 나누었고,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는 교사들이 생겨났다.


학생들 역시 선수로서 역할만 강요받았다. 특별한 꿈을 갖거나 해보고 싶은 일은 모두 수능 이후의 일이 되었다. 0교시부터 야간자습까지 학생들은 훈련을 거듭했고 끊임없이 수능 준비만을 했다. 


한편 학종 체제에서 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이 늘어남에 따라 자발적으로 연수를 기획하고 듣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선수로서 역할이 낯설은 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을 계발하거나 자신의 비중이 적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배워온 것을 바탕으로 학교현장에는 다양한 참여중심 수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양한 평가방식이 도입되고 교사들은 심판으로서 자신 역시 계발해나가기 시작했다. 


학생들 역시 선수로서의 역할 이외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다. 학생들은 자기 학생부를 꾸려나가는 설계자가 되었고, 자신의 꿈을 고민하는 탐구자가 되었다. 더 나아가 행사를 주최, 주관하는 리더가 되었다.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 진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 시간이 모두 훈련 시간이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학생 역시 학교에서의 시간들을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학종 체제에서 변화해온 현상이다. 교사가 선수이고 심판이 되기 때문에 개별화되고 다양한 교육이 생겨났다. 그 결과 학생들도 자신의 꿈을 고민하며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를 뒷받침해준 것은 대학에서 수시로 뽑는 학생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시의 비중이 높아지면 학교에서는 필연적으로 정시를 대비해야한다. 줄어들었던 코치로서의 역할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하고 있던 모든 것들은 다시 퇴행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 공정성에 대한 논쟁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일은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이지, 정시비중의 확대가 아니다. 이 시기에 정부가 교사들에게 해야할 일은 교사의 역량 강화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지, 교사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부디 정부가 다시 한 번 교사의 역할에 대해 숙고해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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