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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기고] 정시‧수시 비율 조정 문제 아닌데...4월 총선용 정책?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교육부에서 정기적으로 위탁 운영하는 국가교육과정포럼에 가보면 거의 가을마다 고교 대학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상적이라면 고교 대학 연계 프로그램이 어떤 교육과정 협력과 같은 부분이 주가 되어야겠지만 항상 주는 대학 입시이고, 멤버 또한 대학 입학처 중심이 된다. 


구성 멤버로 보면 입학처, 교육과정 학자, 장학사, 교사, 학부모, 교육부 연구사가 포함되지만 교육과정 학자는 주관자, 장학사, 교사, 학부모는 어디까지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사이드메뉴일 뿐 메인은 입학처다. 이 현장에서 입학처는 학부모들로부터 모진 비판을 받고는 한다. 


항의하는 학부모들은 언제나 비슷하다. 여러 가지 교육 참여활동 기록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하면서 왜 선발되는 학생은 필기 점수가 좋은 학생들이냐고. 이에 대한 입학처의 대답은 똑같다. 결국 뽑고 보면 필기성적 좋은 학생들인 걸 어떻게 하냐고. 왜 우리만 나쁜 놈이냐고.


그렇다. 대학은 어떤 전형이든지 성적 좋은 학생들을 원한다. 미국의 HYPSMC와 비슷한 한국의 SKY를 비롯해서 모든 대학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대학 내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대학 입시 정책과 일선 고교를 포함한 대학 외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대학 입시 전략 사이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큰 차이들이 존재한다. 즉 대학의 눈치 싸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수시 도입 초기...추가합격 대란이 일어난 이유 


우선 수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학생의 잠재력 평가 및 소위 정부의 공정성 개념 문제를 떠나서 수시가 없던 시절에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서울대 및 자기 대학보다 서열이 높은 대학으로의 연속되는 이동에 따라 연속되는 추가합격 발표 대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입학식 바로 전까지도 계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 전형 도입을 통해 대학에서 소위 우수한 학생이라는 고기들을 미리 납치, 즉 잡아 둘 수 있어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수능 과목 선택에 대한 문제가 있다. 현재 대학 교수들은 모교 출신 교사들에게 자기 학과 및 계열에 꼭 필요한 과목들, 특히 과학탐구 Ⅱ 과목들을 꼭 가르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솔직히 그 대학에서 그렇게 요구하려면 적어도 해당 학과 입시에서 그 과목을 응시하라고 자격을 주어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는데, 대학 입장에서는 자기 대학보다 상위 대학에서 해당 과목 응시 지정을 해 버리면 절대 그 과목을 응시 지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당연히 학생들이 자기 대학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Ⅱ 과목 필수는 서울대 지원자만 할 수 밖에 없다.



대학의 눈치싸움...라이벌 대학과 비슷한 전형 실시하지 않아 

 
또 지난 이야기이지만 연‧고대 입시를 보면 절대 같이 모집 요강 발표를 하지 않는다. 만일 연대에서 논술 전형에 초점을 두어 발표를 하면 고대는 바로 논술 전형을 약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발표를 하고, 다른 전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왜냐하면 라이벌 대학과 비슷한 전형을 하면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서울사대와 서울교대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서울교대 면접 다음날에 서울사대 면접을 본다. 물론 면접 유형이 비슷하면 학생들이 같이 준비하겠지만 면접 유형이 달라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두 대학에 모두 1차 합격을 해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할 수 밖에 없고 하나는 버려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내가 보게 된 대학의 눈치 싸움과 속내들의 일부분들이고, 대학 입학처에서는 이런 속내들로 인해 밤을 새기가 일쑤이다. 이처럼 대학 입시 정책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진=픽사베이)



정시를 선호하는 학교는 어떤 학교?..학교 속내도 복잡


솔직히 교사들은 무턱대고 정시나 수시 중 어느 하나를 맹종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당연히 어느 지역에 근무하느냐에 따라 본인의 자녀가 어느 학교 군에 재학하느냐에 따라 본인이 만나는 학부모와 학생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상대적으로 강남에 위치한 학교들과 광역 자율형 사립고들은 정시 확대를 반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특히 연령대가 높은 교원들이 많은 학교들도 정시 확대를 반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강남과 광역 자율형 사립고들은 재학생들의 줄 세우기 학업성적으로 보면 더 많은 대학입학 시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후자의 학교들은 학생 참여형 활동을 하기에는 체력적으로나 너무 벅차 강의형 수업들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시보다는 정시를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공정성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만 사실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결국 대학입학시드를 확보하는 게 다인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입학시드는 정해져 있으니, 위의 학교의 대학입학시드가 늘어나면 당연히 대부분의 학교들 특히 강북과 지방학교들은 그만큼 대학입학시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비평준화 학교이다. 그리고 입학 설명회를 이번 주에 다 실시한다. 입학 설명회를 앞두고 강남, 자사고, 강북, 수도권, 지방 학교 선생님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의견들을 들어 보았다. 물론 우리가 겉으로는 정시 모집 비율 확대, 수시 모집 비율 축소에 대해서 따지는 것 같고, 학부모 눈에는 당장 그것이 우선 보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지만, 강남이라고 해도 자사고라고 해도 그 속내는 매우 복잡했다. 


우선 강남의 학교들은 사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사교육업계와 마찬가지로 최우선순위시드를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정시보다 수시가 상대적으로 합격자 비율이 적다 보니 최근 몇 년간에 걸쳐 수시전형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학교 교육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계속 보완해 왔으며 교사들의 노력 끝에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시 확대 정책이 발표되면서 기존의 노력들은 다시 물거품이 되고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 보통 40% 정도쯤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수시 이월 인원 5% 가량을 무시하더라도 50%를 넘어서면 강남에서도 당장 전체 합격자 수는 늘 수 있지만 학교 내 성과보다는 당연히 학원의 성과로 치부될 수밖에 없고 학교 수업은 학생들의 관심 밖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본고사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있다.


또 자사고 선생님들은 강남 학교 선생님들과 비슷한 입장이긴 하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기존 강남 일반 학교보다 당연히 입시 실적이 좋았고, 상대적으로 강남 학교에 비해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편이며 교육 활동 또한 그 안에서 충분히 소화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걸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주된 관심은 정시 확대보다는 자사고 폐지 일반고 전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사고를 폐지하면 기존에 쏟아 부었던 막대한 재정비용 뿐 아니라 메리트가 많이 떨어진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지원 감소 및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번 상산고 사태 때 정부 및 교육부의 태도와 2025년은 다음 정권이라는 불확실성에 따라 대다수 관계자들은 자사고 폐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여전히 강하다.


현재 고교 재학생 수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재학하는 강북, 수도권, 지방 학교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초상집 분위기다. 물론 조국 장관 자녀 문제로 인한 수시 전형 개선이 필요한 것은 공감하지만, 그게 정시 확대로 이어져야 하냐는 것이다. 


사실 현 정부 집권 초기 연세대 등에서 발표한 정시 확대안에 따르면 학종, 학교를 제외해도 논술 전형 인원을 정시로 이동시키고 수시 이월 인원을 생각하면 학종, 학교를 제외해도 충분히 실질적 정시 인원은 40% 이상 나올 수 있다. 


법령을 바꾸지 않고 서울 소재 15개 대학만 인원을 늘린다고 해도 사실 대한민국의 모든 고교 진학의 초점이 그 대학들이고, 그 대학들에 맞추어 지방학교들도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 가릴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입학시드에 대한 대대적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제껏 대학 입시가 그래왔던 것처럼 시험에 따른 줄 세우기형 정시 확대 전형으로 가게 되면 학교에서 그 동안 운영하고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참여했던 각종 교육활동들은 당연히 학생들이 참가하지 않게 되어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런 예산들은 모 지방 장학회들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처럼 서울의 유명 학원 강사들을 초빙해 이른바 될 만한 아이들에게 집중하여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소외계층을 위한 전형 인원은 최대한 유지한다고 하지만 그 인원 자체가 극소수라서 일선 학교 전체에는 별 영향이 없다. 


결국 사교육계의 배만 불리고 학교 교육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픽사베이)

꼬리를 무는 의문들...정책 신뢰, 방향성 잃었는데 정부만 몰라 


물론 이게 모두의 의견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침에 보니 정부의 정책을 과거 논란이 되었던 설치류의 행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직 리더 하나가 가는 방향대로 무작정 따라가는 설치류들처럼 만일 잘못된 길에 다다르면 같이 다 죽을 수 있는 그런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고민해야 할 것은 정시 비율 확대 이슈가 아니라 정부의 교육 철학 이슈가 아닐까 싶다.


물론 교육부는 당정청과 미리 협의하고 있어 큰 줄기는 같다고 하지만, 정부의 발표 전날 교육부 발표와 정부 발표가 전혀 다르게 이해될 수밖에 없다는 점들, 그리고 학생 진로에 따른 선택 과목 중심 교육활동에 근거한 고교학점제 추진 정책이 정시 확대 문제와 과연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냐는 강한 의문들. 


그리고 지금 지지율로 미루어 봤을 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시 확대 정책 및 자사고 폐지 정책이 과연 다음 정부에서 실현 가능할까 하는 강한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들,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데도 이렇게 추진하면 기존부터 불거진 교육청의 무상교육 소요금액 분담 거부 문제가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강한 불안감들. 


결국 내년 4월이 총선이고 내년 3월 31일이 사전 예고제 데드라인이니 총선 표를 위한 맘대로 정책이 될 것이라는 일리 있는 지적과 전망들로 미루어 보아 현 정부의 교육 철학 및 현안 문제 인식 정도와 정책 수립의 원동력들이 더욱 방향을 잃고 수렁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들로 인해 실제 대학 입시와 깊이 관련된 교육 공동체들 즉, 학부모, 학생, 학교, 지역사회들은 큰 혼란에 빠져 버렸다. 


여기에는 단지 정부와 교육부만 동의하지 못하는 듯하다.


보수든 진보든 이전 정부도 현재의 정부도 그랬다. 지난 정부 때는 인수위 시절 교육정책을 우선 수립한다며 다 만들어 놓고 일단 대통령이 당선되니 교육 정책들이 다 휴지조각처럼 되었다. 


이번 정부는 상산고 사태 때 정부와 교육부의 대응 그리고 이번 정시 확대 정책 추진 방향 들을 보며 이건 정시 수시 비율 조정이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도 교육에 대한 홀대, 좀 더 심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을 그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물론 현 정부의 교육 참모들이 사교육계 구성원들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일부 동감하는 게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공교육 현안과 콩도르세의 공교육 철학을 깊이 생각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거 문제를 조금 떨어뜨려 놓고 그저 정시 수시 비율 조정이 아니라 어느 방향이 정말 교육공동체가 원하는 방향인지를 고찰하는 시간을 현 정부가 가졌으면 좋겠다. 


학생, 학부모, 교사, 입학사정관, 지역사회 구성원, 사회인들도 좀 만나면서 자사고, 특목고, 강남, 강북, 광역시, 지방 다 가리지 말고 깊은 시간을 통해 교육정책을 제대로 세웠으면 좋겠다. 


어느 정부든 교육공동체가 주인 되는 교육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정부의 어떠한 정책이라도 결코 신뢰받을 수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노병태 경북영광고 전문상담교사
노병태 경북영광고 전문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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