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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영향력, 입시에 반영되지 않게 하겠다’ 했지만… 수시나 정시나 ‘도긴개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개혁 관계 장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5일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모의 힘이 자녀의 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반영되도록 제도 전반을 손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달 발표한다. 이번 대입 개혁안은 앞서 유 부총리가 밝힌 것처럼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지는 교육 대물림을 끊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교육 대물림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핵심 방법이 '정시 확대'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의 브리핑이 있기 하루 전인 24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개최한 14회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학술대회에서는 대학의 수시전형은 교육대물림을 강화하는가란 주제의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부모 교육수준 높을수록, 자녀 최종학력월평균임금 높아

 

민숙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과 이세웅 미주리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는 제14회 KEEP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대학의 수시전형은 교육대물림을 강화하는가논문을 통해 부모의 교육수준이 자녀의 교육수준과 관련이 있는지, 수시전형 입학이 부모의 교육수준과 자녀의 교육수준 사이의 관계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검증했다연구 자료로는 한국교육고용패널(KEEP)1차년도~12차까지의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코호트 자료가 활용되었다.

 

분석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교육 대물림이다. 분석 결과, 부모의 교육연한이 길어질수록 자녀의 최종 학력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사회경제적 수준과 문화적 수준 등 여러 기타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부모의 교육 수준이 자녀의 교육 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의 대물림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특히 부모의 교육수준은 교육의 대물림을 넘어 자녀의 노동시장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교육 연한이 높을수록 자녀의 월평균 입금도 높은 경향성을 보인 것. 이와 함께 부모가 자녀 교육에 보이는 관심도도 자녀의 월평균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유의미한 변수로 꼽혔다.

 

 

부모의 영향, 수시 출신자와 정시 출신자 사이 유의미한 차이 없어

 

부모의 교육 수준이 자녀의 최종 학력 및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연구자들은 동시에 대학 입시 전형이 이러한 영향을 강화하는지도 비교 분석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 전형 변수는 결과를 크게 뒤바꾸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입시 전형과 부모의 교육연한 사이 상호작용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한 분석에서, 부모의 교육연한이 높은 수시모집 출신자와 부모 교육 수준이 동일한 정시모집 출신자의 최종 학력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 이에 연구자들은 부모의 교육수준과 자녀의 교육 수준의 관계가 특정 입학 전형에서 더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던 월평균 임금 분석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일단 대입 전형 변수가 포함되더라도 기존에 나타난 부모의 교육연한과 자녀의 월평균 임금 간의 유의미한 관계는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즉, 수시 전형, 정시 전형과 같은 대학 전형 변수는 그 자체로 자녀의 월평균 임금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는 변수가 아니었던 것.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다음이다. 부모의 교육연한이 높은 수시모집 출신자와 부모 교육 수준이 동일한 정시모집 출신자 사이에 월평균 임금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이를 토대로 연구자들은 수시 전형이 교육의 대물림이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부모 학력의 역할을 강화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수능도 부모의 교육 수준, 사회경제적 요인과 긴밀한 관계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교육 수준이나 월평균 임금을 높아지는 경향성은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처럼 그러한 경향성이 수시 전형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 해당 논문의 결론이다. 

 

연구자들은 흔히 정시 전형의 경우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동일한 기준으로 학생의 학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과 이를 증빙하는 서류가 강조되는 수시전형에 비해서 부모의 영향력이 적게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나, 많은 연구에서는 수학능력시험 역시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사회경제적 요인과 긴밀한 관계임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논문 또한 현재의 대입 전형이 부모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적 대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연구자들은 교육대물림과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데 기존의 대입전형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모의 영향력이 자녀 교육을 넘어 노동시장 성과에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이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대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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