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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유, 작품에 담았어요”

[이경미]
뒤러 ‘묵시록’ 오마주한 신작… 다층적 이미지 콜라주 구성
개인전 ‘Then & Now’, 12월 15일까지


< The Opening of the Seventh Seal and the Eagle Crying 'Woe' > 156x121x10cm Oil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16~2019 /이경미 
 
“작업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가는 노동과도 같죠. 그렇게 매일 거듭하다 보면 본질적인 의문이 들어요. 작가란 뭐 하는 사람인가. 회화란 무엇인가.” 이경미(42)의 자문은 수년 전 시작됐다. 전업 작가 15년째에 접어든 지금도 해답을 향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현재로서 어렴풋하게나마 자답하자면 이러하다. “작가는 화면에 시대상을 담는 사람이에요. 이젠 사회현상과 그 가치를 단순히 하나로 정의 내려 이야기하기 어려운 세상이죠. 특히 밀레니얼 세대 시각에선 하나의 가치만을 맹신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르잖아요. 그래서 특정 사상을 강요하고 주입하기보단 이들의 정보를 편집하는 방식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이 변해도 정보를 편집하고 저장하는 방식은 그대로니까요. 제 그림도 마치 모든 정보가 한데 모인 백과사전 같아 보이지 않나요?”
 
그의 그림에 이야깃거리와 할 말이 차고 넘치는 이유다. 여러 정보가 혼재하고 뒤섞여 공존하는 이경미의 화면은 어린 시절 보고자란 백과사전에서 기인했다. 책 속의 현란한 도판과 지식은 세상을 안겨다 주듯 꿈꾸게 하고 방대한 사전적 습득은 제한을 두지 않는 작업 방식을 가르쳐줬다.
 
< The Whore of Babylon > 156x121x10cm Oil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16~2019 /이경미

< Saint Michael Fighting the Dragon > 156x121x10cm Oil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16~2019 /이경미
 
이른바 ‘고양이 작가’로 잘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고양이의 정보는 최소화하고 다른 읽을거리로 화면을 가득 채워 관객 앞에 처음 마주했다. 개인전 <Then & Now>에 2016년부터 올해까지 꼬박 3년을 매달려 완성한 100호짜리 회화 열다섯 점을 공개했다. 지난 몇 년간 독일에 거주하며 보고 느낀 것들이 담겼다. “일종의 독일 관람 후기랄까요. 왕오천축국전처럼요.”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목판화 <묵시록(Apocalypse)>(1498)에 대한 오마주로, 뒤러의 목판화를 그대로 확대, 재현해 그 위에 수집한 오브제 이미지를 흩뿌리듯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15세기 목판에 인쇄된 묵시록, 그리고 21세기 출판물 속의 대중적 이미지가 서로 뒤섞여 50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이질적이고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전시장 1층을 메운 출품작 15점은 뒤러의 목판화 1번부터 15번까지의 순서를 그대로 따른다. 작품 타이틀도 뒤러의 원작과 동일하다. 처음에는 ‘팬심’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뒤러를 그대로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작정하고 캔버스로 옮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에는 다시 독일로 가 매거진 등으로부터 독특한 오브제와 이국적인 이미지 소스를 수집해와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을 뒤섞어 시대에 맞게끔 편집하고 사소한 일상과 개인사부터 꽃, 자동차, 캐릭터 등 다채로운 소재를 통해 다변적 관점의 총체를 이뤘다. “누구나 눈물 나도록 좋아하는 게 있잖아요. 길가에 핀 코스모스라든지 물결치는 풍성한 한복, 오색빛깔의 풍선… 이러한 아름다운 가치를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거든요.” 12월 1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갤러리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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