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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내가 만난 영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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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사교육기관인 학원이긴 하지만 수 많은 뛰어난 과학영재들을 만나고, 서로 이해하고 이들을 가르칠 수 있고, 조금이나마 도움들을 줄 수 있었음은 정말 매우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참 많은 학생들을 보아왔고, 이들 마다 각각의 특징들이 있고, 모두 과학에 뛰어난 학생들이었지만 이들이 보여준 다양한 영재성은 이를 유형화하여 분류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여기서는 필자가 경험한 학생들 몇몇의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 그 다양한 영재들의 모습의 일면을 독자들과 공유해 볼까 한다.

A를 만난 것은 역시 A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였다. 초롱초롱하고 아직은 어린애 같아 보이며, 머리를 가지런하게 정리하여 좁은 미간이 보송보송하게 드러난 야무진 여학생이 모습이었다. 말도 없고, 약간은 수줍어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바라보는 또렷한 눈초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꼿꼿한 자세로 앉아선 열심히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는 전형적인 모범학생의 모습이었다. 수업 중 쉬는 시간엔 긴장을 풀고, 아이들과 수줍게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선한 미소를 날릴 때는 그저 초등학교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학습에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수업 시간에 보여주는 집중력은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을 정도이다. 수업한 내용의 평가에서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한 성적으로 올려주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관심을 가지고 친해지기 시작하자, 다른 아이들은 어색해서 발길 옮기길 꺼려하던 원장실에 쉬는 시간마다 거침없이 들어와선 필자와 이런 저런 잡담하는 것을 즐기곤 했다. 주변에서 원장님 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하고, 친구이야기, 부모와 형제들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A가 자기 학교에서 내신시험에서 전교1등을 한번도 놓쳐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는 터라, 그 이야기를 살짝 던지면서 비결을 물어본 적이 있다. 이 때 들은 놀라운 사실은 소위 암기과목이라고 칭해지는 사회, 국사 등의 과목 시험을 한번도 한 문제도 틀려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별도로 공부하지는 않고,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고, 그리고는 시험 전날에 교과서를 한번 넘겨보면, 교과서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그림과 그림의 설명까지 머리 속에 사진이 찍힌 것과 같이 기억이 남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틀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생물학을 전공한 전공생들 가운데 이런 학습방법의 소유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지만, 정말 신기한 학습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 역시 과학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과학고등학교에서 물리 시험을 보기에 앞서 도움을 청해, 시험대비 강의를 해 준 적이 있다. 과학고 시험에 나오는 심화 수준의 물리 문제들을 정리해서 이들을 풀이해 주는 강의였다. 수업 도중 문제를 풀이하고 쉬는 시간에 여전하게 원장실로 들어온 A가 이야기했다. “선생님, 1년 전에 경시대회 대비할 때, 똑 같은 문제 풀이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선생님이 이 방법으로 풀지 않았어요.” 필자가 풀이법을 외우고 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학생들과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때문에, 수업마다 조금씩 풀이 방법이 다르기도 하다는 것을 필자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1년 전 응용 풀이했던 많은 문제들 가운데, 동일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도 신기했지만, 그 풀이까지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엔 거의 경악하였다.

A의 단점은 한번 접했던 문제나 개념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풀이법이나 새로운 접근방식, 처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일엔 약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정답으로 가는 길이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서 다른 방법의 필요성을 부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영재들은 의학분야에 적합하게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A 역시, 진로를 의학전공으로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였다.

이제 B 이야기를 해 보자. B는 중학교 3학년이 되어, 과학고 입학이 확정된 후에, 고등부 올림피아드 준비를 하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이미 3-4개월전 부터 학습을 시작한 학생들 그룹이 있었고, B는 겨울방학이 들어가면서 새롭게 구성된 그룹에 합류하였었다. 아무래도 1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을 준비하고 응시하게 되는 시험인지라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한 학생들이 성적도 앞서가고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B는 물리의 개념을 이해하는 속도, 그리고 난이도 높은 물리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창의적으로 자신 있게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 등에 있어서, 함께 공부하던 다른 학생들보다 그리 뛰어나 보이진 않았었다.

당시 올림피아드 시험은 9월에 실시되었었다. 겨울방학이 끝나가는 2월 시기에 들어서면서, 과학고입학 확정 후에 올림피아드 준비를 시작한 그룹에서 B는 점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1학기를 지나면서 일찍 시작한 학생들과의 실력 격차도 조금씩 줄여가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동안은 시험을 앞두고 집중학습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기간 동안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거의 매일 같이 학원에서 수업이 있었다. 체력이 안 되는지, B는 수업 시간 내내 졸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아예 누워서 잠을 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1주일에 한번씩 치루는 모의 평가시험에서는 이미 선두권에 진입하여 있었다. 그리고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국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그리고는 겨울에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국제물리 올림피아드대회 금메달을 수상한 후 현재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Caltech)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발 후에 찾아온 B가 한 이야기가 뇌리에서 잊히질 않는다. “선생님, 저 여름방학 때 거의 죽는 줄 알았어요. 학원 수업 끝나면, 집에 가서 그 날의 수업내용과 이를 포함해서 7-8개월 수업한 모든 내용을 혼자 복습했어요. 그러다 보면 날이 새고, 아침 먹고 바로 학원에 왔죠. 그리고 학원에서 쪽잠 자고, 수업 듣고, 그리고 집에 가선 또 밤을 새고 했습니다.” 실력이 다른 학생과 비교해서 빠르게 쑥쑥 성장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과제집착력’이라는 영재성의 덕목이 이 정도로 지독하게 잠재되어 있는 학생을 B 말고는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수개월 동안 풀이했던 몇 천개의 복잡한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를 스스로 풀이해서 유형별로 정리해서 자신의 화일첩에 넣어 정리해 놓고 있던 학생은 20년간의 올림피아드 강의 역사를 돌아보아도 B 이외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따라 의지를 꺾지 않고 집요하게 돌진하는 것도 영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의 하나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고, 이런 의지가 어떤 열매로 돌아가는 지도 목격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B가 보여주었다.

가끔 인사차 찾아오는 예의 바른 C를 생각해 보면, 외모만을 보아서는 영재라고 전혀 보이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처음 경시대회 강의를 시작할 무렵부터 함께 한,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부터 필자가 직접 강의하면서 대학가는 것까지를 지켜본 C라서, C 에 대한 느낌은 유별하다. 상당한 거구의 소유자이기도 한 까닭에 호기심에 “너,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데?”하고 물어본 질문에, “IQ하고 거의 비슷할 거예요.”라는 유쾌한 답으로 응대할 줄 아는 학생이다.

6학년생을 데리고 처음 하는 강의였다. 90년대 중반, 과학고등학교들이 지필 본고사로 학생을 선발하던 시절의 문제들을 이용하여 물리 심화 강의를 하였었다.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들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뻔하고 쉬운 문제는 아니어서 실수할 여지들은 있었다. 그리고 강의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던 때였다. 가장 앞줄에 앉은 당시엔 통통하게 약간 비만인 학생 C가 눈망울은 초롱초롱하게 뜨고, 열심히 듣고 있었다. 가르치면서 문제를 풀이하던 선생님이 문제를 잘못 이해해서 계산 실수를 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인 C가 조심스럽게 물리학 박사인 필자에게 “선생님, 문제는 이런 의도인 것 같은데요? 선생님이 잘못 이해하는 것 같아요.”하고 이야길 던진다. 선생님이 자기 실수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곤 “네 말이 맞다. 내가 잘못 봤네! 그 방법으로 다시 풀이해 보자.” 하고 이야기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C의 이러한 지적은 자신이 이해한 수업 내용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에서 비롯했다고 보인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빠른 이해력에서 비롯한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는 영재. 내가 알고 있는 C가 그랬다. 학교 성적이 우수한 영재들만이 모인 교실이었지만, 몇 번식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이해시켜야 할 만큼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사실 원리만 천착하면 응용을 스스로 해 나가면서 개념을 응용 확장하면 학생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난 믿었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아, 응용하고 개념을 이를 통해 확장하는 과정을 다 돌보아 주고 안내해 주어야 했다. C는 이런 과정을 매우 지루해 했다. 스스로 이미 사고를 확장하고 나름의 응용을 통해서 자기 개념과 원리로 바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해가 빠르다. 사고할 줄 알기 때문이다.

C도 과학고에 진학하고 필자와 함께 물리올림피아드 대회를 준비했다. C의 특징은 모든 문제에 대해 자기 자신 나름의 풀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동일한 문제라도 새롭게 맞닥뜨릴 때마다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 풀이방법은 가장 단순하고 간단하다. 필자가 풀이해 주면, “이렇게 풀어도 되는 거죠?” 하면서 자신의 간결한 풀이를 내게 베풀어준다. 영재들을 가르치다 보면, 영재들에게 배우게 되는 것도 이렇게 많아진다.

이해가 빠르고, 사고확장이 빠른 C는 조금 게으르다. 그리고 항상 쫓기지 않고, 여유가 있다. 수면도 충분히 취한다. 그만큼 학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도 여유가 있고, 긴장도 덜 한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움이 약간의 게으름으로 비치거나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영재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비교해서의 판단이긴 하지만. 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시험이 있던 전날까지도 여유 있게 TV를 시청하고 만화책을 읽는다거나 하기도 하는 까닭에 단기적인 시험 성과에서는 불리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C도 우리가 알고 있는 C의 실력과 비교해선 참으로 안타깝게도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행운은 얻지 못했다. 물론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에서 응용물리를 전공하면서 행복한 학업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C의 학업과 앞으로의 성취가 성공적일 것이라는 것을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영재는 참 다양하다. A와 같은 기억력과, B가 가진 열정과 의지, 그리고 C가 가진 빠른 이해와 직관을 모두 갖춘 영재를 아직까지 필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들 자기 다름의 다양한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우리의 자라고 있는 A와 같은 영재아가 있다고 하자. 왜 빠르고 다양하게 생각하지 못하느냐고 야단을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누구보다 선명한 기억을 가지고 있음을 부러워하고 응원할 수도 있다. B의 경우 직관이 빠르지 못하고 미련하다고 야단칠 수도 있고 강한 열정과 의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도 있다. C의 경우도 게으름만 없으면 완전할 텐데 하면서 게으름에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고, 빠른 직관과 이해를 격려하면서 여유를 낼 수 있음이 행운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영재들의 가진 능력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순간, 더 많은 영재들이 자신이 가진 영재성을 격려 속에서 맘껏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아이들에 대한 전폭적인 격려와 칭찬을 다시 한 번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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