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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듀칼럼] ‘정시 확대’가 초래할 네 가지 변화

김은실세븐멘토대표의 입시 단상 ‘수능 확대를 논한다’ ③


동아일보 DB

 

필자 주: 정시 확대의 문제로 안팎이 시끄럽다. 손쉽게 여론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데는 교육만큼 좋은 땔감이 없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뜬금없는 발상에 잠도 설쳤다. 오랜 기간 교육만 파고든 자로서 나름의 양심과 책임감으로 교육 당국의 퇴행적 발상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글을 내놓는다.

 

고교학점제와 혁신학교 확대, 특목고 자사고 폐지, 수능과 내신의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은 그 뿌리가 같다. 즉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절대평가가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러한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혁신학교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상위권 학생을 우선 선발하거나 별도의 특별교육을 시키는 특목자사고는 이들 제도의 걸림돌의 역할을 하므로 폐지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국 고교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정시 확대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고교학점제, 혁신학교는 물 건너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 절대평가 등을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주체가 되고 학교 자율성이 최대한 반영이 되는 혁신학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들 학교는 대다수 독서토론, 체험, 논술 등의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지필고사 반영비율은 점차 줄고 교사 평가 중심의 수행평가 비중이 점차 늘어난다. 즉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를 교육의 중심을 끌어들이면서 공교육의 위상을 높인다는 것이 근본 취지이다. 순차적으로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와중에 수능 위주의 정시가 확대된다면, 수능 중심의 공부를 시키지 않는 혁신학교를 과연 어느 학부모, 어느 학생이 환영할 것인가. 지금도 학력 저하를 이유로 혁신학교가 곳곳에서 박대를 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지 않은가.

 

 

강남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

 

사교육에 유리한 강남 8학군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수능 고득점=양질의 사교육임을 잘 알고 있는 학부모가 유명 학원과 진학률이 높은 명문 고교들이 밀집해있는 강남8학군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학생 수가 줄어 폐교가 줄을 잇는 요즘도 여전히 학령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강남8학군은 정시 확대로 타 지역에서의 전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학원가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대입이 사교육으로 인한 부익부빈익빈과 비례하는 결과는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정시 확대를 말하는 현 정부는 강남 집값과 사교육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가.

 

 

사교육 시장은 엄청나게 커질 것

 

한국의 사교육비는 전무후무할 만큼 과도하다. 비정상적이다. 자유경제 체제 하에서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혁신학교 등을 통해 교육의 중심을 학교로 끌고 오기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왔다. 그런데 이에 역행하는 정시 확대는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조치다. 상위권 대학을 가기 위해 과목별 킬러문항 3~4개에 쏟아 붓는 사교육비가 가정 경제를 흔들고 있는 현실이다. 더 이상 사교육으로 학부모와 학생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공교육의 황폐화

 

수업 시간에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광경은 어느 학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학생들의 반발이 무서워서 교사들은 깨우지도 못한다. 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들락거리거나 돌아다니는 학생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시험이 사라진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친구가 다니는 명문학원 레벨로 학습능력을 평가한다. 이렇듯 사교육이 공교육 위로 군림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학교는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었고, 교권 또한 마찬가지다. 그나마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고등학교의 수업 분위기는 천천히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정시 확대가 현실화된다면, 다시 도돌이표다. 고교 수업 분위기는 흐트러지고,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 김은실 교육컨설턴트(‘김은실세븐멘토’ 대표) 

외부 필진의 에듀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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