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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위기의 미국 학부모들… 싱어 스캔들에 투영된 미국대학 입학의 현주소

최근 조국 전 장관의 자녀 부정입학 논란으로, 한국 사회에서 ‘입시’가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사건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발생한 유명 연예인과 부유층 다수가 연루된초대형 부정 입학 사건은 유명 대학 입시를 둘러싼 미국 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윌리엄 릭 싱어라는 미국 대입 컨설턴트가 있다. 

  

그는 부촌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서 ‘칼리지 & 커리어 네트워크’라는 입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며 지난 2011-2018년 사이에 무려 761가족의 부정입학을 도왔으며 이 과정에서 약 2,500만 달러 상당의 불법 자문료를 받은 것이 FBI 조사 결과 적발되었다.

  

그가 사용한 부정입학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대리시험을 보게 하거나 시험 답안지를 바꿔치기하는 방법이다. 그는 의사로부터 해당 학생이 주의력결핍증(ADHD)과 같은 ‘학습 장애’가 있다는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시험 시간을 연장 받거나 SAT 시험 감독관을 미리 매수하여 특정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게 하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수법은 의뢰인들의 자녀들을 예일, 스탠퍼드, UCLA, USC 등의 운동 코치들에게 거액의 뒷돈을 주고 배구, 요트, 조정, 장대 높이뛰기 등과 같은 종목 등의 체육 특기생으로 위장 입학시키는 것이었다. 미국대학의 경우 아이비리그 등의 명문대들도 체육특기생 선발 관련에 있어서는 운동부 코치의 파워가 매우 크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는 자녀들의 명문대 입시를 의뢰하는 부유층 부모들에게 본인의 서비스를 ‘옆 문’(side door)이라 설명했다. 사실 상위 1%에 속하는 최상류층이라면 기부입학을 통하여 ‘뒷문’(back door)입학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뒷문입학도 최근 들어서는 입학을 보장할 수 없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아이비리그 등 미국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천만불 이상을 기부해야 기부 입학이 가능하고 이 경우도 100% 보장은 아니라고 한다. 싱어는 이에 비하면 뛰어난 가성비에 100% 합격 개런티를 원하는 부유층 학부모들의 심리를 교묘히 활용했다. 

 

윌리엄 릭 싱어에게 수억 원대의 뒷돈을 주고 자녀의 부정입학을 의뢰한 학부형들 중에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내로라하는 유명 기업의 대표 등 유명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TV 시리즈 '풀하우스'에 출연한 러프린 부부, 인기 TV시리즈 ‘위기의 주부들’ 주연 여배우인 펠리시티 허프먼이 포함되어 미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중국 부창제약의 회장인 자오타오는 가장 큰 액수인 650만 달러(한화 약 70억)를 주고 요트를 해 본 적이 없는 그의 딸 쟈오위쓰를 요트 특기생으로 스탠포드 대학에 지난 2017년 부정 입학시켰다. 자오위쓰는 현재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퇴학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어 스캔들로교육 컨설팅 산업전반도 미국 내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해당 산업의 연 매출은 약 20억 달러 정도이며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은 4.1%에 달했다. 이 중 특히 사설 대입 컨설턴트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띄는데 '인디펜던트 교육컨설턴트연합(IECA)'의 조사 결과 현재 활동 중인 사설 대입 컨설턴트는 약 1만 7000명으로 집계되었다. 2015년 대비 사설 대입 컨설턴트의 숫자가 약 5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의 평등은 어려워도 많은 이들이 교육에서 만큼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번 스캔들을 아메리칸 드림의 위기로 보는 미국 주요 언론의 시선을 감안하면 미국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이번 기회에 미국의 기여 입학제도까지 모두 손보자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스탠포드의 경우 체육 특기자 전형에서 체육팀 코치의 추천서만으로 입학이 결정되는 것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대학들은 이번 기회에 보다 강화된 입학사정 절차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그 동안 말이 많았던 과외활동 사실확인 및 에세이 대필의 경우 어떤 식의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 명문대 입학을 희망하는 국내 지원자 및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많은 시사점이 있다. 한국 지원자들의 경우 SAT 시험 유출사건의 여파로 수년 전부터 미국대학교 입시 사정관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 대입 컨설턴트 중에는 논문, 각종 대회 입상 등 허위 스펙을 만들어주는데 거리낌이 없는 곳들도 있다. 

 

어떻게든 자녀에게 좋은 학벌을 만들어 주고 싶은 학부모로서 위와 같은 수단들이 명문대로 진입하는 동아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스펙 만들기 식의 대입컨설팅은 더 이상 답이 아닐 것이다. 명문대 입시라는 명목 하에 진위 확인도 어려운 가이드들이 무분별하게 넘쳐난다. 진정으로 자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Doeul Education의 김재학 대표는?


김재학 대표는 15세에 조기유학하여 하버드 학부,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하고 김앤장등의 대형 로펌에서 다년간 변호사로 활약하였다. 현재는 국내고급 인력 및 유학생의 미국 영주권 취득 (NIW) 전문 변호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한남동으로 최근 확장이전한 미국 유학전문컨설팅 회사 Doeul Education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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