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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최창진의 교단일기] '자녀의 생각을 아시나요?' ... 학부모상담주간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학부모 상담주간 신청서(사진=최창진 교사)
학부모 상담주간 신청서(사진=최창진 교사)


“오늘 부모님과 상담을 하는데, 혹시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없니?”


2학기 상담주간이다. 방문상담을 신청하신 부모님도 있고, 전화상담을 요청하신 분도 있다. 부모님들과 상담하기 전에 미리 아이들과 예비 상담을 나눈다. 물론 평상시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상담주간에는 평소에는 몰랐던 특별한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저는 용돈을 더 받고 싶습니다.”


“저는 방탄소년단 포토 카드를 꼭 갖고 싶어요.”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막상 선생님이 부모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해하는 눈치다.


나는 평소 학습 태도와 친구들과 장난쳤던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한다. 선생님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전부 기록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두 손을 싹싹 빌며 절대 안 된다고 호소한다.


6교시가 끝나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로 하교 인사를 한다. 금세 텅 빈 교실을 바라보며, 교실 청소를 시작한다. 분명 아침에는 깨끗했는데, 아이들과 한바탕 지나다 보면 탁구공만 한 먼지가 뒹굴거린다. 이래서 선생님들이 매일 쓸고 닦고 하시는구나 생각이 든다. 상담시간표를 살피고 개인별로 상담자료를 준비한다.


김연민 선생님의 학부모 상담 강의를 듣고, ‘3자 상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예전에 ‘아버지, 어머니, 학생, 교사’ 이렇게 4자 상담을 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교사와 부모만 상담한다.


생각해보면 학생 때문에 만나게 된 것이고, 학생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상담을 하는데 당사자인 학생이 빠져 있다는 건 안 될 말이다. 오늘은 첫 번째로 여학생과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3자 상담을 했다.


이번엔 딱딱한 상담 말고 유쾌하고 재밌는 토크쇼처럼 해보고 싶었다. 학생이 미리 작성한 ‘나를 알아봅시다’ 체크리스트(인디스쿨 자료 참고)를 참고하여 부모님께 문제를 냈다.


'나를 알아봅시다' 체크리스트.(사진=최창진 교사)
'나를 알아봅시다' 체크리스트.(사진=최창진 교사)

“과연 나의 자녀는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중에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자! 예측해보세요~ 하나~둘~셋?”


“나는 학교생활이 즐겁다 / 나는 우리 반 친구들이 좋다 / 나는 공부가 즐겁다 / 나는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 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 나는 행복하다 / 나는 가족을 아끼고 사랑 한다 / 가족은 나를 아끼고 사랑 한다 / 나는 가족들과 대화나 함께 활동하는 시간이 많다.”


부모가 자녀의 대답과 같을 땐 안도감과 환호가, 다를 땐 당혹감과 이유가 궁금해졌다. 나도 최대한 좋은 점만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알려드리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은 것 같다.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교에서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에 대한 정보 교류가 이루어졌다.


3자 상담은 분위기가 일반 상담과는 확연히 달랐다. 엄마가 옆에 있으니 교실에서 본 모습과는 다른 표정이다. 편안한 분위기가 되니 아이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되었다. 딸이 엄마에게 바라는 점,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점을 교사 앞에서 이야기하니 약간 어색하면서도 굉장히 진지한 상담이 되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도 났지만 서로를 위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아이고~ 아버님이 오셨네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보통 학부모 상담은 어머니가 많이 오신다. 그런데 유일하게 아버님이 한 분 오셨다. 딸 셋과 함께 우리 교실을 찾은 아버님이 더욱 멋져 보였다. 우리 반에 첫째가 다니는데 자녀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셔서 흐뭇했다. 나도 딸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공감도 되고, 내 딸이 더욱 커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면 학부모 상담은 꼭 내가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방문상담은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니 오해의 소지가 적었다. 상담 관련 자료를 바로 보여드리며 말씀을 나누니 궁금한 것도 바로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전화상담은 편하면서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 목소리로 모든 소통을 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조심하게 되었다. 단어 하나, 자녀에 대한 정보 제공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도 평소 학부모 밴드로 소통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궁금증은 많지 않으셨다. 사진과 영상을 일주일에 한 번 업로드하니까.


“자! 어제 상담한 친구들~ 집에서 부모님과 이야기 나눴나요?”


부모님 상담으로 상담은 끝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상담은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첫 단추인 것 같다. 대부분 아이들은 상담이 끝난 저녁에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안 좋은 이야기가 안 나와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선생님께 부탁해서 부모님을 설득해 원하는 것을 얻어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까지 웅성웅성.


몇몇 아이들은 부모님이 바빠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땐 그 아이들은 따로 불러서 개인 상담을 한다. 그리고 내가 대신 상담 내용을 말해준다.


<학부모 상담 - 김연민, 김태승 지음> 책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학부모 상담은 학생의 성장을 위해 벌이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2인3각 달리기다.”


교사 따로, 부모 따로 각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학생의 온전한 성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부모 상담은 사실 따로 주간이 필요 없다. 평상시 궁금한 것을 서로 묻고, 의논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존하는 학부모 상담 주간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이 주간만이라도 아이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교사와 부모는 서로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 학부모 상담 주간은 한 분당 2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소통하고 공감하다 보면 그 효과는 20년 이상 가지 않을까? 학생의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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