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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데 2025년까지는 보장? “다시 자사고‧특목고로”

“자녀의 성적이 우수한 편이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보내려고 했었는데, 올해 재지정 평가 과정을 지켜보며 일반고로 마음을 돌리고 자사고 입학 준비도 중단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년 재지정 평가 없이 2025년부터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고, 정시 비율도 지금보다 늘린다고 하네요. 후기고 원서접수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이 당장 다음 달 초 후기고 원서접수를 앞둔 중학교 3학년과 학부모를 또다시 선택의 기로로 내몰고 있다. 잇따른 재지정 논란으로 후기 자사고나 외국어고(외고)‧국제고 진학을 포기했던 이들이 다시금 진학을 재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

이러한 분위기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발표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이다. 이번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이 ‘일괄 일반고 전환’이라는 초강수를 담고 있긴 하나, 정책의 적용 시점이 2025년으로 못 박힌 탓에 당장 내년에 고교에 진학하는 현재 중학생에겐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기 때문. 2025년까지는 학교의 지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정시 확대 등 대입제도의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당장 다음 달로 다가온 후기고 입시가 다시금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 중앙)과 시도교육감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 일괄 전환으로 ‘5년’ 시한부 선고, 올해 중3에겐 오히려 호재?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고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일반고의 모집 특례를 폐지하는 해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이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입 대상이 되는 해다. 이에 따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차례로 예정돼 있던 자사고와 외고 등의 재지정을 위한 운영성과 평가는 실시되지 않는다.

큰 틀에서는 교육부가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등에 올해 안으로 시행령을 개정한 뒤 5년의 유예기간을 둔 후 모든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내린 격이지만, 대상에 따라 이 시한부 선고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일반고 일괄 전환 대상에 오른 학교로서는 당초 재지정 평가를 시행한 뒤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즉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단계적 계획보다 폐지 압박이 대폭 높아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당장 고입을 앞두고 있는 중3에겐 당장 1년 후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했던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의 지위가 향후 5년간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교육부가 오히려 보장하는 상황이 됐다.

모집 시기 및 일반고 간 이중지원 금지, 재지정 평가 논란에 따라 이들 고교 유형이 교육당국과 지난한 법적공방을 벌여왔고 현재도 이어가며 혼란이 극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유예기간을 둔 뒤 일반고로 일괄 전환이라는 ‘초강수’가 당장 고입을 앞둔 중학생에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변화로 읽힐 수 있는 것.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발표 직후 “초등학교 5, 6학년의 경우 자사고나 외고‧국제고에 진학한 뒤 일반고로 입학한 학생들과 혼재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들 고교 유형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그러나 중3부터 중1까지는 이들 고교 유형 입학 뒤 어떠한 변화도 없게 되기 때문에 선호도가 기존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정시 확대’까지 고려하면… ‘일괄 전환’ 대상 고교, 올해 경쟁률 높아지나

이러한 해석 끝에는 올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는 물론 모집 특례 폐지가 예고된 전국단위 모집 일반고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경쟁률이 급등할 수 있다는 예측이 따라붙는다. 이들 고교 유형에 대한 변화 시점이 2025년으로 못 박히면서 당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물론 최근 정부가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는다.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결국 고입은 대입을 보고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일반고보다는 선발 효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전국단위 일반고의 정시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 정시를 확대하는 흐름 속에선 이들 고교 유형에 대한 선호도가 기존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이들 고교 유형의 일괄 일반고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고교서열화 현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른바 ‘명문고’에 대한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는 시각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모두에서 ‘과학고·영재학교>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서열화된 합격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임성호 대표는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명문학교가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결과들이 나온 상황에서 명문학교, 명문학군에 대한 선호는 과거보다 더 높아져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며 “일괄 전환 전은 물론 일괄 전환 직후에도 이들 고교와 명문 학군에 대한 쏠림현상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입 준비 또한 단기간에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후기고 원서접수를 한 달 앞두고 이 같은 변화를 마주한 중3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자사고나 외고 진학을 염두에 뒀으나 최근 이들 고교가 존폐 위기를 겪으며 일반고 등으로 진학 계획을 전환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근심이 더욱 크다.

학부모 A 씨는 “자녀가 진학을 희망하던 외고가 내년 재지정 평가 대상이라고 해서 일반고 진학을 계획해왔는데 2025년에야 일반고로 전환되고 정시까지 확대된다고 하니 다시 외고를 보내야 하나 싶다”면서도 “나 같은 생각을 하는 학부모가 주위에도 많아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 같은데 올해 (외고 입학)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아 합격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정시 확대 ‘비율’이 변수

다만 이번에 일괄 일반고 전환 대상이 된 자사고 등이 강력히 반발하며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고된 점은 변수다. 이미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제기를 위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또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 등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하겠다는 정부의 조치가 교육법정주의를 어겼다고 지적한 바 있어 최종 결과는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고교체제 개편은 물론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 역시 실행 시기는 차기 정권이 들어선 이후라는 점에서 내년 예정된 총선 등을 거치며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에 앞서 이달 중 교육부가 발표할 예정인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에 포함될 정시 확대 비율이 어느 정도로 확정되느냐를 봐야 이들 고교의 대입 경쟁력과 올해 고입 지형에 대한 정확한 전망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고입은 결국 대입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현재 중학교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나 고교체제 개편보다는 대입제도, 그중에서도 정시 확대 비율에 관심이 더 크다”면서 “실제 고교체제 개편이 차기 정부의 몫이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정시 확대 비율이 기존의 30%대로 정해지면 자사고, 특목고 등에 대한 선호도가 기존보다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40~50%대로 정해진다면 이들 고교에 대한 쏠림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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