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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땡땡이’가 특기였던 한 고교생의 '졸업일기'

“공부 좀 못하면 어때?” 누리를 믿어준 선생님의 한마디

       ▲ 제주사대부설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 담은 '세족식' 개최 [사진 제공=제주교육청]


졸업 시즌이 시작됐다. 고교 3년간의 노력 끝에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도 있겠고, 자신이 원한 대학은 아니지만 합격에 의의를 두고 대학생활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고교 졸업생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다.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도, 대학 진학 대신 일찍부터 취업에 성공한 학생도, 졸업과 동시에 직업훈련원에 들어가는 학생도 많다. 인천에 사는 김누리(가명) 학생 역시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즉시 직업훈련원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누리의 졸업 소회는 남다르다. 누리는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때부터 문제 학생으로 찍혀 학교까지 타지역으로 옮겨야 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제발 다른 학교로 옮겨 달라는 학교의 요구 때문에 학교를 바꾸기 위해 일산으로 갔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는 둘째였고 오로지 일산에서 교복이 제일 예쁜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집에서 엎드리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중학교를 두고 멀리 있는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고등학교는 사회적 약자를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통해 특성화고로 진학했다. 철이 들었는지 누리는 언니와 함께 여러 날 동안 정성들여 면접 준비를 했고, 중학교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 아래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면접관 선생님과 약속한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누리가 면접 준비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가족은 “저 아이가 과연 누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그처럼 어렵게 들어간 고등학교인 만큼 누리는 학교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하지만 누리는 고교에 진학한 다음에도 공부는 정말 하기 싫었다고 한다. 차츰 학교에 안 나가는 날이 많아졌고 부모님의 한숨도 잦아졌다. 그런데 중학교 때와는 크게 다른 것이 있었다. 누리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을 담임 선생님이 애정을 가지고 잡아준 것이다.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가족의 눈물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누리는 학교를 잘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학교에 등교한 날도 땡땡이는 기본이었다. 친구들도 학교 밖 친구들이 더 많을 정도로 놀기에 바쁜 학생이었지만, 교사와 학부모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무사히 고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누리는 졸업식 날 담임 선생님에게 드리려고 시골에서 공수해온 칡즙 4봉을 소중히 챙겨왔다. 그리고 졸업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선물도 드려야 한다며 담임 선생님에게 한달음에 달려갔다.

졸업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누리는 선물로 받은 꽃다발을 살펴보며 “이 꽃 신기하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드라이 플라워’라며 알은체를 하기에 “드라이의 영어 스펠링이 뭐야?”라고 농을 건네자 "D, R, Y죠."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잉글리시의 스펠링은?”
"E, N, G, R, I, S, H요."
L을 R로 답한 것이다.
그래서 영어 내신이 9등급이었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7등급 받았어요. 9등급은 학교에 잘 안 나오거나 답지에 아무렇게나 쓰고 나오는 애들이에요. 저는 문제 읽어보고 아는 것은 풀었어요. 선생님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니 전처럼 멋대로 살 수가 없겠더라고요. 수업이 재미없고 이해하기도 힘들어 공부는 포기했지만, 학생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험 때는 성의껏 문제를 풀었죠."

이제 누리는 사회에 나간다. 재미없는 학교는 더 이상 다니지 않아도 된다. 누리는 헤어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진로목표를 세우고,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기술학원을 다닐 생각이다.

"제가 공부에 전혀 소질이 없고 흥미도 없는 걸 아시고 선생님도 오래 미련을 갖거나 하지 않으셨어요. '공부 좀 못하면 어떄? 착하게 자라면 되지.'라고 말씀해 주셨죠. 그리고 제가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를 함께 찾아 헤어 디자이너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 주셨어요."
 

  
▲ 진로 설계 필독서
<우등생보다 스마트 엘리트> 출간
https://goo.gl/SVmxY3

‘변별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학교 기말고사에서, 수능시험에서 교사와 교수들이 너도 나도 더 어려운 문제를 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사이, 학교에는 과거의 누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잃은 채 학업은 물론 미래까지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학생들과 누리에게는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누리에게는 고맙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선 고교 중에는 문제 학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신경도 안 쓰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본질적으로 대학 입학을 위한 학습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지덕체를 갖춘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인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곳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삶이 각박해지면서 이기주의가 세상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힘이 된 지금이야말로 교사가 아닌 스승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흥미와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공부만 잘할 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즐거움을 깨우쳐주며, 공부는 못하더라도 다른 장점을 발견해 꿈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스승 말이다.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는 바로 우리 기성세대들의 손에 달려 있다. 특히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교사들이 많아질수록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누리의 담임 선생님과 같은 '참스승'을 올해는 더욱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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