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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력의 불의에 맞서는 '시민 불복종'

민주주의,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다



“이 불의가 당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이 되라고 요구한다면, 분명히 말하는데 그 법을 어기라. 당신의 생명으로 하여금 그 기계를 멈추는 역마찰이 되도록 하라.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극력 비난하는 해악에게 나 자신을 빌려주는 일은 어쨌든 간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 김현진 교사 (강원사대부고)


온 나라에 불의한 권력에 대한 불복종의 횃불이 한 달여 째 타오르고 있다. 범법 행위를 한 권력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엄중한 역사의 현장에서 꺼내 든 책은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은행나무출판사, 2011)’이다.

1817년 메사추세츠주 콩코드 강가에서 태어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했으나, 부와 명성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일생을 보냈다.

그는 살아있을 때 자신의 저술로 어떠한 경제적인 성공이나 명성도 얻지 못했으나,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 집을 짓고 생활한 2년간의 경험을 기록한 <월든>은 19세기 가장 중요한 저서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시민의 불복종>은 소로가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여 수감되었던 사건을 통해,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 권력의 의미를 깊이 성찰한 책으로, 세계의 역사를 바꾼 책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진다.

지난 가을부터 국민을 혼돈의 도가니로 함께 빠지게 만든 주범은 ‘최고 권력자’와 그의 눈을 멀게 한 ‘쭉정이’들이다. 그들은 상식을 가진 시민으로서는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범죄, 법 조항에도 없는 ‘국정농단’을 저지르고서도, 뻔뻔하게 여전히 그 자리에서 권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처참한 현실은 누구의 탓인가? 불의한 권력 그 자체? 그러한 권력에 속아 넘어간 우둔한 시민들? 어느 한 가지 이유만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일은 그 일이 일어나기까지 여러 가지 원인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런 희대의 사건이 과연 나쁜 권력자나 혹은 우둔한 국민 때문이라고만은 말하기 어렵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죽은 것처럼 보였던 민주주의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음을, 가늘더라도 길게 발전해오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시민들의 불복종이 있다는 것이다. “진작 좀 일어나지 그랬어.”라는 말은 하지 말자. 민주주의는 살아 있었다.
 

  
▲ 호서대학교 입학처 http://goo.gl/gd3a2b

 

답청(踏靑)
                                정희성
풀을 밟아라
들녘엔 매 맞은 풀
맞을수록 시퍼런
봄이 온다
봄이 와도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봄은 스스로 풀밭을 이루었다
이 나라의 어두운 아희들아
풀을 밟아라
밟으면 밟을수록 푸른
풀을 밟아라


‘봄이 와도 우리가 이룰 수 없어’서 스스로 풀밭을 이룬 봄처럼, 우리는 그렇게 불의한 역사의 큰 물줄기를 정의로운 역사의 물줄기로 돌려놓는 것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동참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민이 횃불을 들고 일어나는 까닭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 권력의 불의함은 시민 각자의 양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렇듯 개인들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그래서 교육 역시 매우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횃불의 시대에 <시민의 불복종>을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원칙에 따른 행동, 즉 정의를 알고 실천하는 것은 사물뿐 아니라 관계까지 변화시킨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혁명적이며 과거에 있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라는 설명처럼, 혁명을 통해 불의한 권력을 변화시키고, 분절되고 배척하던 서로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혁명을 기대해 본다. 아니, 그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려 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의 불복종>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역시 감옥이다”라는 저자의 일갈에,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웃으면서 “그런 시대가 있었어?”라고 후손들이 반문할 수 있는 시대가 되도록 말이다.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교사’이자 ‘시민’인 나는, ‘불복종’할 것을 선언한다.

“정부는 한 인간의 지성이나 양심을 상대하려는 의도는 결코 보이지 않고, 오직 그의 육체, 그의 감각만을 상대하려고 한다. 정부는 뛰어난 지능이나 정직성으로 무장하지 않고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 무장하고 있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본 기사는 <나침반 36.5도> 2017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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