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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준’의 허구를 깨다

칸 아카데미의 ‘뒤집어진 교실’ 수업


‘칸 아카데미’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존의 웹사이트와 여러모로 차별화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교실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교육 시스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유튜브에 강의를 올리면서 전 세계 선생님들로 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던 살만 칸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스알토스 지역 교육청과 협력해 칸 아카데미를 활용한 교육 실험을 진행했다.


5학년과 7학년 학생들을 각각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 가운에 한 그룹은 수업시간에 강의를 듣고 집에 가서 
숙제를 해오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반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칸의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수업 내용을 스
스로 학습하는 것을 숙제로 받은 아이들은 교실에 와서는 선생님과 문제를 풀었다. 이에 대해 칸은 ‘교실을 
뒤집는다’고 표현했다.


교실에서 각자의 진도에 따라 문제를 푸는 아이들은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생님은 문제 푸는 것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막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선생님은 학생들과 보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수업시간에 배운 개념을 응용하거나 보다 심화된 내용을 숙제로 풀어야 한다. 게다가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보다 더 어려운 숙제를 선생님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내야 한다. 뭔가 거꾸로 되었다
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그래서 수업 방식을 뒤집으니 교실은 선생님과 함께 응용문제를 풀고 내가 궁금한 
것을 묻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교실에서 ‘인간적인 시간’을 확보하라
이러한 실험의 목표는 ‘교실의 인간화’이다. 선생님과 학생의 일대일 학습, 또 학생과 학생 간의 ‘동료 학습’을 
장려함으로써 보다 많은 ‘인간적인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보통 교육 환경의 개선점을 논할 때 교사 
1인당 학생 수라는 지표를 활용한다. 이에 대해 살만 칸은 “교사가 학생과 함께하는 가치 있고 인간적인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실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칸 아카데미는 이러한 상호 학습이 가능하도록 각 동영상마다 댓글로 질문하고 서로 답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게임적인 요소를 활용해, 강의를 열심히 듣거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사용자에게는 여러 
가지 보상을 주어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배우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배운 것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웹사이트에 멘토로 등록해 자신의 자녀, 이웃, 사촌, 모르는 이용자를 코칭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준비도와 욕구, 능력 중심 수업
캘리포니아 주 이스트팰로앨토 지역의 사립학교 ‘이스트사이드 칼리지’는 지난 2011년 칸 아카데미 시범학교
로 선발돼 6, 7, 8학년의 수업에 칸 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전에는 수업이 교사중심으로 진행됐다. 
수업의 대부분은 교사의 강의와 설명으로 채워졌고, 강의는 평균 수준의 학생들에 맞췄다. 더 큰 자극이 필요
한 상위권 학생들이나 더 많이 챙겨줘야 하는 하위권 학생들을 고려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칸 아카데미를 적용한 뒤에는 수업 방식을 다각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들은 칸 아카데미에 
접속해 자기의 수준에 맞춰 서로 다른 단원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칸에서 제공하는 연습문제를
수업시간에 풀었다. 아이들은 서로 진도가 달랐다. 문제를 풀면서 궁금한 것이 있을 땐 선생님이 일대일로 
보충 설명을 해주거나 친구들과 논의해 풀어가도록 했다. 학생들의 준비도와 욕구,능력이 중심이되는 수업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의 수학 능력이 현격히 향상됐다. 종전 데이터와 비교해 보니 각 단원 시험과 학기 말 시험에서
패스하는 아이들의 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패스하지 못한 아이들은 상담을 통해서 틀린문제를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했다.

아이들 스스로 뭘 잘못한 것인지 알게 되고, 개념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런 후 다시 시험을 
보게 하여 100% 통과로 이끌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은 한 단원을 완전히 익힌 후에야 다음 단원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평균 수준’의 학생은 없다
이는 존 버그만의 ‘거꾸로 교실’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수업이다. 이제 교사 한 사람이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강의하는 방식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마다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교사들도 
수업을 힘들어 한다.

몇 년 전 중국의 한 교육기관이 주최한 교사 연수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한 중학교 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질문했다.
“아이들의 수준이 각양각색이어서 평균에 맞춰 수업을 준비해요. 그렇게 하면 앞선 학생이나 뒤쳐진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요. 수업의 집중도도 떨어지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평균 수준의 학생’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은 하버드
토드 로즈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행기의 조종석을 만들기 위해 4,000명의 비행기 조종사들을 측정해 보니, 이른바 비행기 조종사의 전형
이라 불리는 수치에 딱 맞는 사람, 즉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만약 학습 환경을 평균에 맞춰 설계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설계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모든 학생이 제각각 들쭉날쭉한 학습 특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평균은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줍니다.”

있지도 않은 ‘평균 수준’을 정해 놓고 수업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따라서 교실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과 속도로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정형권 B2B교육연구소장
해외진출 1호 학습코치, 진로학습 전문가, 인문교육 작가, 드림트리연구소장
저서: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거꾸로 학습코칭>,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나를 대신하는 책쓰기> 외

다수



*본 기사는 <나침반 36.5도> 2017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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