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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에듀인 리포터] 핸드폰에 빠진 현대인이여, "산책을 하자"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필자가 에듀인뉴스에 글을 올리게 된 기회는 SNS 덕분에 생겼다. 에듀인리포터로서의 기회 역시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신청을 했고 여태 글을 쓰고 있다. 필자는 SNS 덕에 얻게 된 이 기회들에 감사하며, 이후 SNS 활동을 더욱 열심히 했다. 글을 쓰고 남들의 글을 읽으며 친구 추가를 하다 보니 어느덧 많은 사람과 온라인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러나 대가도 있었다. 나는 수시로 SNS를 확인하게 되었다. 많은 친구가 생기면서 내게 중요한 몇 가지 정보는 다른 수많은 정보에 묻혀버렸고,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더더욱 자주 SNS를 보게 되었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계정을 삭제했다.


삭제 이후에도 작은 금단증세를 겪고 있다. 내 일상에 많은 시간을 차지하던 SNS의 비중이 사라지고 나면 드라마틱하게 삶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나는 핸드폰을 붙잡고 있다. SNS를 하던 시간만큼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 등에 시간을 쏟고 있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윤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 중 한 명은 칸트다. 갑자기 웬 칸트 이야기냐고? 칸트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늘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는 버릇 때문에, 그 공원에 있던 모든 사람이 칸트의 움직임을 보고 가지고 있던 시계의 시간을 맞췄다는 얘기다.


유명한 학자 중에 산책을 즐긴 것은 칸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 자크 루소도 “산책할 때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시골은 나의 서재다”라고 말했다. 니체 역시 그의 저서 <우상의 황혼>에서 “오직 산책하면서 다다른 생각만이 가치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하루 종일 앉아서 지내는 것은 성령에 대한 죄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니체는 하루에 길게는 8시간 가까이 걸으며, 산책하는 동안에 떠오른 생각들을 공책에 정리했다. 그 생각들은 이후에 책으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여기서 말하는 산책은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거나, 혹은 운동과는 다른 것이다. 데이비드 소로는 산책이 운동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숲 속이나 산을 오르면서 주어지는 고독의 시간을 즐기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교사는 근무시간 내내 사람들과 엮여 산다. 교실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교무실에서는 동료 교사들과 어울린다. 점심시간조차 여유를 즐길 수 없다보니, 대체로 시간을 짜내도 고독을 즐길 시간이 없다.


그러다보니 찔끔찔끔 생긴 시간을 활용해 한다는 것이 SNS 등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다. 물론 SNS를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뭐든 과유불급이다. 지나치면 좋지 않다.


현대인들은 고독이 결핍되어있다고 한다. 늘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어딘가에 접속해있고, SNS 등이 상시 응답을 요구한다. 어디를 잠깐 다녀온다거나 심지어는 화장실에 갈 때조차 핸드폰을 들고 들어가는 일이 잦고, 쉬는 시간에도 핸드폰이 함께 한다.


이렇게 항상 핸드폰을 하다보면 뇌 역시 끊임없이 새로 들어오는 정보들에 미처 쉬지를 못한다고 한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핸드폰과의 시간을 멀리하고, 산책의 형태로라도 고독의 시간을 갖길 권한다.


음악을 듣거나, 인터넷을 확인하지 말고 핸드폰을 잠시 꺼두고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갖자.


물론 산책을 위해서 억지로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다. 앞서 말한 니체처럼 하루 8시간씩 산책을 할 수 있는 교사들 역시 없을 것이다. 근무 중에 근무지 이탈을 할 수도 없으니 근무시간에는 기껏해야 학교 교정을 돌아다닐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조용히 1시간만이라도 나를 잠시 일상에서 멀리 두자.


점점 더 빨라지는 핸드폰 인터넷 속도와 여러 기술들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잠식했다고 느낀다. 기술이 내 삶을 잠식하는 동안 나는 또 하나의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기술이 삶을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집중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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