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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학부 도입 10년 … “인기 학과 쏠림 현상 등 과제 남아”

- 20일 서울역서 ‘전국 자유전공학부 연합 세미나’ 개최
- 학과 간 칸막이 낮췄지만 교육과정 불안정 등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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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20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전국 자유전공학부 연합 세미나’를 개최했다. / 최예지 기자


자유전공학부가 대학교에 본격 도입된 지 10년, 각 대학 관계자들이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논의했다. 학과 간 경계를 완화한다는 취지는 이뤘지만, 인기 학과 쏠림 현상 등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은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20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전국 자유전공학부 연합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유전공학부가 2009년 대학가에 본격 도입된 이후, 대학별 관계자가 함께 만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미나에는 16여 개 대학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 복수전공, 계열 교차전공 활성화

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운영 방식은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1학년 때 전공 소속 없이 진로 탐색 기간을 거치고, 2학년으로 진입할 때 전공을 선택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일부 대학은 4년 내내 학생의 소속 전공을 정하지 않거나, 자유전공학부 내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전공을 설계하도록 한다.

지난 10년간 자유전공학부의 설립 취지는 달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학 내 학과 간 칸막이를 낮춰 학생이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며, 여러 분야의 식견을 갖추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상민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부학부장은 “전공을 세 개까지 들어 180학점까지 이수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학점 상한선을 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라고 했다.

사실상 전교생이 자유전공학부를 경험하는 한동대도 마찬가지다. 한동대에서는 모든 신입생이 무(無)전공으로 입학한 후 2학년이 돼 전공을 선택하는데, 계열을 교차해 복수전공을 이수하는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동대의 인문-이공계열 교차전공 비율은 2008년 2.07%에서 올해 19.18%로 늘었다. 방청록 한동대 창의융합교육원장은 “어느 학교보다 융합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학생이 직접 전공을 설계하는 것을 허용하는 자유전공학부에서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효과도 낸다. 전공을 다양하게 갖추지 못한 소규모 대학에선 학생이 만든 신(新)전공으로 교육과정을 다양화한다. 사회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필요해진 분야 수요도 학생이 설계한 전공으로 충족할 수 있다.  



◇ 기업, 대학원 등 사회 인식 넓혀야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일부 대학에선 인기 학과 쏠림 현상을 겪고 있다. 전공 지원 양상 변화가 크면, 대학 측에서는 매 학기 교원, 공간, 예산 등에 대한 계획을 큰 폭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장은 “자유전공학부 학생 절반은 우리 대학의 인기학과인 조리학과, 경찰행정학과를 염두에 두고 진학한다”며 “입시에서 이들 학과가 지원자가 많다 보니 경쟁률이 낮은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해 해당 학과로 진학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또한 지난 10년간 학과 쏠림을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8%의 학생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경영·경제학을 택한다. 

자유전공학부만의 교육과정 정체성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충분히 갖추지 않는 등 자유전공학부만의 교육과정을 마련하지 못하면, 학생들이 전공 결정 시점에서도 진로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올해 1학기 처음으로 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을 모집한 강원대의 신철균 교수는 “자유전공학부만의 교육과정이 차별화되지 않으면, 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이 잠시 1학년 때 머물다 가는 학사구조에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 대학원 등 사회의 전반적인 공감대를 넓힐 필요도 있다. 이기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융복합대학장은 “우리 학교는 4년간 전공을 정하지 않다 보니, 졸업생이 대학원이나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선수 과목 조건이 부합하지 않는다거나, 채용 시 기업 측에서 ‘무학과’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총장에 따라 지원 정도가 달라져 교육과정이 불안정해지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다른 전공이나 학부에 비해 자유전공학부는 교육과정과 교수진이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편이다. 대학 본부가 자유전공학부의 취지에 공감하면, 자유전공학부 프로그램은 풍성해진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 교육과정은 내실을 잃을 수 있다. 총장 교체 시기마다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들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한편, 이날 모인 대학 관계자들은 전국 자유전공학부 운영 대학 연합회 결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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