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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AI 대비? 결국은 수학 교육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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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을 위해 다양한 단체가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교육학회, 교육감협, 과총, 한림원, 서울시 교육청 등 다양한 단체가 AI 융합 교육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겁니다. 전 주에는 이 칼럼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AI가 발전하면서 어떻게 진로가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AI 시대에 대비하려면 어떤 교과교육이 필요한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AI 융합교육 공동선언문에서는 대학교 이전에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부터 AI 대비 교육이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교육, 수학, 과학, 윤리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수학이 핵심이라 봅니다. AI는 사실 '수학'입니다. 프로그래밍보다도 수학에 가깝지요. 수학에 특정 분야에 뛰어난 인력 풀이 많을수록, AI 강국이 될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AI는 특히 수학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확률, 통계, 그리고 선형대수입니다. 그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선형대수가 AI, 그리고 AI에 근간이 되는 기술인 '딥러닝'에 핵심이라 입을 모아 말합니다. 최소한의 입력으로 최대한의 데이터 연산을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AI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주어진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행렬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행렬을 활용하는 이유는 행렬이 가장 컴퓨터의 연산에 편한 데이터이기 때문이지요. AI라고 하면 엄청난 괴물이 떠오르지만, 그 실상은 다량의 정보를 다루는 행렬 연산인 셈입니다.

문제는 선형대수가 현재 수학 교육에 핵심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현재 이과 수학의 꽃은 누가 뭐래도 미적분입니다. 공학에 핵심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경제학 등에도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21세기에도 미적분이 통계, 확률, 그리고 선형대수보다 더 중요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모든 행동이 데이터화 되고, 통계화 되는 게 AI 시대입니다. 알파고는 반드시 이기는 수를 둔 게 아닙니다.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바둑을 두었을 뿐이지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통계적 사고, 확률적 사고가 필수입니다. AI를 개발하려면 선형대수를 통해 다량의 데이터 연산을 지시해야 하지요.  그래서 이전 칼럼(수학자가 ‘미적분’보다 ‘확률과 통계’를 먼저 배우라고 권하는 이유는?)에서는 '확률 통계'를 '미적분'보다 중점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AI 인재는 사실 수학 인재입니다. 그중에서도 중요성이 현재 경시되고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다. 확률과 통계, 그리고 선형대수 말이죠. 심지어 선형대수는 최근 고교 필수 과정에서 삭제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병권 서울대 수리과학부 학부장,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 이승훈 유원대 교수 등 각계의 수학 전문가, 교육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선형대수 고교 필수과정 삭제에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 공학부 교수 또한 신문 지면을 통해 '선형대수 삭제는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지요.

구호를 외치기는 쉽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란 어렵습니다.  AI를 대비해야 한다는 막연한 구호를 외치기는 쉽습니다. 실질적으로 AI에 대비하는 교육을 준비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수학과 교육을 모두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 논의를 위해 의견을 개제하자면 현재 AI 교육은 너무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AI 윤리 교육이라면 대체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걸까요? 'AI가 발전했을 때 인간과 기계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는 식의 철학적 질문은 결정권자들이 보기에 멋질지 몰라도 당장 필요는 없는 부분입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기계가 자신의 의지와 자아를 가지고 인류에 대항하는 행동을 하는 게 AI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인간이 가진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가진,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가깝습니다.

현재의 AI는 데이터 분석입니다. 알파고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바둑을 두었다고 해도, 이는 인간보다 컴퓨터가 더 확률 계산을 잘했다는 뜻일 뿐 자아가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데이터를 아무리 분석한다고 스스로 데이터가 갑자기 자아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데이터를 준 사람의 선입견과 편견이 드러날 뿐입니다. AI 윤리라는 새로운 구호를 외치기보다 데이터에 원천인 사람에게 윤리와 철학을 가르치는 게 더 시급할 겁니다. 미래의 개발자들이 확률과 통계, 선형대수를 열심히 배워 데이터에서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인간의 선입견은 빼내는 방법을 배우는 일 또한 중요하겠지요.

코딩부터 윤리까지. 하면 좋은 과목은 많습니다. 하지만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AI의 본질은 결국 확률, 통계, 그리고 선형대수입니다. 현재 수학 교육과정에서는 경시되는 부분이지요. AI 인재를 키우기 위해 수학 교육과정의 기본에서부터 전문가들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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