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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나는 ‘유령 안내자’… 사회적 유령들에 본모습 찾아주고 싶어”

[임흥순]
미술과 영화 경계 해체, 확장하는 작업에 몰두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서로 닮은 아픔에 주목
‘좋은 빛, 좋은 공기’ 비롯해 신작 선봬
첫 상업 갤러리 개인전 ‘고스트 가이드’展 1월 23일까지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위치도 흘러가는 시간도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 비슷한 일을 겪은 두 도시다. “이들 도시명의 뜻을 아시나요? 광주는 빛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좋은 공기라는 뜻이죠. 그러나 두 도시는 이름과는 달리 어둡고 숨도 못 쉴 정도의 괴로운 시기를 겪지 않았던가요.”
 
미술가이자 한국 최초 베네치아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영화감독인 임흥순(50)은 3년 전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면서 1970~1980년대 군사정권에 의해 학살, 고문, 실종 등이 발생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고 비슷한 시기 발생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떠올렸다. 사건이 발생한 지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시간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참혹한 학살은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들은 사회 속에서 유령 같은 존재로 남아 주변부를 맴돈다. 임흥순은 범람하는 기억 속 유령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2018 카네기 인터내셔널 출품작 <좋은 빛, 좋은 공기(Good Light, Good Air)>는 이 두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작가는 지금껏 4.3 제주학살 희생자의 이야기를 담은 <비념>(2012), 옛 구로공단 여공부터 오늘날 여성 노동자의 말로 이뤄진 <위로공단>(2014), 해방공간기, 베트남 전쟁, 빨치산 등 역사적 사건의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던 여성(할머니)의 이야기인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7), 이데올로기와 매스컴에 가려진 여성 탈북자의 이야기 <려행>(2019)에 이르기까지 주변부의 ‘유령’을 불러내어 개인의 진솔하고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몰두해왔다.
 
잊히길 원치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복원해 엮어내며 그 사이사이에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을 삽입해 사회적 제의로 확장한다.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보이지는 않았던 유령은 작가를 통해 본래의 모습과 이름을 찾게 된다. 이는 사회적 유령에게 애도와 위로를 보내는 임흥순만의 방식인 셈이다. 더 나아가 예술과 역사, 기록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동시에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해체,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한다.


 
임흥순 개인전 ‘고스트 가이드(Ghost Guide)’가 마련됐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국내에 선보이는 첫 상업 갤러리 전시다. <좋은 빛, 좋은 공기>를 비롯해 미공개 영상, 사진, 설치 등 신작 다수를 내걸었다. “국립5.18민주묘지에 가면 잔디를 깎고 계신 분들을 볼 수 있어요. 그들처럼 저는 미술가로서 유령을 안내하고 정리하고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뜻에서 ‘고스트 가이드’라고 불리고 싶어요.” 전시는 1월 23일까지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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