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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2020년 새해에는 ‘가족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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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한 어머니께서 자녀 문제로 대화를 요청해 왔습니다. 자녀들의 안전과 가족의 가치에 대해 알리고 싶은 저로서는 부모님의 연락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새해 첫날부터 미안하다 하셨지만 저는 거듭 텐션을 올리며 절대 미안한 게 아니라고 다독였습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면 유독 부모들은 평소 해결하지 못한 채 쌓아두었던 가족에 대한 문제들을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가정마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존재하기 마련이듯, 지난해에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던 과정에서 튕겨 나온 ‘티끌’과 티끌들이 모여서 굳어져 버린 ‘더미’를 한곳에 모아 ‘사유(思惟)’해보는 것도 일종의 새해 ‘의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새해를 맞아 부모들이 고민하는 ‘가족의 정체성’에 대해 직면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가족의 쓸모’를 달리 표현하면 ‘가족의 힘’ 또는 ‘가족의 가치’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가치를 기준으로 가족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새해를 맞이한 이 시점에 적절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가족의 힘’, 즉 ‘가족의 ‘가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선행연구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자료로 인류학자 ‘도널드 그레이슨’의 『돈너 일행의 재앙 : 자원의 희소성과 질병(Donner Party Disaster: Scarce Resources and Illness)』 리포터를 꼽습니다.

1846년 11월에 발생한 재난 사건으로 87명의 ‘돈너’ 일행이 신개척지를 찾아 미국 네바다 산맥을 지날 무렵 눈 폭풍에 휩쓸려 6개월간 얼음 계곡에 고립되는 극한 상황에서 41명이 숨지고 46명이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건을 통해 ‘도널드 그레이슨’은 생존자 대부분이 건장한 남성들이 아닌 남녀노소로 구성된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됩니다.

또, 1973년 영국 휴양지 ‘서머랜드 호텔’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건과 1995년 사상 최악의 폭염 사태가 있었던 미국 ‘시카고 폭염’ 재난에서도 가족의 가치는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했고, 가족의 유대와 신뢰가 위기상황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물론, 연구 사례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사물인터넷의 역습과 디지털 기술의 배반으로 시간이 점점 해체되어 가고, 가족의 형태 또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허물어질 정도로 ‘PC 주의(Political Correctness)’에 걸맞은 뚜렷한 가족의 용어를 설정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통계’에서 1인 가구 수가 598만 명을 넘어서 처음으로 1인 가구 수가 다인(부부+자녀) 가구 수를 제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사회변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이 통계에 비해 그리 놀랍거나 불편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는 과거 시대와 확연히 달라진 다양한 현대 가족의 모습을 불편하지 않게 보여주었습니다. 주인공 동백과 아들 필구는 ‘미혼모 가정’이었고, 경찰관 용식이와 어머니 고두심은 ‘한부모 가정’이었습니다. 또 술주정 연기가 일품이었던 노규태 가정과 필구의 친아버지인 야구선수 강종렬 가정은 우리 사회의 ‘위기가정’의 단면을 리얼하게 보여주었으며, 종업원 향미는 요즘 늘고 있는 1인 가구의 모습을 여과 없이 그려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는 ‘가족의 쓸모’가 결국 ‘사회의 쓸모’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대 가족사회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결국, ‘가족의 쓸모’는 한 개인의 가족 이야기가 타인과 결합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동화 같은 희망을 품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만지작거렸던 문제의 ‘티끌’과 ‘더미’는 우리 부모가 가족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사회의 문제로 함께 고민해야 하고, 또 이러한 사유(思惟)는 결국 ‘우리 가족을 위한 가치가 우리 자녀의 미래 사회에 양도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해를 맞아 ‘가족의 쓸모’에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실천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부모의 ‘신념체계’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신념체계는 부모가 이전 가족으로부터 가지고 온 것이라서 부모가 그랬듯이 우리 아이에게 그대로 대물림하는 전수 효과를 가집니다. 최소한 우리 아이에게 올바른 신념체계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신념체계부터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새해부터 우리 집 ‘방문’을 의도적으로 열어두는 것입니다. 부모의 방문이 닫혀 있으면 아이의 방문도 닫히게 됩니다. 아이들의 ‘걱정’과 ‘안심’하는 기준은 의외로 아이가 거주하는 집 구조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안심하는 아이의 집 구조는 특이하게도 대부분 방문이 개방되어 집 전체가 하나의 방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매사 걱정하는 아이의 집 대부분은 방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방문’과 ‘의자’는 우리 자녀에게 사물 이상의 철학적 의미를 심어준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오늘부터 부모의 역할을 넘어 좋은 ‘이모’와 ‘고모’ 그리고 좋은 ‘삼촌’과 ‘이모부’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저는 어머니와 사이가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부모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이모는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저는 부모로부터 채울 수 없었던 결핍들을 ‘이모’를 통해 채울 수 있었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완벽할 수 없다’는 한계와 늘 마주합니다. 따라서 자녀를 위해 좋은 ‘이모’와 ‘삼촌’이 되어주는 것 또한 그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일러’가 등장하면서 가족이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데에 저는 동의합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 구들장을 덮이던 시절에는 모이기 싫어도 가족들이 뜨끈한 ‘아랫목’에 한데 모여야 했습니다. 한 이불 아래 시린 발을 모으니 이야기를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대화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보일러가 등장한 이후 언제든 난방이 가능해지면서 가족은 서로의 얼굴조차 자주 볼 수 없고 가족의 결속은 예전만 못하게 되었습니다.

새해에는 보일러 탓만 할 순 없으니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을 한곳으로 모으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결국, 가족은 자주 봐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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