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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신년기획 자녀 세대論, 예상 밖 ‘디지털 기술력’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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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냉장고로 트윗하는 중이야. 글이 올라갈지는 모르겠어.” 

마치 첩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대사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한 10대 소녀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입니다. 미국의 유명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이 소녀는 팬 트윗 때문에 온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자 부모가 참다못해 스마트폰을 압수했고, 소녀는 다시 ‘닌텐도’ 게임기로 트윗을 시도하다 게임기마저 빼앗기게 되자 부엌에 있던 ‘냉장고’로 트윗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상상력을 재촉하는 ‘강박의 시대’를 열었다고 하지만 냉장고가 오렌지 주스를 대신해 스마트폰의 갈증을 해결해 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얼마 전 공동 연구를 마치고 참석한 토론 자리에서 한 연구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는 이보다 더 놀라웠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했더니 아이가 학습용으로 사용하는 태블릿으로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야말로 아이들의 디지털 기술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금의 자녀 세대가 디지털 기술에 최적화된 인류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부모는 당장 이 험난한 디지털 기술 앞에서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부터 3회에 걸쳐 ‘디지털 세대’라는 주제로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PC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2000년 전후입니다. 1996년 ‘PC방’이 등장하여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맞아 실직한 부모님들이 생계를 위해 ‘PC방’ 사업에 투자하면서 당시 정부에서 추진한 초고속 인터넷‘정책과 맞물려 대한민국은 PC의 생활화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네이버가 1999년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도 시대적인 맥락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2001년 교육부에서 추진 중이던 ‘정보 소양 인증제’의 확대와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이 의무화하면서 지금의 자녀 세대는 태어나자마자 PC와 인터넷이 교육과 일상의 시대가 되었고, 더구나 2008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자녀의 디지털 기술력은 ‘신의 날개’를 달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국민’을 만들겠다던 정부의 첫 수혜자가 바로 우리 자녀인 셈입니다.

덕분에 스마트폰의 출현과 진화는 우리 자녀가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무비자 여행객으로 만들었고,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온갖 애플리케이션은 우리 자녀에게 교육 분야는 물론 문화, 예술, 스포츠, 상식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욕구 충족 또한 증가시켰습니다. 쉽게 말해, 콘텐츠의 다양성은 자녀의 알 권리와 동시에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영역까지 넓혔고, 이러한 과정은 결국 자녀의 디지털 기술을 전문영역에서 일상영역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계속해서 자녀에게 무분별한 콘텐츠를 접근시키고, 또 통제할 수 없는 자극을 첨가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녀의 ‘주의력’마저 빼앗아가는 역기능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규칙과 통제에 누구보다 저항이 심한 자녀 세대에게 디지털 기술은 욕구 충족을 위해 삐딱한 디지털 기술력을 연마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자녀는 도덕의 윤리마저 혼란스러워하며 디지털의 ‘쓸모’ 앞에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력이 자녀에게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체계를 심어주었다는 게 더 걱정입니다. 특히, 보안프로그램을 해체하는 ‘우회’ 앱과 PC와 스마트폰을 넘볼 수 있는 ‘해킹 툴’ 앱까지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해 정부는 ‘보복성 음란물’의 유포와 ‘사이버 도박’ 그리고 ‘웹툰’의 저작권 보호 등을 위해 ‘https 차단 정책’을 시행했지만, 우리 자녀 세대에게는 예상했던 것만큼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신종 불법 동영상을 소비하고 있고,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사이버 도박을 하고 있으며, 저작권을 보호하겠다는 웹툰마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마음대로 뒤져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애플리케이션은 자녀의 셀카를 돋보이게 하고, 화장의 기술을 가르쳐 주며, 무료함을 달래주는 대화방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잘못된 호기심이 범죄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장치들이 당당하게 스토어 안에서 고개를 들고서 별 다섯 개를 칠해가며 자녀를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해법은 ‘부모의 통제’라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글의 목적은 부모의 ‘인식’이 우선입니다. 디지털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인식도 중요하지만, 특히 자녀의 디지털 기술력이 오용되어 부모를 속이고 자신을 숨기는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꽤 심각한 우려도 포함합니다. 또 현실을 직시했을 때 자녀의 디지털 기술력을 통제하기란 기술력이 부족한 부모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최선의 방어는 자녀와의 합의된 ‘통제’에서 찾아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통제는 ‘공공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입니다. 다행히도 국가와 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스마트폰 자녀 지킴이’ 앱 서비스는 아직 자녀의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이 또한 얼마 못 가 자녀들은 과감하게 뚫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자녀 지킴이‘ 앱 설치를 늦추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앱 설치에 대한 ‘통제’ 과정에는 부모와 자녀 간 ‘합의’와 ‘동의’라는 협력적 단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의 욕구 불만과 통제 과정에 대한 저항은 부모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부모 앞에서 흔쾌히 인정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면에는 자녀가 다른 친구들을 통해 ‘공기계’를 확보하느라 바빠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AI 국가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에서 진행하는 SW 교육을 SW+AI 교육으로 확대해,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대상을 넓힐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녀와 부모 간 디지털 기술 격차는 ‘초격차’로 벌어질 게 분명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제도를 ‘교육’과 ‘안전’의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봐야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에 있어서 필수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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