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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설원에서 타오르는 붉은 불꽃… “오늘날 현대사회 같아”

[팀 파르치코브]
정보 과잉의 시대… 과부하 걸린 현대인 풍자
국내 첫 개인전 ‘버닝 뉴스’, 2월 2일까지 공근혜갤러리


 
남자는 활활 타오르는 화염에 휩싸인 신문을 펼쳐 들곤 발자국 하나 없는 새하얀 눈밭에 서 있다. 불꽃이 남자의 얼굴과 손을 뒤덮을 것처럼 거세게 타오른다. 러시아 작가 팀 파르치코브(Tim Parchikov·37)는 사진 연작 <불타는 뉴스(Burning News)>를 통해 과도하게 많은 뉴스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오늘날 오히려 생각은 얼어붙어버린 현대인과 사회를 꼬집는다. 화면에 나타난 그대로 ‘불타는 뉴스’라는 은유적인 작품 타이틀은 1900년 레닌이 창간한 마르크스주의 신문 ‘이스크라(Iskra, 불꽃)’에서 착안했다. “과도한 뉴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자극의 과잉으로 흥분 대신 오히려 그 앞에서 무감각해지는 마취효과를 겪게 된다.”
 
요즘의 불타는 뉴스들의 자극적인 강렬함과 선정성은 뉴스의 전사(前史)를 불태우고 전멸시킬 정도로 극해지고 있다. 눈 내리는 겨울의 하얀 풍경과 대조돼 사진 속 인물은 얼굴을 향에 다가오는 불꽃이 그들의 손을 찌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불타는 신문을 움켜잡고 있다. 작가는 해당 작품으로써 과도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것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촬영 과정이 위험하진 않았을까 하는 우려에 작가는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불붙자마자 놓아버리기 때문에 보이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 불타오르는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촬영 전 햇빛도 바람도 사람 발자국도 없는 설원을 먼저 찾는 게 더 중요하다.” 햇빛이 강하면 눈밭과 하늘의 대비가 극명해지는 탓에, 바람이 세면 불이 번질 수 있어 피해야 했다.
 



 
파르치코브는 2013년 칸딘스키상을 수상한 러시아 신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러시아 국립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독립 아티스트, 촬영·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며 동시에 사진과 설치를 이용한 독특한 시각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베네치아비엔날레(2011), 파리퐁피두센터(2014) 등에서 열린 전시에 출품하며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에는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초청받아 한국 관람객에게도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2월 2일까지 서울 삼청로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에 의해 과부하가 걸린 현대인이 처한 동시대적인 문제를 제시한 <불타는 뉴스>를 비롯해 <비현실의 베네치아(Unreal Venice)> 시리즈를 내건다.
 
‘비현실의 베네치아’는 매일 수많은 관광객으로 넘쳐나 거주민보다도 관광객이 도시 전체를 뒤덮어버린 베네치아의 실상을 다룬다. 베네치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적 삶을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처럼 여러 장의 사진 조각들로 제작했다. 관람객이 마음에 드는 사진 조각을 골라 모자이크 퍼즐처럼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 끼워 맞춤으로써 완성되는 매트릭스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이 추상 모자이크로 보이는 색조각의 조합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사진은 개인, 가족 혹은 집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의 실마리로 작동된. 이를 통해 ‘진짜 베네치아가 존재하는가?’라는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파르치코브는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싶단다. “좋은 답이란 없다. 답에는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질문은 존재한다. 좋은 질문을 불러들이는 작품을 내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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