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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막 하지 마라!

교과서 본문 달달 외우는 ‘죽은 공부’는 이제 그만!


얼마 전, 한 학부모로부터 문의전화를 받았다. 중호는 중학교 2학년, 공부 의욕이 제로인 상태인데 화상영어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이었다. 모든 과목에 다 그러냐고 물었더니 전반적으로 의지가 상실된 상태란다. 그나마 영어는 중1 때까지는 90점대였는데 그것도 초등학교 때 실력으로 유지된 것이고,중2가 되어서는 80점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내신 때문에 학원에 보냈더니 오히려 영어 공부를 싫어하게 됐고, 특히 단어, 본문 외우기를 너무 싫어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방치해 둘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엄마의 고민이었다.

사실 한국의 영어교육 현실에서 초등까지는 그나마 아이들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경쟁적인 시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학교 때 부터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학부모들은 내신, 입시 위주의 공부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모자라 학원에 가서도 주입식 교육을 받도록 아이들을 내몬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이 점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고, 수십 개의 단어를 외워야만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시험을 위한 부분 집약적인 공부는 영어 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어에 대한 흥미를 없애고 아이의 잠재력마저 떨어뜨린다.

종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나마 영어를 즐겁게 공부했다가 느닷없이 시작된 내신을 위한 공부에 질려버린 것이다. 좋은 점수를 위해 누군가가 일일이 수저로 떠먹여 주는 스푼 피딩(Spoon Feeding) 식의 교육은 아이들의 사고를 멈추게 하고, 수동적으로 만들 뿐이다.

자칫하면 모든 시험에 돈을 퍼부어야 하는, 사고하지 않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돈을 들여서 누군가의 비법을 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먼저 우리 아이들부터 스스로 고민하고 움직여야 진정으로 뭔가를 깨닫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종호 어머니는 종호가 중2 기말고사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은 이유를 교과서 본문을 외우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술형, 문법 문제를 많이 틀렸다고 했다. 언뜻 생각하면 맞는 말 같지만, 사실은 틀린 말이다. 당장은 본문을 막 외워서 90점대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외운 것은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본질적으로 영어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공부로는 본문 난이도가 점점 어려워지면 얼마 안 가서 80점도 장담하기 힘들 때가 올것이 분명하다. 무조건 단어나 문장을 외워서 머리 어딘가에 쑤셔 박은 영어는 죽은 영어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과서 본문의 문장을 완전히 이해하고 문장 구사 연습을 정확히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것들이자신의 문장이 되었다면 내 안에 살아 움직이는 문장이 되는 것이다. 시험 후에 다 까먹는 영어가 아니라 기억에 오래 남는 살아있는 영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본인의 수준에 맞는 리딩 지문을 선택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소리 내어 읽고, 문장을 만들어 보고, 말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자신만의 공부법이 쌓이면, 이제 내신 공부에 더 이상은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시험은 이제 내 실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는 것이다.

영어 공부는 리딩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지문 하나를 가지고도 독해는 물론 어휘, 문법, 말하기, 쓰기까지 포괄적인 연습이 가능하다. 지문을 읽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리 내어 여러 번 읽고, 모든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입으로 여러 번 내뱉는 과정은 단어와 문장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문장이 나타나면, 이때가 바로 문법 공부를 해야 할 타이밍이다.

그 다음엔 반대로 영어를 가리고 한글 해석만 보면서 문장을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말하고 쓰기를 하려면 내가 숙지한 어휘와 문법 지식을 총동원해야 하므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쓰고 나서 틀린 문장은 반드시 올바른 문장으로 고쳐 써보도록 한다. 고치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머릿속에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학생들 수준이 천차만별인 과목도 없다. 결코 시험 때 벼락치기한다고,문제를 많이 풀고 시간만 무조건 투자한다고 되는 과목도 아니다. 시험 범위가 있는 것 같지만, 시험 범위가 없는 과목이기도 하다.
 

  
▲ 옥주 대표진

그래서 영어는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그 기초체력은 아이 수준보다 어려운 지문을 갖다 놓고, 무작정 독해시키고, 외우게 하고, 스킬을 알려 준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중학생이 고교 수준의 지문을, 고등학생이 초등 수준의 지문을 다룰 수도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영어도 그냥 말일 뿐이니, 무작정 아이들에게 영어를 암기시켜서는 안 된다. 사용할 수 있으면 단어나 올바른 문장은 저절로 익혀지게 마련이므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단지 시험의 노예로 만드는 과오를 범하지 말자.

*진옥주 대표(샐리의 영어 이야기)


*본 기사는 <나침반 36.5도> 2016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54
 

  
http://goo.gl/bdBm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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