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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신년기획 자녀 세대論(2), 아찔한 ‘미디어 학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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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하소연 중에 “아이가 똑똑한 척을 너무 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부모가 취약한 소셜 미디어 분야들을 가지고 느닷없이 질문하는가 하면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곧장 부모의 의견을 누르고 반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녀의 태도를 고쳐주고 싶어도 자신감을 꺾는 것 같아 조마조마해서 고민이라고 말입니다.

이는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에게도 마찬가지 고민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만난 교사들과의 대화에서도 공통적인 화두는 요즘 아이들의 ‘이의 제기’였습니다. 요즘 교사들은 지도와 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마치 엉뚱한 시빗거리를 주는 것 같아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뿐 아니라 불필요한 말을 아끼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행실’과 학생의 ‘본분’이라는 고착화된 ‘윤리’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지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지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쓸모없는 것’을 배우고 유튜브에서 ‘쓸모있는 것’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수학과 영어가 왜 필요한지 궁금해하고, 외우는 학습이 왜 중요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청년 실업을 걱정하고, 부모의 생활 형편을 짐작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예전과 달리 중학생이 되기 싫어하는 이유가 비단 놀고 싶은 마음 때문만도 아닙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는 우리 자녀가 학교 화장실이나 길거리 후미진 골목길에서 이유 없이 두들겨 맞거나 겁에 질려 돈을 빼앗기는 아찔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2017년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집단’과 ‘권력’을 가진 친구들은 늘 자녀 주변에서 군림해왔고, 그러면서도 마치 법률가처럼 현행 소년법에서는 청소년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떠들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집단폭행’ 시리즈의 여파로 사회 곳곳에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아가 ‘청소년이라도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격한 감정들이 퍼져나가면서 결국 힘센 친구들의 행동은 주춤해졌고, 빠져나갈 구멍은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녀는 똑똑해졌고 힘센 친구들은 숨었으니 이제 부모는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힘이 있던 친구들은 반성은커녕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미디어 채널을 뒤지기 시작했고, 결국 ‘꼼수’의 전문가가 되어 또다시 약한 친구들을 노리기 때문입니다.

미국 저널리즘 전문가인 ‘조지 거브너’ 교수는 『배양 효과(Cultivation Effect)』 이론을 통해 텔레비전 연속극에 나타난 폭력 장면을 분석하면서 시청자를 대상으로 시청 형태를 조사한 결과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할수록 폭력에 대해 실제보다 높게 인식한다는 결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텔레비전을 넘어 소셜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는 지금 자녀 세대는 ‘조지 거브너’의 『배양 효과』를 초월하는 『초배양 효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요즘 세대는 부모가 몇 달, 몇 년에 걸쳐 겪은 경험을 단 몇 시간, 몇 분 만에 경험할 수 있는 ‘압축체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녀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과잉은 ‘정보 비만’ 시대를 열었고, 무엇보다 광고를 보지 않는 대신 돈을 지불해야 하는 선택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없는 자녀에게 이러한 절차가 타당한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고, 광고가 교육하는 잘못된 학습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녀가 뉴스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신문이나 뉴스가 부모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일상이 되어버린 자녀 세대가 지금의 부모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감’입니다.

지난해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우리 자녀들이 즐겨보는 ‘인사이트’와 ‘위키트리’를 가리켜 “취재도 하지 않고, 사안을 단순화해서 왜곡을 서슴지 않는” 일명 ‘기생언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이러한 ‘인사이트’와 ‘위키트리’ 같은 매체가 10~20대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매체로 올라섰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잘못된 정보를 소비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주의력을 빼앗고, 가치관을 조작하는 미디어의 주류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그리고 편향을 앞세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튜브 속 무분별한 채널의 파급력은 우리 사회의 편향된 갈등 구조를 자녀에게 마치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듯해 걱정입니다.

맞습니다. 이번 글은 우리 자녀가 학습하는 미디어 정보의 ‘과잉’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즉, 이제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미디어를 진단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서는 무분별한 미디어 정보를 해독하고, 분별력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시급해졌다는 뜻입니다.

자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현재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자녀에게 접근하는 미디어 매체의 무례함을 부모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녀를 앞에 두고 주먹구구식으로 설명하는 검증되지 않은 나만의 교육 방식은 오히려 자녀에게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표준 교육자료를 내려받아 부모의 선행학습을 전제로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늘도 자녀의 스마트폰에는 수십 건의 ‘미확인 비행 정보’들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기준으로 학습한 양만 해도 부모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녀의 아찔한 미디어 학습력에 대해 오늘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것은 나긋한 ‘제안’이 아니라 시급한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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