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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라이브러리 | 시사] 한국은 왜! 성범죄 처벌에 관대할까?

-징역 1000년 vs 1년 1개월


“누가 우리 집을 3달 동안 훔쳐보고 있어요!”


최근 한 20대 여성이, 어떤 남자가 밤마다 자신의 집을 훔쳐본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CCTV 영상까지 직접 구해서 신고한 피해자에게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습니다. ‘훔쳐보기만 한 남성은 죄가 없다’라는 것이었죠. 경찰은 대체 왜 이 같은 판단을 한 것일까요?


-이 기사는 <톡톡> 1월호 '똑똑 라이브러리'에 4p분량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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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 아니므로 무죄” 경찰의 황당 결론


CCTV를 통해 확인한 남자의 모습은 우습기 그지없습니다. 지나가다 볼 수 있는 곳도 아닌 반지하 방 창문 틈을, 허리 숙여 보다가 나중에는 아예 바닥을 엎드려 기어가는 자세로 훔쳐보고 있거든요. 남자는 인기척이 느껴지면 잠깐 피해 있다가 다시 돌아와 또 창문 앞에 바짝 엎드려 집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남성이 주거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훔쳐보기만 했기 때문에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크나큰 수치심에 잠 못 이룰 정도로 매일같이 불안에 떨던 피해 여성은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했죠.



“레깅스는 일상복…” 법원, 불법촬영 무죄 판결


이와 비슷한 예로, 레깅스 입은 여성을 불법촬영한 3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된 적도 있습니다. 2018년, 가해 남성은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간 불법촬영하다 적발됐어요.

이로 인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7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받았죠. 하지만 가해자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를 했고, 그 결과 원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됐습니다.

법원이 무죄를 판단한 것은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몰래 한 촬영이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부르는 한국 성범죄 기본 형량


이처럼 누가 봐도 고의성이 짙은 성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데요. 그에 반해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가해자의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현재 대한민국 형법상 전반적인 범죄의 형량이 모두 낮게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징역 상한선이 30년으로 정해져 있어요. 가중처벌 될 경우 최대 50년까지는 선고가 가능합니다.

한국의 이러한 성범죄 처벌 기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특히 더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최근 있었던 사례를 살펴 볼까요? 지난 3월,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한국인 손 모 씨가 붙잡혔습니다. 2년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등 무려 32개국의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사건이죠.

미국에서는 아동음란물을 1회만 다운로드 받아도 최소 징역 5년에서 20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손씨는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것도 모자라, 17만 개 이상을 유포한 사이트의 운영자였죠. 미국법에 따르면 최소 징역 1,00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긴급체포된 손 씨는 얼마나 형을 무겁게 받았을까요? 놀랍게도 손 씨는 한국에서 고작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중입니다.

같은 사건으로 붙잡힌 미국인 2명의 경우 아동음란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각각 징역 97개월과 보호관찰 20년, 징역 5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았으며, 영국인 1명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손 씨가 이들에 비해 매우 가벼운 처벌을 받은 이유는 한국 법상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기 때문입니다.



‘양형기준’, ‘유기징역 상한선’ 높여야


우리나라는 성범죄의 기본 형량 뿐만 아니라 ‘양형기준’ 또한 낮아요. 각 죄에는 죄마다 정해진 ‘법정형’이 있어요. 예를 들면, ‘성폭행’의 기본 형량은 형법상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습니다. 

이때, 법관의 재량으로 범죄자가 반성을 하거나, 심신미약, 동종전과가 없는 등의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고, 상습범이거나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경우 등에는 가중처벌을 할 수 있는데요.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범죄자마다 선고받는 형량이 크게 차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이 형량 범위를 정해 두었어요. 성폭행으로 인한 형량이 감경될 경우의 양형기준은 ‘1년 6개월~3년’, 가중될 경우는 ‘4년∼7년’입니다.

양형기준이 낮은 이유는, 형법이 정한 유기징역의 상한선이 최대 30년(가중될 경우 최대 50년)까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현재로서는 성범죄가 살인 등 가장 무거운 강력범죄보다 더 중한 범죄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선, 가장 무거운 죄 그리고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반적인 범죄의 형량을 모두 높여야 성범죄 형량도 같이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법조인의 ‘성인지 감수성’도 필요


그동안 법원은 성범죄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재판 진행,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는 듯한 태도, 가벼운 처벌 등 성범죄 피해자 를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어요.

이에 전문가들은, 법조인이 성범죄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최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과 맥락을 통해 어떻게 성범죄가 전개됐는지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죠.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들이 오판이나 주관 개입 염려 때문에 법조문대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 때문에 국민의 법감정에 위배되는 판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라고 했어요.

그는 이어서 “피해자의 수치심 및 가해자의 성적 욕망 충 족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제쳐두고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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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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