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뉴스

[추천 도서] 한의학과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 '하이브리드 한의학'

-한의학 민족주의 연구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한의학 민족주의 연구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전 세계가 패닉에 치닫는 상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왜 한의학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전염병이 돌 때마다 한의학 이야기는 쑥 들어가고 양의학만 주목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죠. 한의학이 예방 의학에 강하고 서양의학이 치료에 강하다고 해도 그 무력감은 너무 크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세상의 모든 약들은 자연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논리라면 바이러스 백신 역시 결국에는 자연에 해답이 있을 것이고 이를 한의학이 활용하면 한의학의 위상제고에 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아닌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가 쓴 ‘하이브리드 한의학’은 전통의학의 한의학이 대한민국에서 근대와 현대를 어떻게 맞이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학술서입니다. 한의학과 지망생들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죠.

한의학이 양의학의 국내 도입과 일제 강점기를 거쳐 얼마나 탄압받고 음지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 책에서는 한의학과 관련 아주 흥미로운 이론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60년대 북한에서 주목 받았던 봉한학이라는 학문이죠.

봉한학이라는 학문은 1916년 경성에서 태어나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한 뒤 50년 한국 전쟁 때 월북한 뒤 53년부터 평양의대 교수로 재직했던 김봉한의 연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기의 길 즉 경락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60년대 중반 김 교수가 북한에서 숙청되면서 북한에서 연구는 맥이 끊겼죠. 이를 40년 뒤 이어 받은 쪽은 놀랍게도 남한의 학계입니다. 그것도 경희대 한의대가 아닌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이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도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45년생으로 입자물리학을 연구한 소광섭 교수가 서울대에서 한의학 물리 연구소를 세우고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갔다는 사실이죠. 서울대에도 한의학 관련 연구소가 있었군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소광섭 교수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동양적인 진리, 기에 대한 사상, 철학, 이런 것이 현재 우리가 갖던 물질적인 원자 철학보다는 다른 종류의 접근일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근대과학이랄까 서양의 물질관 이것을 넘어서야 될 뭐가 필요한데, 갑자기 또 마음이 될 순 없는 거예요. 물질에 베이스 하면서 정신 쪽으로 나가는 뭔가 있을 것이다. 그게 ‘기’가 아니겠느냐... 그러면은 그래도 가장 리프로듀서블(재현 가능한)하고 유용하고 남들이 인정하는 ‘기’에 관한 게 뭐냐고 하면, 한의학이다 그래서 제가 한의학을 중시하는 거예요.”

대한약침학회는 2004년부터 소교수팀의 연구를 꾸준히 지원했습니다. 한의학 연구는 아무래도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적을 수밖에 없기에 기업의 관심이 필수적이죠. 침을 놓을 때 왜 그런 작용을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엄청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약침학회는 조직적으로 지원을 했고 마침내 2008년에는 한국에서 국제 학술제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틀 동안 열린 심포지엄에서 43개의 관련 발표가 있었고 서울대, 국립암센터 등과 미국 워성턴 대,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 타이완 의과대학 등 국제적인 발표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발표된 논문들의 제목을 언론에서는 자극적으로 뽑아 “암 연구의 주요 통로 경락, 실체 드러났다”는 식으로 보도했죠. 과학 기사 특히 의학 기사는 오버와 오보 사이에서 헤매는 경향이 많은데 암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러하죠.

저자는 과학과 의학에 결합된 민족주의에 대해서 신중한 접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봉한 연구는 한국 과학의 창조성과 우수함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소재이고 특히 북한과 남한이 합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족주의의 위험성이 더욱 큰 것은 사실이죠.

어떻게 보면 봉한학이 갖는 민족주의적 함의는 분명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민족주의적으로 과학에 접근하는 태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분명 있지요.

저자는 봉한학의 시각화는 남한에서 연구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주장합니다. 인체의 새로운 관을 시각적으로 증명했지만 그것이 경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또 실험이 해부학적으로 치우침으로써 분자의 유전자 수준의 분석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아직 이론틀과 정교한 해석이 부족한 것이지요. 한의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임상에 대한 관심도 드러내야 하지만 연구를 통해 봉한학 같은 학문의 진실을 파헤쳐 보고 싶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한 지원 동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44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