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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평범한 당신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누가 뭐래도 최고 스펙은 학벌 아닌가요?"

  
 

취업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

학벌 핸디캡을 가진 사람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취업을 위한 최고 스펙은 학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위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면 일단 호감부터 보인다. 직장에서뿐 아니라 저자든 강사든 연예인이든 종교인이든 분야를 막론한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학생들을 욕할 수만도 없다. 심지어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 부터 명문대 진학을 위한 성적 관리에 들어가는 학부모들도 있다.

아이다움을 잊고 자란 청춘들만 늘어난다. 다 사회 탓이요, 부모 탓이다. 명문대에 입학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피라미드처럼 상층부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성적은 마음만큼 나오지 않아 안절부절못하는 모범생이 수두룩하다.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례까지 등장한다.

이런 뉴스를 접한 대다수의 학생은 애써 모른 척하며 자기 처지만 한탄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성적이 우수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명문대를 포기하고 눈높이를 낮춰 자신이 원했던 대학도 아니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식으로 눈높이를 낮춘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수능 공부를 다시 한다. ‘재수생’이라는 수식어보다 ‘대학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공부를 시작하면 일단 체면은 서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전공 공부나 사람들과의 관계는 뒷전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능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이 엉망으로 엉킨다. 그때부터는 편입 준비에 매달린다. 주로 지방대 학생들은 지방 국립대나 수도권 대학이 목표고, 지방 국립대나 수도권 학생들은 명문대가 목표다. 그렇게 해서 지방대의 상위 2~3% 학생들은 지방대를 떠나 수도권 대학으로 들어가고,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그동안 날려버린 학점을 메우기 위해 학점 세탁에 들어간다.

학점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과목은 고의로 D나 F학점을 받는다. 지방대라는 핸디캡에 낮은 학점까지 더해지면 좋은 기업에 입사지원서조차 내지 못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고는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계절학기마다 등록금을 추가로 지불한다. 예전에는 경쟁자들이 많지 않을 경우 괜찮은 학점을 취득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너 나 할 것 없이 스펙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학점 세탁 현장에 뛰어드니 이마저도 만만찮다며 울상이다.
 

  
▲ 호서대학교 입학처 http://goo.gl/gd3a2b


졸업 시즌이 오면 이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보란 듯이 대기업에 입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남들이 알아줄 만한 곳에는 취업을 해야 체면이 선다. 그러니 졸업을 유보하고 휴학까지 불사하며 각종 고시나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것이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10년간이나 대학에 머무는 학생들도 꽤 있다. 집안 형편이 좋은 학생이라면 그나마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더 낭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대학 졸업반. 더 이상 도망갈 곳 없이 취업 전선으로 떠밀린다. 원하던 목표를 이룰 수 없던 현실 때문에 고민하며 시간만 보내다 보니 내세울 것 없는, 소위 ‘저질 스펙’만 남는다. 이것 때문에 눈물 흘리는 취업준비생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저기 입사 지원을 하지만,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현실을 겪으며 또 한 번 절망한다. 각종 사유로 여러 번 휴학한 학생들의 경우 나이에서부터 경쟁력을 잃어버린다.

대학 졸업식이 끝났는데도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청춘들도 있다. 이런 ‘졸업 백수’들이 꽤 있다 보니 취업 재수를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됐다. 하지만 앞에서 여러 번 강조했듯 스펙 쌓기로는 취업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만 해도 인사 담당자들이 전공 이외의 부전공을 가진 학생들에게 프리미엄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부전공 정도가 아니라 복수 전공자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 대학에서 복수 전공을 이수하거나, 아예 외국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온 학생이 수두룩하다. 복수 전공만 3개를 따낸 ‘괴물’들도 있다. 토익 점수나 자격증에서 특출한 결과물을 가진 사람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들은 더 나은 자격과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인재를 원하게 되고, 청춘들은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취업준비생들만 더 불리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개그콘서트>를 통해 유행어가 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계속 되는 것 같아 못내 안타깝다.


‘꼭대기 집착병’에서 함께 벗어나자

이런 난관을 헤쳐 나가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면 성공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병폐를 먼저 개선해야만 한다. 비단 대학뿐이겠는가. 회사도 일류부터 삼류까지 등급이 매겨지고, 심지어 배우자감도 1등급부터 차례로 등급이 나뉜다. 모두가 ‘1등’에 사로잡혀 미쳐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사실 하나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 치며 꼭대기에 올라가본들, 거기엔 더 높은 자리에 버티고 선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꼭대기에 올랐다고 생각했다가 올라가야 할 곳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괴감을 느끼며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보란 듯이 성공한 인물들의 자살 사건은 바로 이런 ‘꼭대기 집착병’이 원인이 아닐까. 우리는 1등이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빈둥거리며 경쟁을 회피하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취만능주의, 결과만능주의 풍토에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결국 내가 이토록 애쓰고 있는 이 일도 모두가 1등에 집착하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성과주의 장막에 숨은 인간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우리 사회의 성공 지향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과 사회는 학벌 외의 다른 영역에서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고, 개인은 특징 없는 스펙 쌓기 경쟁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지 않는 것. 이런 작은 노력이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취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모두가 행복으로 가는 오솔길을 만들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좋은 곳에 취직하기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남들 다 하는 취업 스펙 경쟁에서 똑같은 레이스를 펼치지 말고, 자기만의 색깔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방식을 찾아 취업 관문을 통과해 보라는 뜻이다.

남들이 주도하는 시합에 이끌려가지 말고, 당신에게 유리한 시합을 만들어 당신의 방식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평범하거나 부족했던 사람이 취업에 성공하는 일이 많아지면 그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어 후배들에게 지금과 다른 길을 제시할 수 있다.

토익이니 자격증이니 하는 정형화된 스펙이 없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줄 세우기식의 스펙 경쟁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평범한 당신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도서 <따뜻한 독설>


정철상 부산외대 취업전담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사)한국직업진로지도협회 부회장
<저서>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가슴 뛰는 비전, 청춘의 진로나침반
 커리어코치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에듀진 기사 원문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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